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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IPTV를 세계화 못하는 이유

2009.02.12

IPTV 분야에 흥미로운 뉴스 하나가 나왔습니다.

앤티비커뮤니케이션즈(&TV Communications, 이하 &TV)라는 회사가 미국 한인 대상의 IPTV ‘Enjoy &TV’ 서비스를 12일부터(현지시간) 시작한다는 것이죠. &TV는 포스데이타(지분율 69%)와 셀런(17%), 재능교육(11%), 아카넷TV(3%) 등이 공동 투자해 미국 현지 IPTV 사업을 위해 지난해 설립한 기업입니다.

KT와 LG데이콤, SK브로드밴드 등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회사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는 국경을 초월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지만 정작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하는 서비스 중 국내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IPTV는 국경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megatv090212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는 인터넷에 연결만 되면 어디서나 구매가 가능하죠. 방송국들이 유료 VOD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아무도 막지 않고, 해외 VOD 사이트에 접속해 콘텐츠를 다운받아 사용하더라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습니다. 콘텐츠 가격만 낼 뿐이죠.

국내 통신사들의 메가TV나 myLGtv, 브로드앤TV 등 IPTV에서 제공하는 VOD 서비스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국내외 상황을 좀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KT나 LG데이콤은 자사망 사용자에게만 IPTV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인증 시스템을 통해서 타 망을 사용하는 고객은 셋톱박스가 있더라도 시청 자체가 안되도록 한 것이죠. SK브로드밴드는 서비스 초기 타사 망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셋톱박스만 구매하면 서비스가 가능토록 했습니다.

하지만 LG파워콤이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하나TV 서비스가 자사 망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면 망 접속을 차단했고, KT도 반발했었습니다. 타 망 사용자 중 하나TV 이용자들은 갑자기 시청을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이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2006년 12월 초 구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는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과 LG파워콤에 모두 시정초지를 내렸습니다. LG파워콤이 하나로텔레콤과 체결한 협정서에 따라 기본서비스나 유료부가서비스의 구분없이 설비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였죠. LG파워콤이 과도한 트래픽 유발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협정을 위반하고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로텔레콤에게도 망 이용대가를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유료부가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책임을 물었습니다. 통신위는 두 회사에 각각 접속 차단을 해제하고 두 회사가 1개월 내에 망 이용대가를 합의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후 두 회사는 임차망(MISP) 지역에서 ‘하나TV(현 브로드앤TV)’를 제공하는 이용대가로 가입자당 800원으로 하고, 트래픽 증가로 인해 증설되는 광동축혼합망(HFC) 장비에 대해서 하나로텔레콤이 비용 중 일정액을 분담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후 타 통신사들도 적극적으로 IPTV 사업에 뛰어들면서 하나로텔레콤은 타 사 망 가입자들 대상으로 하나TV에 대해서 지금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예 가입 회사를 바꾸도록 결합상품을 출시한 것이죠.

여기까지는 국내 상황입니다.

그럼 해외 상황은 어떨까요? 일단 KT와 LG데이콤이 제공하는 메가TV와 myLGTV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자사 망 이용자에게만 인증을 통해 서비스가 됩니다. 당연히 해외망 이용자는 이용을 할 수 없습니다.

반면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는 초기부터 망 중립적인 서비스를 했습니다. 국내 타 사업자들이 반발했지만 망 이용대가에 대한 합의도 했습니다. 초기 서비스 자체가 폐쇄형 서비스로 기획된 것이 아닌 것이죠.

SK브로드밴드에서 브로드앤TV 서비스를 시작하자 미주와 동남아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이나 국내 드라마를 좋아했던 아시아인들은 한국에서 셋톱박스를 구매해 직접 설치해 VOD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초기부터 스트리밍 방식보다는 다운로드&플레이 방식을 제공했죠. 셋톱박스에 하드웨어를 장착했습니다. 이용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지요.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방송국들의 반발입니다. KBS나 SBS, MBC 등은 자사의 드라마를 해외에 판권을 받고 판매합니다. 나라별로 판권 금액도 천차만별이죠. 그런데 국내 통신 사업자가 국내 드라마를 손쉽게 해외에서도 시청할 수 있도록 하자 자사의 드라마 판매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SK브로드밴드에 콘텐츠 공급 가격을 상당히 높게 책정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방송을 통해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합니다.

그 결과 SK브로드밴드는 지금 해외 IP망을 차단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전혀 접속을 못하도록 한 것이죠. 물론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하면 우회해서 접속을 할 수 있겠지만 개인 사용자들에게는 접근하기 힘든 방법입니다.

이와 관련해 하나로텔레콤의 고위 임원이었던 한 관계자는 “서비스 지역은 한국이었지만 전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못찾아 못내 아쉽습니다”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물론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수익 모델을 위협하는 통신사들의 모델 출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콘텐츠 제공 업체나 이를 받아 서비스하는 업체나 모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텐데도 해외IP망을 차단토록 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판권 문제나 콘텐츠 공급 단가 문제는 IPTV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만큼 앞으로도 두 진영이 상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분야입니다.

물론 국내 콘텐츠 공급사와의 문제 해결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국내 타 통신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다른 나라의 통신사들과도 협력을 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분명 이 문제도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국내는 기존 유선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그대로 실시간 IPTV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망을 소유하지 않고 관련 사업을 벌여보려다가 좌절을 맛봤습니다.

IPTV 서비스를 놓고 일어났던 망 중립성 논의도 이제는 쑥 들어갔습니다. 망을 보유하지 않은 서비스 업체는 국내에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포스데이타는 동일한 서비스로 미국 통신 사업자와 협력하면서 미주 한인 대상으로 관련 서비스를 합니다.

KT나 LG데이콤 측은 “서비스 품질 문제 때문에 우리망 이외에서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전세계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는데도 작은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을 벗어날 수 없도록 미리 차단하고 나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기존 초고속가입자 이외에 가입자를 더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한계적인 서비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입자가 포화된 상태에서 해외로 나가도 늦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요?

포스데이타가 보낸 미주 한인 대상 IPTV 서비스 제공 보도자료를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적어봤습니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국내 통신사들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보에 더 눈길이 갑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360이라는 게임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물건이 단순 게임기는 아니죠. 인터넷에 접속해 멀티 게임도 가능합니다. 업계에서는 단일IP기기로 전세계에 가장 많이 구축돼 있는 제품으로 XBox-360을 꼽곤 합니다.

지난 2008년 세계가전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NBC 유니버셜, 월트 디즈니, 메트로 골드윈메이어(MGM) 스튜디오, 쇼타임 네트워크 등과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고, 엑스박스(XBox)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서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XBox를 통해 VOD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물론 서비스는 미국에 한정돼 있습니다. 여기도 물론 판권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죠.

만약 판권 문제가 해결되면 어떻게 될까요? 국내 통신사들은 XBox에서 제공하는 VOD 서비스가 망 인프라에 과도한 트래픽을 주고 있다고 서비스를 차단할까요?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쉽게 한국에서 관련 서비스를 런칭하지는 않겠지만 정말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련 기사] 포스데이타, 미 한인대상 IPTV 서비스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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