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다떨기] NHN 이해진 CSO는 정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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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NHN 창업자이자 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NHN 내부 구성원들에게 위기감을 가지라고 한 강연 내용이 일부 공개됐습니다.

한국경제 인터넷 판에 관련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NHN 홍보팀은 이해진 CSO의 발언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 강연용이었기 때문에 가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강연도 거의 한 달 전에 진행됐다는 것만 확인해주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해진 CSO는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창업자이자 CSO로서 PC 기반의 NHN의 인터넷 서비스 시장 장악력이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시대에 통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을 강조한 발언이 좀 세게 나온 것 아닌가하고 추정할 따름입니다.

어제 오후 4시 20분, 트위터 관련 소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루터의 씨날을 통해 ‘이해진’을 검색해 봤습니다. 총 571건이 나왔고 최근 24시간 기준으로 검색해보니 540건이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글들이 하루 정도 걸려 올라오고 리트윗되고 있는 것이죠.

네이버의 전체 인원 중 대략 50%~60% 가량이 개발자라고 합니다. 개발자 사장 출신이 개발자들에게 직설적으로 발언한 것 때문에 개발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견해들을 많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이해진 CSO는 정말 내부 개발자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를 잘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 많은 NHN 개발자들이 회사를 퇴직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사람이 있으면 든 사람도 있죠. 문제는 삼성에서 일하던 개발자가 NHN에서 와서 편하게 지내려고 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진 CSO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하는 겁니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일하는 국내 업체의 한 대표는 “삼성전자 개발자들이 철야에 야근, 주말 근무를 밥먹듯이 하니 우리 같은 업체는 어찌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근무 환경은  비단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그는 “다른 대기업들도 형편은 다르지만 상황은 거의 마찬가지”라고 전했습니다. 갑이 저러니 을, 병, 정은 알아서 일해야 하는데 내부 직원들이 견디다 못해 이직을 한다고 하소연합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0년 화두로 ‘워크 스마트’를 꺼냅니다. 일만 하지 말고 가정도 좀 챙기면서 일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최지성 부회장은 물론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임원들은 대부분 가정을 포기하고 일만 한 분들입니다. 거의 목숨 걸고 365일 일에만 매달린 분들입니다. 주말도 없습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일에 투자하는 시간에 우선적으로 집중한 것이죠. 가시적인 성과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밑에 일하는 직원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우리도 해봐서 아는데……”이런 말이 나옵니다.

더 큰 일은 이 분들 중 기러기 아빠가 있을 때는 정말 그 회사 내부직원은 물론 협력사 인력들은 지옥을 맛보게 됩니다. 집에 들어가봐야 반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주말에 회사에 출근합니다. 밑에 있는 이들 중 임원이 출근하는데 배째라 하고 집에서 쉴 수도 없지요.

이런 데서 근무하던 개발자들이 물리적인 근무 시간이 훨씬 ‘널럴한’ NHN에 오니 정말 편하지 않을까요? 비정상적인 곳에 있다가 정상적인 곳에 근무를 하니 기뻐서 한 말이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희희낙낙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가족들도 챙기면서 정말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을 겁니다. 당연히 NHN은 아주 좋은 회사입니다.

