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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대학교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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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월급도 받고 겸임교수도 하면서 지갑이 두툼해진 줄 알았다. 부럽다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웃는다. 특히 최근엔 새학기가 되면서 지갑이 더 얇아졌다고 울상이다. 멋모르고 학생들에게 개강 파티 장소를 알아보라고 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교수님이 쏜다는데 허접한 곳을 예약할 학생들은 없다. 이걸 간과했다. 오랫동안 강의하다보니 이제는 자신이 직접 개강파티 장소를 물색한다는 베테랑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웃었다.

웃음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일주일에 한번 제주대학교 다음트랙에서 강의를 하는 이들이다. 왼쪽부터 허윤호(콘텐츠개발팀), 백명석(클라우드컴퓨팅팀), 강순범(FT개발2팀), 윤석찬(DNALab), 이원주(웹표준기술팀) 겸임 교수들이다.

허윤호 배명석, 윤석찬 겸임 교수는 5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자들이다. 강순범, 이원주 겸임 교수 최근 프론트엔드 기술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새롭게 강의를 맡았다.  ‘다음인 해커톤’ 행사에 참여한 김에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는 이들과의 만남을 부탁했고 이들은 흔쾌히 자리를 함께 해줬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제주도에 새로운 둥지를 틀면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모색했다. 이런 고민 속에 마련된 것이 ‘다음 트랙‘이다. 다음트랙은  2007년 인터넷 업계 최초의 체계적인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국립 제주대학교에 강의를 개설해 실무 중심의 임직원 교과목 강의와 현장실습, 인턴십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트랙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 중 실제 직원으로 채용하기까지 한다.

강의는 2학년부터 들을 수 있다. 2학년 때는 인터넷 프로그래밍 실습과 C++ 프로그래밍, 자료구조를 배우고 3학년 때는 운영제체설계, 정보통신, 인터넷 프로토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고급 웹 응용개발 실습을 한다. 4학년 때는 포털서비스개발론과 현장실습을 거쳐 인턴십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3년 동안 웹 생태계를 둘러싼 기술들을 몸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에게서.

제주대의 경우, 컴퓨터공학과 입학 성적이 최근에 다시 공대 1위를 되찾고 제주 밖에서 유학을 오는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다음트랙 수업을 듣고 싶어서 옮겼다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 모두가 일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경험을 아낌없이 쏟아낸 이들의 역할이 중요한 요인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어 보였다.

흐믓하고 보람된 일이긴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남을 가르치기 위해 시간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학원을 가서 강의를 듣기도 쉽지 않은데 가르치기 위해서는 몇곱절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어렵지는 않을까.

백명석(클라우드컴퓨팅팀) 겸임교수는 “현업에 있으면서 기술에 대해서 정리도 해야 되는데 강의를 맡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계속 공부해 나간다는 것도 좋은 것 같구요. 늘 팀원들과 함께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쿨하다. 오히려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니, 신파를 기대한 기자가 머쓱해졌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내부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강의를 맡았다. 하지만 강사들이 자주 바뀌게 되면서 학생들은 일관성 있는 교육을 들은 게 아니라 특강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강의를 전담할 겸임교수를 내부에서 선정했다. 일도 많아서 누가 신청이나 할까 하는 생각을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내부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인력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일을 경험할 수 있고 비록 겸임교수지만 자신의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이 프로그램이 비단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부 개발자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도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문가가 다 된 듯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것이 파악된 건 아니다. 초기에는 학생들이 어떤 걸 궁금해하고 기술 수준은 대략 어느 수준인지 궁금했다. 또 뭘 가르쳐야 할지, 어느 수준에서 강의를 진행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렇지만 강의를 끝내고 강의에 함께 참여했던 동료들과 수시로 모여 회의를 하고 그날 그날의 강의에 대해 평을 하면서 관련 고민들을 하나 둘 풀어나갔다. 처음 한달간은 항상 이런 모임을 이어나갔다.

전임교수들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강의 내용도 조절할 수 있을 정도다. 허윤호(콘텐츠개발팀) 겸임교수는 “강의를 해보면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수별로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러면 그에 맞게 강의 수준을 조정합니다”라고 말했다.

베테랑 교수가 있는 반면 햇병아리 교수도 있다. 바로 강순범(FT개발2팀) 겸임교수. 아직 강의는 안 해봤다. 이번 2학기 때 처음 강당에 선다. 소감을 묻자 “떨려요”라고 짧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제주대 다음트랙의 성과를 토대로 파트너십을 이어나갈 의지를 가진 학교를 찾는다는 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번 성과로 멈추지 않고 다른 대학들과 협력해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 물론 이런 확대에도 이번에 참여하고 있는 겸임교수들의 그간의 노하우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찬 팀장은 “졸업생들이 다음 뿐아니라 국내 많은 기업에 취업하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좋은 산학 협력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라고 밝히고 “제주대와 같은 성과가 다른 대학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먼저 연락을 주셔도 좋을텐데 말이죠”라고 웃었다.

기업들이 지역 사회와 대학과 손을 잡고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양한 협력 모델이 있는데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런 교육 공헌 활동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역 학교와의 협력은 해당 학교 학생들 뿐아니라 기업 내부에 근무하는 개발자들에게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신선해 보였다. 내부 구성원들의 경력 관리 차원과 다양한 경험 확대 측면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의 확산은 많은 개발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5명의 겸임교수만 보유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조만간 얼마나 많은 겸임교수를 확보하게 될지, 제주대 이후의 협력 대학은 또 어디가 될지 무척 기대됐다.

