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야후 인수에 대한 관전평-2
2008. 04. 14 뉴스와 분석, 디지털라이프 |

지난 5일 MS는 야후에 3주안에 인수 제의를 받아들지 말지 결정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협상은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만일 야후가 제의를 거절할 경우 피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야후를 삼키겠다고 협박(?)했다. 겉보기에는 심리전같다. 성을 포위한 대규모 원정군이 성안에 있는 저항세력을 분열시키기 위해 펼치는 교란작전과 오십보백보다. 한마디로 ‘좋은말로 할때 들어라’다.
그러나 야후는 순순히 MS에 굴복하지는 않을 태세다. 가격을 올려달라는 자신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성문을 열 수 없다고 못밖고 있다. 자신들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것을 시위하기 위해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소유한 미디어 거인 타임워너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장도 날렸다. 정말로 타임워너와 손을 잡고 싶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MS를 바짝 긴장시키기 위한 전술인지는 구경꾼인 나로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야후가 MS에 태도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오버하면 ‘배째라’다.
MS와 야후의 인수게임을 둘러싼 판은 지금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차를 몰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치킨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어떤식으로든 피를 볼 수 밖에 없다.
MS와 야후는 정말로 충돌하게 될까? 글쎄다. 솔직히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넘쳐나는 건 말뿐이다. 말은 많은데 확실하게 믿을만한 말은 별로 없다. 상투적인 언론 플레이도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래서다. 야후와 MS가 외부에 내보내는 메시지만으로 MS와 야후중 하나는 쓰러져야 한다고 몰고가기는 영 개운치가 않다. 공개 서한이란 꼬리표가 달린 메시지를 그리 신뢰할 수는 없는 탓이다. 은밀한 사업 얘기를 공개서한을 통해 주고받는 바보가 어디있겠는가? 그것도 거액이 걸린 인수합병(M&A) 문제를…
그러고보니 MS와 야후의 치킨게임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장면이다. 그랬다. 지난 수년간 거침없는 M&A레이스를 펼쳐온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얼마전 BEA시스템즈를 집어삼킬때 써먹었던 전술이다. 시간을 조금만 돌려보자.
지난해 10월쯤이다. 오라클은 BEA에 주당 17달러(67억달러) 규모에 인수 제안을 했다. BEA가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오라클이 알아서(unsolicited) 그것도 공개적으로 내민 제안이었다. 이에 대해 BEA는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N0′라고 잘라 말했다. 혹시 은밀하게 했냐고? 역시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BEA가 이렇게 나오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가격은 쳐줄만큼 쳐줬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내친김에 애널리스트들이 모인 자리에서 BEA에 가격을 올려 다시 제안하기 보다는 다른 업체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엘리슨 회장의 발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분석한 전망을 내놨다. 그 내용은 이랬다.
“적절한 가격에 합의를 한다면 오라클이 BEA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는 알고 있는 대로다. 오라클은 BEA를 결국 삼켰다. 당초 제안했던 가격보다 14% 가량 높은 가격인 85억달러에 사들였다. 엘리슨 회장이 공개적으로 했던 얘기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다. 이를 놓고 엘리슨 회장한테 “당신 왜 거짓말 했냐?”고 뭐라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이게 야후에 최후통첩을 보낸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가 엘리슨 회장처럼 행동할 것이란 뜻은 아니다. 엘리슨도 피플소프트를 인수할때는 적대적 인수카드를 꺼내들며 저항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후통첩을 보낸 MS 발머든, 이를 거부한 야후 제리 양이든 공개서한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진짜 협상은 은밀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리차드 워터스의 말에 100% 동의한다.
오라클과 BEA 사례에서 그랬듯 이번 MS와 야후간 인수 게임서도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결국 야후가 MS의 품에 안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타임워너가 백기사로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MS가 야후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위임장 대결로 가더라도 결국 MS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찌됐든 현재 불리한쪽은 야후다.
그러나 MS가 피를 흘려가며 야후를 접수하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 같다. 구글을 격퇴하려면 야후를 인수하더라도 잘 다독거려 데려와야 한다. 그러려면 야후의 주장을 100%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수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통크게 인수를 마무리한 뒤 생색좀 내는게 낫지 않을까? MS가 돈이 없는 회사도 아니고.
스티브 발머가 야후에 제안했던 최후통첩의 마감시한은 이제 2주정도 남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개인적으로는 MS가 인심을 좀더 쓰든 야후가 결국 MS안을 받아들이든 두 회사가 피를 보지 않고 한지붕아래 살게된다는데 한표 던지고 싶다. 앗, 말해놓고나니 번지수 잘못 짚었을까봐 불안해진다. 퇴로는 만들어둬야겠다. 금방앞에서 한말은 구경꾼의 생각일 뿐이다.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
[관련글1] Microhoo, Yahoogle, Microspace…숨가쁜 합종연횡
[관련글2] MS의 야후 인수에 대한 관전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