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이 카카오스토리를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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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스토리의 흥행 비결 두 가지

지난 3월20일 출시한 사진 공유 중심 SNS인 카카오스토리가 대박 조짐을 보인다. 개봉 3일 만에 가입자 500만 고지를 확보하면서 역대 SNS 흥행기록을 갱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단 카카오스토리의 초반 성적이 좋을 수 있었던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한다.

  • 카카오스토리는 4200만이 이용하는, 이른바 국민앱인 카카오톡의 주소록을 기반으로 한다. 그에 따라서 카카오스토리는 SNS가 인기 가도에 들어서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인, 내가 믿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미리 확보했다. 페이스북도 신뢰에 기반한 소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서비스 시행 초기에는 하버드를 위시한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서비스를 개방했었다. 이런 SNS의‘신뢰 확보’의 난제를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 주소록을 지렛대로 해서 쉽게 풀 수 있었다.
  • 카카오스토리는 새로운 서비스일 수도 있고, 새로운 서비스가 아닐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보기에 카카오스토리는 패스(Path)나 인스타그램(Instagram)처럼 이미 시장에 선보인 SNS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이 모순된 명제가 서비스 흥행에 중요한 까닭은 흥행하는 서비스는 얼리어답터와 매스마켓의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만 만족시키면 실패한 수작으로 그치고 말며, 반대로 후자만 만족시키는 서비스는 초반 관심조차 끌기 어렵다. 그 점에서 볼 때, 카카오스토리의 초반 돌풍은 카카오스토리가 일단 한국판 패스로서 얼리어답터의 벽을 넘는 데 성공했다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카카오스토리는 패스보다 사용환경이 좀더 직관적이고 단순하다는 점에서 일반 대중에게 접근성도 높다.

카카오스토리의 흥행은 계속될 것인가

그러나 서비스 전략 차원에서 더 흥미로운 점은 결국 이 서비스가 초반 흥행에서 멈추지 않고 롱런을 할 것이냐는 부분일 것이다. 그 점에서 볼 때 과연 SNS의 홍수라 할 수 있는 현재 시점에서 카카오스토리가 사진을 새로운 소통의 매개로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 이유는 먼저 우리는 사진에 고집하는 기업에 대한 안 좋은, 생생한 추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전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소식 중 하나는 1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코닥의 파산 신청이었다. ‘브라우니’(Brownie)라는 전설적 상업용 카메라를 보급해 대중용 사진 시장을 개척한 이 회사는 1975년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했지만 자신의 필름 인화 시장을 침식할 것을 우려해 혁신의 싹을 자른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는 사실상 미래가 아닌 과거를 택한 것이었다. 코닥은 이용자의 수요 변화에서 점점 멀어져 갔고“시대의 흐름엔 저항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채 역사의 뒷물결로 사라졌다.

그런데도 왜 카카오스토리는 사진을 택한 것일까.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은 없으니 카카오 경영진의 속내를 100%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러나 그 숨겨진 배경은 “코닥이 카카오스토리를 알았더라면” 좋았을 전략을 그들이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코닥은 사진의 미래는 사진이라고 봤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카오스토리는(혹은 패스와 인스타그램도) 그들의 서비스명처럼 사진의 미래는 스토리라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코닥은 이용자는 인화된 필름의 품질을 선호하는 고정된 수요를 갖고 있다고 봤지만, 카카오스토리는 시대는 이미 변했다고 강조한다. 이용자는 우리 시대의 브라우니인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촬영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사진을 혼자 조용히 모셔두고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잘 보여주고 싶어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매력지수를 더 높이고자 한다. 카카오포토가 아닌 카카오스토리가 읽고 있는 시장의 흐름, 시대의 흐름은 그것이다. 사진이 아니라 스토리가 미래다. 그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카카오스토리의 미래와 우리의 미래

그럼 사진이 아닌 스토리를 미래로 택한 카카오스토리는 장기적으로 성공할까. 물론,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알 수 없다는 것뿐이다. 다시 코닥의 사례로 돌아가보면, 코닥은19세기말 그리고 20세기초까지 당대의 구글이자 애플이었다. 그 위대한 기업이 이렇게 사라질 줄은 모두가 예상한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코닥 사례가 입증하는 것은 시대가 변화하는 바를 거부하는 기업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해서 시장에서 퇴장당한다는 진리다.

그 점에서 볼 때, 카카오스토리가 읽고 있는 시장의 방향이 맞지 않다면 역시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반대로 맞다면, 그들이 높은 수준의 서비스 완성도를 유지하고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이상, 흥행이 지속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나아가, 그들이 읽은 시대 변화의 흐름이 맞다면, 카카오스토리가 정녕 대박이 된다면,  그것은 카카오의 밝은 미래를 시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카카오가 꿈꾸는 제조된 콘텐츠의 통제를 넘어선 소통을 통해 증가하는 스토리의 가치가 우리가 달려가야 할 방향이란 것을 보여준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