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명의 경제, 99명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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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으로서의 경제가 강조하는 두 가지 가정이 있다. 인간은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이라는 점과 경쟁이 최선의 효율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이 두 가정 아래서 이론 경제는 완벽함을 자랑한다. 합리적인 소비와 경쟁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여 적절한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고, 시장은 균형을 유지한다.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그 대가를 통해서 적절한 소비와 저축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이론이 수백년간 경제학을 지배한 이후 현실 경제는 이론과 점점 다른 상황으로 흘러갔다. 개인의 효울성이 꼭 전체의 효율성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앟는 경영자가 등장했다. 현실 경제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그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은 이처럼 기존 경제학과 경제 시스템이 현실 경제에서는 실패했다고 지적한 책이다. 저자인 이원재 한겨례경제연구소 소장은 순창 고추장 공장 설립을 예로 들며, 기업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설립한 공장이 사실은 그 지역 발전과는 전혀 연관이 없음을 설명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순창 고추장 공장 설립이 해당 지역 고용률을 높이지도, 해당 지역 임금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순창 지역의 공장화된 고추장 제조사의 매출은 3천억원, 고용 인원은 375명이다. 1인당 매출액은 8억원에 이를 정도로 생산성이 높지만, 매출이 오르는 동안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첨단 기계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이 생산성은 증가시켰지만 고용 증대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순창에서 재래식으로 고추장을 만들어 판매했던 자영업자가 줄어들어 지역 경제를 침체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경제 이론만으로 보자면, 기업이 순창에 고추장 공장을  지으면 그 지역 고용과 경제활동 인구를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야 한다. 기업의 이윤 창출 행위는 해당 지역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힘입어 기업의 행위는 단순히 자사 이윤을 위한 생산성 향상으로만 끝났다.

1990년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기업이 잘 살고 나라가 잘 돼야 개인도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떤가. 삼성전자 주가는 해가 지날수록 올라가지만, 우리 삶은 높은 물가에 팍팍해져만 가고 있다. 과거에는 1만원으로 할인카드 혜택을 받아 2명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2만원은 있어야 둘이 손잡고 영화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경제 지표로도 이론과 현실 경제와의 괴리감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의 상대 빈곤율은 1990년 7.8%에서 2008년 14.9%가 됐다. 같은 기간동안 GDP는 1만달러를 넘어 2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말이다. 국내 상대 빈곤율은 OECD 30개국 가운데 9번째로 높은 수치다. 상대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의 소득을 차지하는 인구 비중을 가리키는 지표로, 이 인구가 많을 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웃나라 일본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1951년부터 1991년까지 일본의 실질 GDP는 6배 증가했으나, 생활 만족도엔 변화가 없었다. 미국 역시 지난해 기준 1946년 이후 실질소득이 400% 증가했으나 행복 수준은 올라가지 않았다.

책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했을 때, 경제활동인구는 29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28명으로, 안정적인 상장 대기업에 다니는 정직원은 단 1명뿐이다. 매출액 상위 2천개 기업으로 넓혀도 3명 밖에 안된다. 비정규직이 14명, 자영업자가 17명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저자는 “우리는 99명이 1명의 경제를 자신의 경제로 착각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업과 나라의 부는 높아졌을지 몰라도 국민 행복과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는 이유다.

따라서 기존 경제학을 대신할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필요할 때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더 많은 돈을 벌어봤자 우리네 삶과는 아무련 관련이 없다. 기업의 이익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에게 집중될 뿐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모두가 평등하게 나눠가지는 사회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경제 시스템인 ‘사회적인 경제’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사회적인 경제는 이기심 대신 이타심, 상호성, 협동, 사회적 목적, 명예 같은 동기로 경제를 움직인다. 공정무역과 같은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행위와 자원을 공유하는 협동 소비가 오히려 전체적인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기적인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몇세기에 걸쳐 체험했다. 이제는 윤리와 협동에서 나오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이원재 소장은 책을 통해 윤리적인 선택, 협력적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선택이 선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믿으면서, 동시에 경제 성장이 없는 가운데서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대안, 저성장사회에서 탈성장으로의 대안 모색까지 고민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경영을 시행하고 투자자는 기업의 지배구조, 환경, 사회를 고려해 책임 있는 기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100년 뒤 우리 사회는 기업이 잘 살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돼 있을지도 모른다. 나눠 먹는 음식이 더 맛있다는 걸 기업도, 나라도 알았으면 싶다.

저자인 이원재 한겨례경제연구소 소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로 활동했다. 현장 기자 시절 IMF 구제금융 사태와 닷컴 기업들의 성장과 몰락을 목격하면서 ‘착한 기업과 좋은 경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에 입학했다. 그 뒤 MIT에서 그는 미국 경영학에 불어온 사회책임경영 바람을 목격하며, 기업과 사회과 상생하는 경영 방법을 배우고 연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현재 한겨례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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