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바뀐다

가 +
가 -

우리나라는 오픈소스 최대 소비국 중 하나다. 포털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통신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에도 적용돼 있다. 휴대폰에도 오픈소스가 활용되고 있고,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에도 다양한 오픈소스가 적용된다.

집단 지성의 대명사인 오픈소스에 대한 수혜만 입었다는 측면에서 최근 등장하고 있는 국내에 기반을 둔 오픈소스 업체들의 행보는 분명히 관심거리다.

아시아눅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해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오픈소스 업체인 유엔진솔루션즈나 지난해 리치인터넷아키텍처(RIA) 개발 툴을 오픈소스화한 토마토시스템, 오픈소스 DBMS 업체로 탈바꿈한 큐브리드, 큐브리드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블로그 설치 툴과 개발자 협업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화한, 국내 오픈소스의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려는 국내 최대 포털 서비스 업체인 NHN, 애니프레임워크를 공개한 국내 최대 IT 서비스 업체인 삼성SDS, 지눅스 배포판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SKC&C, 오픈마루라는 실험적 모델을 지원하면서 최근 WOC(Winter of Code) 2008 행사를 진행한 엔씨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지난해엔 아파치 디렉터리 프로젝트의 서브 프로젝트였던 MINA(Multi-purpose Infrastructure for Network Applications)가 TLP(Top Level Project)로 승급되면서 국내 개발자가 PMC(Project Management Committee) 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의 멤버가 아닌 커미터가 PMC 의장이 된 첫 사례라, 국내 오픈소스 진영에서도 축하해 주는 분위기다.

이들 신진 오픈소스 업계와 참여 인력들이 꾸준히 늘면서 한국과 한국 개발자들은 전세계 집단 지성의 성과물을 이용만 하고 발전에는 기여하는 바가 미비하다는 지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유엔진솔루션즈 장진영 사장은 “첫 술에 글로벌 커뮤니티로 키우기는 쉽지 않겠지만 한발 한발 국내 개발자들과 내딛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밝혔다.

국내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더 많은 국내 기반의 오픈소스 업체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오픈소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검증되고 있고, 제품의 성숙도도 높아지면서 상용 소프트웨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등 사업 모델은 충분히 검증됐다는 이유다.

또 국내 시장이 외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나 몇몇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지 못하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오픈소스 업체들의 등장은 필요하다는 것.

새롭게 도전하는 업체가 늘고 있지만 생산국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국내 커뮤니티들과의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국내 기반 오픈소스 업체들은 국내 개발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통해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되지 모른 것이 사실입니다. 오픈소스 기업의 최대 과제는 개발자들과의 소통인 만큼 국내 개발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중입니다”라고 밝혔다.

관련 업체들은 정부의 역할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교에 집중되고 있어 불만이 많다. 또 정부가 오픈소스를 지원하려면 해외 커뮤니케이션에 약한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다양한 전세계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있지만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력들은 국내에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대기업들이나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은 풀 타임으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을 두지 않고 있다. 정작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비용 절감까지 가능함에도 인력 투자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는 것.

하루 아침에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국내 기반을 둔 다양한 오픈소스 업체들의 도전은 그것만으로도 기존과는 다른 개발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오픈소스는 전세계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산과 외산의 경계를 허문다. 전세계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 오픈소스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또 다른 기여를 하는 모습은 더욱 의미가 있다.

국내 기반 오픈소스 업체들은 초기 국내 개발자들과의 소통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해외 개발자들과의 소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이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업체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국내 개발자들의 참여 여부에 달렸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이 같이 할 동료들을 향해 새로운 역사를 써보지 않겠냐고 손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