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LTE를 지원하는 새 아이패드를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LTE 주파수가 호환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 출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한국 뿐만 아니라 심지어 1차 출시국가에 포함된 국가들도 대부분 새 아이패드와 LTE 주파수가 호환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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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현지시간) 애플이 새 아이패드를 공개한 직후 각 국가별 애플 홈페이지에는 새 아이패드에 대한 소개 페이지가 등장했다. 애플은 각 국가별 홈페이지에 모두 동일한 디자인과 문구로 언어만 달리해서 아이패드를 소개하고 있다. 유일한 차이는 LTE 주파수가 호환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에서는 LTE라는 문구를 명시했고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는 LTE라는 문구를 쏙 뺐다는 점이다.

미국 애플 홈페이지는 아이패드의 네트워크 성능을 소개하는 부분에 ‘초고속 4G LTE(Ultrafast 4G LTE)’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영국, 독일, 일본, 홍콩, 스위스, 싱가폴, 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LTE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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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 홈페이지에 있는 LTE라는 문구를 영국 애플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 국가에서도 4G라는 문구는 이용하고 있지만 이는 LTE가 아닌 HSPA+ 등의 최신 3G 기술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신사들이 기술적으로 3.7세대 등으로 분류되는 HSPA+ 등 최신 3G 기술을 4G로 마케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가별 애플 홈페이지의 LTE 언급 여부를 기준으로 분류해봤을 때 새 아이패드의 LTE 지원 국가는 1차 출시 10개국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프랑스 세 국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이 LTE 주파수가 호환되지 않는 국가를 1차 출시국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각 국가별로 LTE를 지원하는 모델을 추가적으로 생산하기보다는 북미 지역에만 LTE가 호환되는 단일 모델을 전 세계에 그대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LTE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의 애플 홈페이지에서 아이패드 사전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깨알 같은 글씨로 “4G LTE 네트워크가 호환되지 않는 국가에서 새 아이패드는 HSPA+와 DC-HSDPA와 같은 GSM 월드와이드 네트워크 기술로 작동할 것입니다(In countries without compatible 4G LTE networks, the new iPad will operate on GSM worldwide network technologie such as HSPA+ and DC-HSDPA.)”라고 안내하고 있다.

새 아이패드의 LTE 지원 여부는 블로터닷넷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국가에서도 속속 보도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호주 일간지 더오스트레일리안닷컴은 8일 “애플의 새 아이패드 4G를 텔스트라(호주 최대 통신사)의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보도했다. 텔스트라는 KT와 동일한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각 국가에서 LTE 망을 이용하 수 있는 지 여부를 두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 아이패드가 지원하는 북미 지역의 LTE 주파수 대역과 타 지역의 LTE 주파수가 다른 이유는 세계적으로 LTE 서비스가 이제 막 확산되는 단계인 탓에 표준 주파수가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가별, 통신사별로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할당할 수 있는 여유 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3G에서도 초기에 다양한 주파수에서 서비스가 시작됐다가 점차 표준화된 전례가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새 아이패드에서 LTE 지원을 포기하거나, LTE 주파수가 표준화되고 LTE 멀티밴드 칩셋이 대량 생산될 때까지 새 아이패드의 출시를 늦추거나, 아니면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먼저 LTE를 지원하거나 세 가지 경우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껏 단일 모델로 전세계에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던 애플로서는 고심되는 부분이다.

결국 애플은 일단 아이패드의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부터 LTE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모양새다. 아이폰4S에서 CDMA와 GSM 방식을 모두 지원하며 ‘월드폰’이라는 장점을 내세웠던 애플의 행보를 봤을 때 예상하기 어려웠던 선택이다. 북미와 프랑스 이외의 소비자들은 LTE용 칩셋이 탑재된 제품을 구입했지만 주파수가 달리 정작 LTE 서비스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기관 오범의 도슨 애널리스트는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의 “애플과 무선 업계에서 LTE가 의미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포스트에서 “(애플의 미국 LTE만을 지원하는 것이) 미국 이외의 잠재적인 고객을 소원하게 하는 위험을 무릅쓰겠다는 것을 뜻하는가 아니면 앞으로 단일 기기만을 제작했던 최근의 방식을 포기하고 국가별로 각기 다른 부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애플이 LTE를 지원하면서 발생한 딜레마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새 아이패드의 LTE 지원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소비자도 많을 것이다. 새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향상된 카메라, 더욱 강화된 성능은 굳이 LTE가 없어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거실의 대형 TV보다도 더 높은 고화질을 자랑하는 새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느린 인터넷 속도로 저화질 동영상을 시청하기보다는 LTE로 초고화질 영상을 빠르게 스트리밍해서 보고 싶은 소비자도 많이 있을 것이다. 고화질 고선명의 시대는 분명 더 빠른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북미 지역 이외의 소비자들은 LTE와 3G 가운데 선택권이 없이 3G만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 태블릿PC 제조업체들은 각 국가와 통신사에 따라 최적화된 LTE 태블릿을 출시하는 전략으로 아이패드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어쨌든 애플이 미국을 시작으로 LTE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결코 부정적인 소식이 아닌데도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멋지게 포장할 기회가 있었다. 여론을 다루는데 능숙했던 스티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만약 기조연설의 한 가운데서 LTE 지원 여부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기보다는 맨 마지막 “원 모어 씽(One more thing…)”이라면서 “미국에서는 LTE도 됩니다”라고 덧붙였다면 여론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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