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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서 총 좀 쐈더니, 사격 실력 늘었네

2012.05.03

더없이 화창한 5월이다. 이맘때쯤이면 대한민국 20대 후반 남자들은 긴장해야 한다. 언제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라는 ‘선배’ 찾는 전화가 걸려올지 모른다.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랜만에 진짜 총 한번 쏘고 오자.

기왕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는 김에 표적지에 정확히 총을 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겠다. 입으로만 ‘특등사수’가 아니라 진짜 실력을 증명할 좋은 기회다.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실제 사격 기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컴퓨터와 게임이 도움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가 ‘커뮤니케이션연구저널’을 통해 발표한 연구가 눈길을 끈다. 1인칭슈팅(FPS) 게임이 실제 사격에서도 정확도를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조디 휘태커와 브래드 버시먼 오하이오주립대학 교수 연구팀은 151명의 연구집단을 셋으로 나눴다. 한쪽은 폭력성이 포함된 슈팅 게임 ‘레지던트이블4’를 즐기도록 했다. 나머지 연구집단은 각각 폭력성이 없는 슈팅 게임 ‘위 플레이’와, 폭력성도 없고 슈팅 게임도 아닌 ‘슈퍼마리오 갤럭시’를 즐기도록 했다.

20분이 지난 후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 사격술을 실험했다. 6m 거리에서 180cm 사람 모양의 마네킨을 쏘는 실험이었다. 결과가 흥미롭다. ‘레지던트이블4’를 즐긴 집단이 ‘슈퍼마리오 갤럭시’를 즐긴 집단보다 무려 4배나 높은 정확도로 마네킨의 머리를 맞췄다. 게임 속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헤드샷’이다. 슈팅 게임으로 경험한 사격술이 실제 사격 기술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같은 슈팅 게임이지만 ‘레지던트이블4’를 즐긴 집단이 폭력성이 없는 ‘위 플레이’를 즐긴 집단과 비교해 50%나 높은 확률로 마네킨을 맞출 수 있었다.

사실, 비디오게임에서의 사격술 훈련이 실제 환경에서도 정확도를 높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브래드 버시먼 교수는 “경찰이나 군사 훈련 시스템에서도 가상환경을 이용한 훈련이 도입되고 있다”라며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일들은 현실세계에서도 쓸 수 있는 기술을 가상세계에서 배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난 재미있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헤드샷’과 관련한 실험 참가자들의 행동이다. 실험 참가자 중 실제 총 모양의 컨트롤러로 ‘레지던트이블4’를 즐긴 이들은 총 16발의 총알 중 평균 7발을 마네킨의 머리에 맞췄다. 다른 게임을 즐긴 연구집단이 평균 2발을 마네킹의 머리에 조준했다는 점과 비교되는 숫자다. 물론, 연구팀은 실제 사격에서 마네킨의 어디를 조준해야 하는지 지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게임 속에서 머리를 맞추면 특별한 보상이 주어진다. 적을 한 번에 쓰러트리거나 더 높은 점수를 얻는 식이다. 바로 이 같은 보상을 위해 게이머들은 머리를 주로 겨냥하는데, 이 같은 행동이 현실세계에서도 이어졌다는 뜻이다.

물론, 가상세계에서의 사격 훈련이 실제 사격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비행기 조종 기술을 익혔다고 해서 실제 F15 전투기를 몰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팀은 슈팅 게임 속에서는 저격수라 하더라도 현실 사격에서도 특등사수가 될 수는 없다고 한계점을 그었다.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그렇다면,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실제 총기 난사사건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일까. 불필요한 오해는 위험하다. 이번 실험은 가상세계의 슈팅 게임이 실제 사격 기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만 살펴봤을 뿐이다.

브래드 버시먼 교수는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실제 세계에서도 총기를 휘두른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이번 실험의 목표를 뚜렷이 구분했다. 가상세계를 통한 경험의 체득과 모방은 다른 영역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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