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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대 활짝…다음의 ‘즐거운 실험’

2012.04.22

서울만큼 내집마련하기 어려운 곳이 또 있을까. 겨우 집 한 채 마련했대도 공기가 좋은 곳에 마련하면 직장과 멀기 마련이고, 교통이 편리한 도심은 매연이 가득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살기 팍팍한 서울 대신 제주도에 집을 마련했다. 이름까지 지었다. ‘다음 스페이스.’

다음 스페이스가 있는 곳은 제주대학교와 제주국제대학교, 한국폴리텍대학과 맞닿은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다. 여기에는 이스트소프트의 연구개발센터도 들어섰다. 다음 스페이스 앞 길은 ‘첨단로’. 최첨단을 달린다는 IT 회사 이미지와 딱이다. 지금은 첫 건물 ‘스페이스닷원'(space.1)만 들어선 상황이다.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은 기자 47명을 초청해 다음 스페이스닷원을 4월20일 소개했다. 새집을 마련했으니 집들이를 한 셈이다.

제주에는 368개 오름이 있는데, 다음이 스페이스닷원을 지으며 나온 돌과 흙을 쌓아 369번째 오름을 만들었다. 이 오름의 이름은 ‘다음 오름’이다. 다음 오름은 스페이스닷원 바로 옆에 있어 야트막한 산책로 구실을 한다. 다음오름은 생태연못과 텃밭, 게이트볼장, 테니스장과 함께 스페이스닷원을 둘러싸고 있다.

다음 스페이스

다음 스페이스

다음 스페이스

다음의 본사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한 박대영 이사는 스페이스닷원을 “다음의 기업철학인 개방과 소통을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제주를 표현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화산 동굴을 형상화한 내부, 오름을 형상화한 외부 디자인으로 제주 천연 환경과의 어우러짐을 추구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다 고개만 들면 한라산과 제주 앞바다가 바로 보입니다. 지속가능한 비전을 담아 창의적이고 친환경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제주로의 본사 이전을 위한 거점 마련에 설립 의의가 있습니다.”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소갯말이 거창한데 실제 모습은 기둥 하나도 없어 뻥 뚫린 느낌을 준다. 장식상 배흘림기둥을 3개 두긴 했으나, 기둥의 역할을 하진 못한다. 그런데 기둥이 없으면 건물은 어떻게 떠받치게 할까.

다음 스페이스닷원

▲박대영 이사가 다음 스페이스닷원에 쓰인 건축 기술을 설명하는 모습

건축가는 피아노 강선과 같은 철근을 건물 내부에 심는 ‘포스트텐션 공법’을 사용했다.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의 역할을 벽면과 바닥, 천장이 대신하는 셈이다. 스페이스닷원은 밖에서 보면 얼핏 우주선과 비슷해보인다. 네모반듯하지 않고 우주선 동체처럼 유선형으로 지었다. 여기에도 독특한 건축기술이 사용됐다. 큰 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방법인 FRP거푸집이 바로 곡면 제작에 쓰였다.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로비 구실을 하는 갤러리.

본사를 지으며 건축에 잘 쓰이지 않는 기술을 넣었다니 이제 다음의 기업철학에 ‘도전’도 넣어야겠다. 스페이스닷원의 도전은 조민석 매스스튜디오 대표가 맡았다. 평소 조민석 대표는 ‘건축은 아주 오래된 미디어이고 소통의 방식’이라고 말하는데 스페이스닷원을 통해 다음이 개방과 소통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꽤 고민한 모양이다. 스페이스닷원에 들어가면 실내에 있는지 헷갈릴 만큼 바깥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게임룸과 사무실, 회의실, 도서관 등을 막는 것은 투명한 유리창 뿐이다.

유리창은 환기 기구와 조명 기구 역할도 맡는다. 공기 좋은 제주에 오니 유리창이 제몫을 다 하나보다. 다음은 유리창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기능 몇 가지를 스페이스닷원에 넣었다.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카페테리아와 구내식당

빗물을 모아뒀다 조경이나 소방 용수로 사용하고, 건물 옥상과 벽면에 잔디를 깔아 단열재 대신 사용한다. 냉·난방에 필요한 전력은 밤에 끌어온 전기로 물을 미리 데피거나 식혀 낮에 활용하는 빙축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나니 다음은 스페이스닷원에 꽤 공을 들인 모습이다. 제주도에 본사를 짓겠단 계획을 2004년 3월에 발표하고 8년 만에 현실로 만들었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2003년 어느 식당에서 아이디어가 발제됐다”라며 당시 이야기를 들려줬다. “창의적인 사무공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사내복지 차원에서 시작한 본사 이전 프로젝트는 2004년 직원 16명이 내려오며 시작했습니다.”

