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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임 벤처대표 취임에 주목하는 까닭
by 이희욱 | 2009. 02. 10

올라웍스가 이구환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맞았다. 단순한 대표이사 교체 소식 같지만, 배경에는 흥밋거리들이 꽤나 숨어 있다. 뉴스 중심지가 올라웍스란 것도 그러려니와, 신임 대표 이름 석 자가 ‘이구환’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구환

(사진=올라웍스 홈페이지)

이구환 새 대표는 IT업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MS맨’이다. 그는 첫 직장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에서 무려 21년동안 붙박이로 일했다. 이직과 전직이 밥먹듯 일어나는 IT 바닥을 고려하면 드문 일이다.

이구환 대표와 한국MS의 인연은 남다르다. 1988년 1월 KAIST 석사과정을 밟던 시절, 학교 선배 손에 이끌려 우연찮게 한국MS 사무실에 놀러간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구경삼아 잠깐 들를 요량이었지만 얼떨결에 면접까지 마치고 덜컥 입사를 결정한 것이다. MS맨으로 첫발을 딛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이구환 대표의 인생은 한국MS의 역사와 같은 궤적을 그렸다. MS-DOS와 윈도우 등 MS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제품들의 한글화 작업에 참여했고, 2001년 8월부터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한국 MSN 서비스 총괄 이사를 맡으면서 한국MS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MS 근속 20년을 인정받아 스티브 발머 MS CEO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영원한 일터란 없는 걸까. 윈도우를 통해서만 마냥 세상을 바라볼 것 같던 이구환 ‘상무’도 훌훌 자리를 털었다. 새로 옮긴 곳에선 ‘대표’란 직함으로 한 회사와 직원 전체를 제대로 책임질 모양이다.

‘상무’와 ‘대표’의 간극을 인정한다 쳐도, 글로벌 SW제국의 한국지사에서 병아리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게 자연스러워보이지는 않는다. 이구환 ‘상무’가 이직 결심을 굳힌 무렵인 지난해 12월께가 한국MS 수장 교체설이 공공연히 나돌던 시점이란 것도 공교롭다.

주변 시선이야 어떠랴. 이구환 ‘대표’는 벌써부터 의욕이 넘친다. “글로벌 기업이 별건가”라며 세간의 의혹어린 시선에 일침을 가하는가 싶더니 “늘 토종 기업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키는 일을 해 보고 싶었는데 올라웍스가 가진 기술력과 맨파워라면 그 꿈을 이루기에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벌써부터 신발끈을 단단히 죄는 모양새다.

이같은 결정엔 김화선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부사장과의 남다른 인연도 한몫했다. 김화선 부사장과 이구환 대표는 KAIST 선후배 사이다. 21년전, 일터를 구경시켜준다며 젊은 공학도 후배의 손을 잡아끈 ‘선배’가 바로 김화선 부사장이다.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는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이 ‘진대제 펀드’의 첫 투자대상이 바로 올라웍스다.

지난 2007년 1월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는 인텔캐피탈, 윌슨손시니 등과 함께 올라웍스에 400만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환율로 쳐도 대략 40억원이니, 적잖은 규모다. 허나 2년여가 지난 지금, 올라웍스 사정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새다. 태그기반 사진공유 서비스 ‘올라로그‘와 ‘얼굴 자동인식’ 기술을 앞세워 ‘포토2.0′ 서비스로 초창기 주목받았지만, 이후 내놓은 사진공유 웹서비스 ‘올라데이‘나 실시간 커뮤니케이터 ‘올라팝‘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얻으며 세간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졌다. 지금은 원천기술인 자동 일굴인식 기술을 앞세워 SK텔레콤, KTH 등에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지형도도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 3년전 올라웍스가 처음 얼굴을 내밀 때만 해도 마냥 신기해보였던 얼굴 자동인식 기술은 이제 보편화되는 추세다. 구글 피카사, 윈도우 라이브 포토갤러리 등이 비슷한 기술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태그 기반의 지능형 사진검색’이란 특징 또한 애당초 의도와 달리, 그리 똑똑한 검색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라웍스의 기술력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 올라웍스가 보여준 서비스나 사업 행보가 주변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뜻이다. 적잖은 초기 투자금액과 ‘진대제 펀드’란 주목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IT업계 호사가들이 올라웍스를 두고 심심찮게 입방아를 찧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되겠다.

사실이든 아니든, 시장은 이구환 대표를 성장판이 멈춘 올라웍스에 생기를 불어넣을 ‘구원투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구환 대표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21년전 덜컥 들어선 MS맨의 길이나, 8년전 ‘30대 이사’로 MS 인터넷 사업을 두 어깨에 짊어졌을 때처럼. 한 벤처기업 대표 변경 소식이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 이유 치곤 너무 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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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닷넷 편집장 @asadal. 정리강박증. '우공이산'(http://asadal.bloter.net) 블로그. asada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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