최근 새싹찾기라는 스타트업들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주 작은 벤처기업들이지만, 이 기업 CEO들은 야근과 철야, 주말 근무를 정말 싫어합니다. 내부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자는 벤처가 죽을똥 기를 써도 될까말까한데 놀 거 다 놀고 무슨 사업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영진들의 말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기자님, 저희는 그동안 포털, 게임업체 등 소위 잘 나가는 곳에서 몇 년을 일했는데 야근과 철야와 주말 근무를 밥먹듯이 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모든 공은 기획자들에게 돌아가고 수익은 경영진들에게나 떨어집니다. 매출이 얼마 나왔고 수익이 얼마라고 하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사실 그렇게 짠 코드와 디자인 등은 그 다음날 보면 형편이 없습니다. 오히려 쉬고 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코딩을 하고 디자인 한 것이 훨씬 좋습니다. 에러가 더 적게 나고 창의적인 작품이 나오거든요. 저희는 되도록이면 그런 근무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통할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해진 CSO와 동료들이 창업할 때와 다른 경영진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시작하는 기업 경영진들이 언제까지 그런 생각을 유지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전과는 다른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은 분명 이전 세대와 다른 방식이라서 제 눈에는 상당히 신선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도 옛날 사고 방식에 젖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간 IT기자 생활을 하다보니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초기 벤처 창업자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있던 이들이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배운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물론 창업 초기였기 때문에 상당히 열정적으로 일들을 합니다. 많은 미디어들도 창업자와 함께하는 많은 개발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창업자들도 그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말을 자주 했고, 미디어 행사에도 전면에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닷컴 붐 이후 10여년이 흘렀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조직 관리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개발자보다는 기획자를 우대하고 있는 상황을 이곳저곳에서 목도합니다. 기획자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이 구체적으로 서비스로 현실화되려면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 가장 잘 나간다는 NHN에서 개발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을까요? 그들은 왜 옛날을 회상하고 있을까요?

얼마 전 블로터닷넷이 외신 기사를 인용해 ‘2012년 최고의 직업은 SW 엔지니어’  라는 글을 썼습니다. 물론 미국 이야기입니다. 기사 댓글을 읽으면서 한숨만 나왔습니다. 지금 국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NHN은 성골과 진골 같은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 바닥에서 일한 사람들은 한두 번 들어본 게 아니죠. 서울대와 카이스트로 대변되는 유능한 인재들이 모든 걸 다 장악하고 있고, 일을 해도 그 후배들에게 일감을 주고 그렇지 않은 학벌의 친구들에게는 제대로 기회도 안 준다는 것이죠. 저는 설마라고 이야기하지만 많은 이들은 설마가 아니라고 합니다. 유능한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하겠지만 서울대와 카이스트만 나온다고 유능한 인재인가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참, 마지막으로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스티브 발머 CEO가 등장하고 나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스티브 발머 CEO는 모든 경영진에 MBA 출신들을 앉힙니다. 그전에는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경영진에 올랐습니다.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구글을 비롯한 다른 곳으로 이직합니다. 기술 회사에서 경영 성과만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최근 5년 동안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더 이상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기대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가진 것을 얼마나 천천히 잃을 것인지가 관심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다시 개발자들을 각 부문장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기술 회사가 기술자를 우대하지 않으면 누가 우대하겠습니까.

물론 구글에서도 페이스북으로, 트위터로, 징가로 가고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개발자들은 돈보다 자신들의 일이 재밌길 원합니다. 구글에는 더 이상 재미난 일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모험을 위해 흔쾌히 도전에 나서는 것이죠.

NHN 개발자들은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전세계 최고의 웹 기술을 스스로 학습해 나가고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 스터디를 통해 자신들의 서비스에 구현시킨다는 자존심. 그런데 최근 그런 인재들이 하나둘 NHN을 떠나고 있습니다. 구글과 야후, 아마존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지난 10여년의 IT 운영과 개발을 통해 얻은 지적 자산들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시장에 공개합니다. 또 아마존은 심지어 자사의 인프라를 개방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NHN 내부 개발자들이 그런 흐름을 몰랐을까요? 이미 파악하고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많이 제안을 했을 겁니다.

개발자들의 자존감을 잃게 한 것이 과연 개발자들만의 책임일까요?

국내 1위 포털 업체 창업자의 발언이라고 믿기 힘든 발언을 보고 몇 자 적어 봅니다. 나이가 들면 모두가 꼰대가 된다고 하지만 27살에 이미 IT 업계의 주류가 되었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자신이 비주류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해적 정신’을 잃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옹이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물리적인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무슨 생각을 가지고 평생을 도전해 나가느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쉽게 그 발언이 공개되지 않았던 이해진 CSO의 모처럼의 발언 내용은 그런 점에서 아주 실망스럽고도 실망스럽습니다.

이해진 창업자가 다시금 개발자들과 어깨를 싸매고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가슴 터놓고 말을 하면서 엄청난 파도인 모바일 시대에도 잘 적응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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