다음 스페이스

▲다음 오름과 텃밭

이때 제주 프로젝트를 직원들은 ‘즐거운 실험’이라고 이름지었다. 제주로 본사를 이전하는 움직임은 2004년 3월,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진행됐고, 바로 그 달에 제주도청, 제주시청, 제주대학교와 상호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한 달 뒤 제주로 온 16명은 인공지능화연구소였다. 시험삼아 먼저 내려온 직원 덕분에 이후 순서는 차례로 진행됐다. 그해 6월, 미디어본부 직원 60명이 추가로 내려와 제주 직원은 80명이 됐다.

최세훈 대표는 “처음엔 ‘가능할까’란 고민이 있었다”라며 즐거운 실험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제주로 인력을 나눠서 근무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들 거란 염려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제주 프로젝트를 시작해 다음 스페이스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음은 2004년 7월 제주지점을 공식 열고 2005년 2월 다음 글로벌미디어센터(GMC) 공사에 돌입해, 꼬박 1년 뒤 완공해 지금까지 200명이 이곳에서 근무했다.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도서관

제주 이전 프로젝트에는 제주도의 발전을 돕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음은 2007년 3월 자회사 ‘다음소프트’를 설립해 지금까지 300명을 고용했다. 이 인원은 다음의 제주 사무소였던 다음 GMC를 사용하게 된다. GMC에서 근무하던 250명과 추가로 서울에서 온 100명을 더해 전 직원의 3분의1인 350명이 다음 스페이스로 옮겼다.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스페이스닷투, 스페이스닷쓰리를 지을 생각이다. 새로 짓는 건물에는 어린이집과 서울에서 제주로 잠시 오는 직원이 머무를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간다.

다음의 ‘즐거운’ 실험이 2783평 땅에 실현된 데에는 내부의 긍정적인 평가도 한몫한 모양이다. 다음은 그간 GMC에서 나온 결과들이 꽤 좋다고 밝혔다. 현재의 다음뷰인 블로거뉴스, 아고라, tv팟, 검색엔진 개발 등 다음의 주요 서비스가 제주에서 탄생했다. 최세훈 대표는 “2004년 제주에 첫 발을 내딛고 지난 8년간 우리 기업의 가치를 말해주는 시가총액은 5배 이상, 매출은 2배 이상, 직원도 2배 이상 느는 성장을 보였다”라며 “앞으로 8년 뒤인 2020년, 대한민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다음과 다음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며 제주 본사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다음 스페이스닷원

▲회의실과 프로젝트룸. 방마다 서울 직원들과 영상 회의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졌다.

다음 스페이스닷원

▲아이디어룸. 그네처럼 탈 수 있는 의자 2개가 마주앉아있다.

이제 다음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제주도민이 된다. 제주도에서 보면 타지인이 아니라 토박이가 생기게 된다. 다들 계속 제주에 눌러앉을지, 1~2년 일하다 서울로 가려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제주도민과 잘 어울러지는 것은 분명 중요할 것이다.

다음은 2008년부터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사연이 웹사이트에 올라오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심사해 후원했다. 지금까지 총 100명과 18개 기관을 도왔고 2010년부터는 제주 가정위탁 청소년에게 어린이날 행사나 여름˙겨울캠프를 열어줬는데 다음 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이 외에도 제주도교육청과 ‘깨끗한 정보세상 퀴즈대회’, 제주도대학교와 산합협력 프로그램인 ‘다음 트랙’을 시행해왔다.

집들이다 보니 다음의 제주 사랑과 본사 자랑이 꽤 길었다. 그만큼 제주로 이사온 사실이 믿기지 않고 뿌듯한 모양이었다. 지금 다음은 최세훈 대표와 박대영 다음서비스 대표이자 이사 등 주요 임원진이 가족들과 제주로 이사와 살고 있다. 다음은 지난해 온네트를 인수하며 서울과 제주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도쿄에도 사무실이 생겼다. 이 곳들도 곧 다음 스페이스의 일부가 될 터이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믿음, 우리가 실제로 증명해 내고 있습니다. 서울과 제주로 나뉜 게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직원이 서울에서 일해보고 제주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근무할 날이 금방 올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일하고 싶다며 들어오는 신입사원이 많은데 이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스페이스가 궁금하다면 지금 e메일을 보내 방문 신청을 해보자. 신청은 방문할 날짜보다 2주 앞서 해야 하며, 최소 인원은 10명이다.

다음 스페이스닷원 올리볼리관

다음 스페이스닷원 올리볼리

▲올리볼리 도서관

다음 스페이스닷원

다음 스페이스닷원

▲세탁실과 직원들이 오전에 세탁물을 맡기면 저녁에 찾아가게 마련된 공간

다음 스페이스닷원

▲휴식을 취하는 게임룸과 스낵바

다음 스페이스닷원

▲멀티홀

다음 스페이스닷원

▲건물 내 유일한 흡연 공간

borash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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