실무 기술 위주의 실습 수업 진행

다음트랙은 벌써 5년이 됐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노하우가 제법 쌓였을 법 하다. 특히 지역 기업으로서 다음 트랙을 통해 제주대의 우수 인재 확보와 육성뿐 아니라 제주대가 뛰어난 IT 인재를 배출하는 명문학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외부의 인재도 제주의 인재도 다음과 함께 제주 안에서, 희망찬 미래를 향해 함께 성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5개의 직접 강의와 방학 중 현장 실습 그리고 4개월간의 인턴쉽을 통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다음에 취직하겠다는 꿈을 꾸면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보기가 좋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란다. 모두 다 합격시킬 수 없으니까. 다만 신입 개발 공채의 10% 정도는 제주대 출신을 선발하고 있다. 국내 주요 학교 출신들과 당당히 경쟁할 정도로 훌륭한 인재가 됐다는 판단 때문. 시골 집을 떠나 객지 생활을 오래 해 온 기자 입장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취업할 기업이 있다는 건 무척 부러운 일이다.

그간의 성과에 후한 점수를 주었는지 올해부터는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에게만 제공되는 수강의 문턱을 컴퓨터 교육과 학생들에게도 낮췄다. 또 기존 3개 직접 강의 과목을 5개로 늘이고 제주대 학생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게 했다. 각 과목은 컴퓨터 공학과와 컴퓨터교육과에 두루 개설돼 있다.

이를 위해 다음에서는 사내 개발자 중의 일부를 교수 요원으로 선발했고 제주대에서는 겸임교원으로 발령을 냈다. 직강 교과목은 2학년 1학기의 오픈 소스 개발 방법론(윤석찬)로 시작해 2학기의 기초 프론트엔드개발(이원주), 3학년 1학기의 고급 프론트엔드개발(강순범), 2학기의 기초 자바 웹개발(백명석), 4학년 1학기의 고급 자바 웹개발(허윤호)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그동안은 백엔드 분야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엔 프론트엔드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강의도 마련했다.

오픈소스 개발방법론 강의는 국내 최초로 개설된 것으로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의 역사와 철학과 함께 소스 콘트롤, 버그트래커 활용법과 직접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그 동안 우분투, 데비안, 오픈오피스, KDE, XE, 텍스트큐브, 다음 오픈에디터 등 국내 오픈소스 커뮤니티 리더들이 참여해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강의 자료와 학생 활동은 온라인에 공개돼 있다.

프론트엔드 개발 강의는 초급과 고급으로 나눠 웹 표준 개발 방법에 기초한 프론트엔드 웹기반 기술을 습득하며, HTML, CSS, 돔스크립트 기술에 대해 공부하며 실습 프로젝트를 수행 한다. 또한, 기초 프론트엔드 기술을 이용해 고급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자바스크립트 기반 프레임워크,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프레임워크와 각종 모바일 웹 기반 프레임워크를 습득하고 실습 프로젝트를 수행 한다.

프론트엔드 개발 강의는 최근 신설된 것이라고 윤석찬 팀장이 귀띔했다. 그만큼 이 분야의 중요성이 최근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 시장의 변화를 바로 교육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음트랙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보였다.

자바 웹개발 강의는 웹개발에 기초가 되는 객체 지향과 MVC의 개념을 기초 자바 웹프로그래밍을 익히고 애자일 개발방법, TDD(Test-driven Developement)과 유닛테스트 기법 등을 지도한다. 또한, 다음의 자바 개발 프레임워크를 소개하고 익힘으로서 인터넷 포털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플랫폼에 대한 개발 경험을 얻을 수 있게 돼 있다. 이 강의에서는 대표적인 오픈 소스 MVC 프레임워크인 스프링을 비롯해 Struts, iBATIS, 메이븐, 벨로시티 등을 익힌다.

다음 트랙에 직접 강의를 참여하고 있는 웹표준 FT팀의 이원주 겸임교수는 “젊은 학생들과 소통하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매우 기쁘다”며 가르치는 일이 회사의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만큼 자신의 자아 실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년 사내 개발자 콘퍼런스 개최

현업 개발자가 대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서로 기술을 공유하고 발표하는 일이 일상적이다. 개발직군이 모두 참여하는 사내 개발자 콘퍼런스를 2005년 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직군이 얼굴도 익히고 친목을 도모하자는 개발자 워크샵을 확대해서 각 팀이 가진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로 발전시켰다. 2006년에는 제주에서 2007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1년 365일 돌아가는 웹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직원의 반이 그것도 기술직군이 2박3일 동안 꼬박 회사를 비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하고 있는 기술 구현 사례를 서로 공유하고 튜토리얼을 통해 신기술을 가르치고 창의적인 전시물을 구현해서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삼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11년에는 외부 개발자를 위한 ‘디브온'(DevOn)이라는 행사도 마련했다.

사내 기술 교육도 모두 개발 직군 스스로에 의해 이루어진다. 신입 채용시 코딩 테스트 문제 출제와 채점, 기술 인터뷰, 2개월 간의 공채 교육 모두 개발직군에서 만들어 운영한다. 분야별로 사내 강사를 선발해서 기존 직원들의 기술 교육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에 대해 윤석찬 팀장은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한 학교씩만 잡아서 다음 트랙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학생들에게 개발자가 되겠다는 동기 유발을 통한 인재 육성과 자신의 기업에 속한 개발자들의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 주요 IT 기업이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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