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터닷넷> 메인화면 오른쪽 위에는 몇몇 기업블로그 글이 고정 노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오늘 유독 눈길을 끈 제목이 있다. ‘참여와 나눔의 CSR2.0‘이란다. 명색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 취재 담당자 아닌가. 제목을 타고 오라클 기업블로그 ‘One.RED.Team‘을 방문했더니.
사연이 재미있다. 요컨대 이렇다.
유원식 신임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 발단은 취임 직후부터 곳곳에서 쏟아진 축하난이었다. 축하할 일을 맞은 사무실이라면 으레 겪는 풍경이다. 다소 의례적이지만 빠질 수 없는 축하 화환과 난 선물들 말이다. 넘쳐나는 화분들이 한편으론 예쁘고 풍요롭지만, 너무 많은 탓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버려지는 것도 적잖다. 마음만 고맙게 받으면 좋으련만, 세상사 꼭 그런 것도 아니기에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아까운 마음이 들게 마련인 게 바로 축하 화환일 게다. 이런 까닭으로 축화 화환대신 좋은 일에 쓰도록 쌀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기업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오라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 유원식 사장의 ‘기지’가 빛났다. 선물받은 난을 직원들에게 분양하겠다고 전체 메일로 공지한 것이다. 분양 대상인 50여개의 난은 일주일만에 동났다. 그 대가로 114만원이 모였다.
오라클은 이 돈을 난치병 돕기 비영리단체인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내놓았다. 현명하지 않은가. 외부의 축하 인사도 기분좋게 받으면서 이를 현명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전환한 셈이니. 그저 발상만 조금 바꿨을 뿐인데 결과는 천양지차다.
직원들의 ‘참여’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분양에 참여한 50여명의 직원들은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남편, 아내를 위해 난을 구매했다”고 오라클 블로그는 설명했다. 단순히 직원들 뿐 아니라 가족까지 참여와 나눔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 셈이다. 상상해보시라. 난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어떻게 우리집에 난이 오게 됐는지, 그게 아픈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하는 가장의 모습을. 그 얘길 듣는 아이들의 마음속엔 나눔이 가져다주는 가치와 훈훈함이 두고두고 깊이 스며들 게다. 이 아이들은 아빠가 다니는 회사가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오라클은 금세 시들어버릴 축하인사 대신, 시들지도 모를 어린 생명에게 적게나마 도움의 물을 주는 쪽을 택했다. 다른 기업들도 본받을 만 하지 않은가.
이 소식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보도자료란 이름으로 정보를 받는 데만 익숙해져 있었다면 이 훈훈한 소식을 알지 못했을 게다. 오라클쪽 심정도 짐작할 만 하다.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굳이 자랑하기엔 쑥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연이라면 기업블로그가 제대로 된 멍석이다. 대놓고 확성기를 틀지 않고 에둘러 뽐내기에 얼마나 좋은가.
유원식 사장은 일회적 소비에 그칠 선물들을 직원들에게 ‘개방’하고 더불어 사랑을 나누도록 ‘참여’ 기회를 제공했다. 임직원들은 가족들과 나눔의 가치와 뿌듯함을 ‘공유’했다. ‘CSR2.0′이란 제목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어떠신가. 이제부터라도 나눔과 공유가 펄떡이는 ‘사회공헌2.0′에 동참하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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