롱테일의 경제학적 가치를 조명하다
2007. 07. 23 뉴스와 분석, 디지털라이프, 삶/여가/책 |
뒷북을 치는 감이 있지만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경제학>을 얼마전에야 다 읽게됐다. 앞서 읽었던 <롱테일법칙>보다는 내용도 풍부했고, 경제학 관점에서 롱테일 현상을 파고들었다는 점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롱테일이란 말은 웹2.0이 관심을 받으면서 덩달아 유행어가 된 용어다. 파레토의 법칙에서 80%를 대신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롱테일은 기술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크리스 앤더슨이 아마존에서 1년에 단 몇권밖에 팔리지 않는 흥행성 없는책들의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 놀랍게도 잘 팔리는 책의 매상을 추월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처음으로 쓴 표현이다.)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이 책에서 애플 아이튠스, 구글, 세일즈포스닷컴, e베이, 아마존, 넷플릭스, 리얼네트웍스 랩소디 등의 사례를 들어가며 롱테일이 경제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롱테일의 등장으로 소수 히트 상품이 지배하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수백만개의 틈새 상품들이 경제와 문화를 움직이는 새로운 코드가 됐다는 것이다.
판매량은 예전만 못하지만 히트 상품은 여전이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롱테일의 부각은 히트상품만 중요한 시대에서 롱테일도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 앤더슨에 따르면 롱테일이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힘으로 떠오른 것은 세가지 엔진에 근거하고 있다.
첫번째는 콘텐츠 생산 비용이 저렴해졌다. 요즘은 큰 돈 안들이고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이다. 대형 인터넷 업체들은 콘텐츠 편집 툴과 저장 공간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고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가격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콘텐츠 생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해 그 주체가 소수에 한정됐지만 지금은 누구나 부담없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생산장비들이 대중화되면 될 수록 우리의 창작 의욕은 더욱 높아진다. 위대한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되면 사람들은 스스로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한다. 우리들 모두의 내면에는 창작 욕구가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유통 비용의 감소다. 제작한 콘텐츠를 큰 부담없이 배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멀리 갈것없이 우리나라만 봐도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만든 디지털 콘텐츠를 돈한푼 안들이고 배포할 수 있다. 유튜브가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롱테일의 부상을 이끄는 마지막 엔진은 수많은 사람들이 생산한 콘텐츠와 그것을 받아들일 수요자를 이어주는 중간자의 확산이다. 생산이 쉬워졌고 만든 콘텐츠를 뿌릴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롱테일 파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검색 등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메신저가 존재하지 않으면 롱테일은 그저그런 잡음으로 전락할 수 있다.
중간자의 핵심은 필터링과 평판이다. 롱테일이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대중들이 생산한 수많은 콘텐츠들 중에서 알짜배기를 걸러낼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세계적으로 보면 구글 검색, 딕닷컴, 테크노라티 등이 이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올블로그 등이 롱테일 세상에서 중간자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롱테일경제학>은 독자들로 하여금 히트상품 중심의 사고 방식을 벗어나 수많은 틈새 시장으로 이뤄진 롱테일 경제권을 주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롱테일이 갖는 경제학적 가치를 부각시키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것은 상당부분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물론 저자 앤더슨은 애플, 세일즈포스닷컴, 구글, e베이 등 롱테일을 등에업고 성장하는 기업들의 이야기도 실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와 수익 모델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저 이들 기업의 사업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것을 통해 롱테일이 존재하다는 것을 강조하려한 느낌이 진하게 든다. 이를 감안하면 <롱테일경제학>은 경영서라기 보다는 경제학책에 가깝다.
이쯤해서 사족을 좀 붙여야 겠다. 애더슨이 사례로든 롱테일 활용 기업들을 수익 모델로 구분하면 크게 애플과 세일즈포스닷컴 방식, 구글 방식, e베이 방식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은 세일즈포스닷컴은 유료 판매에 기반하고 있는데, 외부의 참여와 판매가 공존하는 세일즈포스닷컴이 애플보다는 진화된 롱테일 모델같다는 판단이다.
구글은 광고 수입이 핵심이다. 구글앱스등 유료 모델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구글의 최대 수입원은 누가뭐래도 온라인 광고다.
e베이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 커미션을 받아먹는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다른 수익모델도 있기는 하겠지만 롱테일을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기업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대체로 이렇게 좁혀진다.
결국 롱테일 수익 모델이라고 해서 기존 인터넷 비즈니스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롱테일, 웹2.0이라고 하면 으례 무언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기대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롱테일 기반 수익 모델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변한게 없다. 수익을 올리는 방법론에 차이가 생겼을 뿐이다.
<롱테일경제학>에 따르면 지금 디지털 경제에는 수많은 롱테일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거대한 기회다. 그렇다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저자는 롱테일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읽은이들의 몫으로 남겨놨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롱테일경제학은 롱테일의 가치를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책이니까. 그래도 개인적으로 활용할만한 팁들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읽고난뒤 아쉬움이 좀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2007-07-24 at 4: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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