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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위협하는 애플, 전자책 가격 담합했나

2012.04.03

미국 법무부가 애플과 5개 출판사의 담합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조만간 합의점을 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출판사는 사이먼앤슈스터, 해치트북그룹, 피어슨 PLC 펭귄그룹, 맥밀란, 하퍼콜린스 등이다.

애플은 2010년 1월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출판사 5곳의 전자책을 내놨다. 전자책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아마존을 견제할 업체가 생긴 순간이다. 미국 법무부는 애플과 출판사가 이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지난 3월 알려졌다.

당사자간 계약에 대해 미국 법무부가 문제를 삼은 것은 애플과 5개 출판사가 전자책 시장에 사실상 도서정가제를 만들 의도가 있다는 점과 실제로 담합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유럽쪽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애플 아이북스 스토어

▲애플 아이북스 스토어

미국 법무부가 담합으로 판단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미국은 도서정가제를 허용하지 않고, 각 유통사가 자유롭게 가격 경쟁을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애플은 아이북스라는 전자책 서비스를 내놓으며, 출판사가 가격을 정하게 했다. 판매수익은 출판사와 애플이 7대3으로 나누되, 다른 서점보다 비싸게 팔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만들었다. 아마존이나 코보, 반스앤노블 등 다른 전자책 서점에 애플보다 책을 싸게 팔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 조항은 ‘최혜국 대우’라고 불린다.

그 덕분에 출판사는 그동안 유통사 쪽에 내어준 가격 결정권을 손에 쥐게 됐다. 미국 법무부가 문제로 삼는 게 바로 이 대목이다. 출판사가 가격 결정권을 쥠에 따라 전자책 가격은 자연스레 상승했다. 만약 대리점 모델이 다른 전자책 서점으로 퍼지게 되면 전자책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일이 벌어진다. 최종적으로는 어느 서점을 가도 전자책 값이 똑같은 모습이 나온다. 어차피 판매 가격이 같으니, 전자책 서점은 굳이 가격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된다. 결국 전자책 독자는 이전보다 비싼 값에 전자책을 읽게 되고, 이러한 판매 방식이 굳어지면 전자책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미국 법무부는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른 서점에는 애플보다 싼 값에 팔지 못하게 한 최혜국 대우 조항은 문제점이 더욱 부각된 모양이다. 미국 법무부가 애플과 5개 출판사와 마련할 합의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최혜국 대우 조항은 삭제될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3월30일 예상했다.

이번 사건은 애플과 아마존의 주도권 싸움으로도 보인다. 지난해 출간된 스티브 잡스의 전기 37장을 보면 당시 정황이 잘 드러났다.

▲애플 아이패드와 아마존 킨들

아마존은 총판 방식으로 전자책을 판매했다. 이 방식은 출판사가 유통사에 책을 판매하는 형태로, 종이책뿐 아니라 여느 유통 업계에도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출판사는 유통사에 전자책을 팔고, 해당 책 가격은 유통사가 정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다.

그런데 아마존은 전자책 사업을 벌이며 출판사에게 사들인 전자책을 9.99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저가 정책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여 박리다매로 매출을 거둔다는 전략인 셈이다. 출판사 처지에서는 너무 싼 값에 전자책을 파는 게 종이책 값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끼게 해, 종이책 판매를 줄일 것으로 걱정했다. 이런 와중에 애플이 등장해 ‘가격은 출판사가 정하라, 수익은 3대7로 나누되, 우리에게 최저가를 보장해달라’라고 한 것이다. 출판사들은 애플과 계약한 이후, 아마존에 애플과 같은 방식으로 책을 팔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게 바로 출판사들이 애플과 맺은 대리점 계약 방식을 다른 서점에도 강제하고 나섰고, 전자책 가격을 일시에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인 게 틀림없다고 미국 법무부가 판단한 근거이다. 특히 12일 사이에 애플이 4개 출판사와 계약을 완료했고, 해쳇북그룹과 맥밀란 고위임원이 한 호텔 바에 함께 있던 정황이 포착됐다.

문제는 출판사 5곳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배를 활용한 점이다. 5개 출판사는 미국 출판 시장에서 점유율이 8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전략은 효과를 발휘했는지 전자책 시장의 신예 애플에 시장 점유율 10%를 안겨줬고, 아마존은 시장점유율이 90%에서 65%로 떨어지는 효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전자책 가격이 상승해 전자책 독자가 애플과 5개 출판사에 지난해 8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태평양 건너 벌어지는 이번 사건이 국내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이번 사건은 전자책 시장이 2008년 7800만달러에서 3년 만에 17억달러로 2배 넘게 성장한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중호 북센 미래사업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전자책을 제작할 때 종이책을 제작할 때 사용한 인디자인이나 쿽 파일을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는 반면, 미국쪽은 출판사가 전자책 제작과 종이책 제작을 연계해 우리나라보다 훨신 간단하게 전자책을 만들 수 있다”라면서 “미국쪽 출판사는 제작 과정이 어렵지 않고 추가 비용도 딱히 들지 않으니 전자책 가격을 낮출 여력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전자책 시장은 유통사가 알아서 판매가를 정하는 사례도 있다”라고 국내는 애플식 판매 방식이 자리잡은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은 모양새는 애플의 대리점 계약이되 사실상 아마존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유통사를 견제할 만한 출판사면 대리점 계약으로 계약하고, 규모가 작은 출판사는 유통사가 요구하는 바에 맞춰 전자책 가격을 정한다. 협의라는 과정을 거치지만, 종이책 판매망과 관련되다 보니 사실상 유통사의 입맛대로 전자책 가격이 정해진다. 사실상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 방식으로 형성된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자책에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이책은 이미 도서정가제가 적용된 상황으로 출간 18개월을 지나지 않았으면 유통사가 최대 10% 할인 판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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