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인터넷 서비스, 이통사 입맛따라 써야 하나

2012.05.04

“망중립성 논의를 망 제공자와 서비스 제공자만의 논쟁으로 가져갈 게 아니라, 이용자와 소비자의 이야기도 듣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나아가 인터넷의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기술과 사업적으로만 이야기하면 어느 게 사실이고 허구인지 누구도 구분을 명확하기 어려워질 뿐이다.”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로 불붙은 망중립성 논의가 이용자 목소리도 포함해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 곳에서 나왔다. 경실련, 언론개혁시민연대, 인터넷주인찾기, 진보넷, 오픈웹,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은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을 구성해 ‘모바일인터넷전화 차단과 비용부담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5월3일 열었다.

망중립성 이용자포럼

토론자들은 망중립성에 관한 논의가 밀실에서 진행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망 제공 사업자와 서비스 사업자 일부만 참여해 논의가 진행될 뿐, 논의 자료조차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현재 망중립성 논의 과정을 비판했다. 김혁 SBS 정책팀 차장은 “망중립성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하고자 했지만, 논의에서 배제됐다”라며 “이용자 관점의 논의와 토론의 장이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콘텐츠나 서비스 등을 차별하지 않고 개방해야 한다는 뜻으로, 인터넷의 개방성을 보장하는 원리이다.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혁신의 토대를 마련하는 원리이기도 한데 최근 퇴색했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스카이프와 네이버 ‘라인’, 다음 ‘마이피플’ 등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3G 환경에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스마트폰 요금제 중 비싼 편인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3G에서도 이용하게 했다.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통신사들이 구축한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하면서 자사 전화요금 매출을 갉아먹는다는 게 이유였다. 또한, 앞으로 망을 개선하고 관리하는 자사의 투자 여력을 상실한다는 게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쪽의 논리이다. 하지만 서비스 끝단에 있는 이용자가 통신사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하는 CJ헬로비전의 이용국 실장은 “초고속 인터넷은 40%씩 전송비가 내려가고, 전송단가 또한 내려가고 있다”라며 “망 제공 사업자들은 실제 손익이 얼마가 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니 인터넷망 서비스도 저렴해지고 서비스쪽에서도 적자 날 리 없다는 이야기다.

원가와 시장 경쟁수준, 적정 요금수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망 제공 사업자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매출을 위협한다면서 정작 얼마나 매출이 줄었는지를 공개하지 않는 건 논리가 빈약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휴대폰 요금은 해마다 올리면서 살림이 어렵다고만 하니 ‘엄살 아닌가’라는 의문마저 불러온다.

망중립성 이용자포럼

▲이동통신사는 3G 데이터를 과다하게 사용자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요금제에 포함한 서비스를 다 쓰지 않는 소비자도 있는데 정확한 비율과 데이터량, 비용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이동통신사업자가 가입자당 매출액이 감소하기 때문에 수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2G에서 3G로 이동할 때 가입자당 매출액이 30% 증가했고, 이번에 LTE 요금제가 등장하며 패키지 요금 상품이 3G스마트폰 요금과 비교해 20% 인상됐다”라며 ‘가입자당 매출을 무한정 늘리고 싶은가’라고 반문했다.

소비자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스마트폰 요금을 부담하는데 치솟는 휴대폰 요금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소비자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행태를 읽어내지 못하고선 ‘우리 매출이 줄고 있다’라고 엄살을 피우니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차단하겠다는 통신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어려운 모양이다.

망 사업자의 논거가 흔들리는 지점은 또 있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스마트폰을 쓰면서 이동통신사에 데이터 요금을 내고 있다. 요금제에 포함된 양을 초과하면 추가 비용까지 문다. 그런데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쪽에 ‘무임승차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기창 교수는 “망 깔 때 이미 가입자에게 돈을 받았고, 데이터가 국제적으로 오갈 때 망 사업자끼리 정산도 마친 상황에서 ‘망 이용 대가 내라’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대해 이동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차단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소비자가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용할 권리를 앗아가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망 사업자가 ‘우리 수익을 위협한다’라고 판단하면, 해당 서비스는 소비자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인터넷 서비스가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 망사업자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눈치를 보는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도 나타날 것이다. 망중립성 논의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이 대목에 있다.

김성천 한국소비자원 정책위원은 “얼마 전 KT가 삼성 스마트TV를 며칠간 제한한 사건과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 제한은 소비자 선택권 차원에서 보면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능한 사안”이라며 “망중립성의 근본적인 화두는 콘텐츠를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종호 NHN 정책커뮤니케이션 이사는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보면, 망의 보안성과 안전성, 일시적 과부하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령이 정했거나 법 집행이 필요할 때 트래픽을 관리(규제)하게 돼 있는데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셋 중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라며 “(법적 근거 없이)망 사업자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동통신사가 SBS와 MBC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PooQ쪽에 ‘저화질로 서비스하라’라고 요구하면서 LTE 요금제에 끼워서 무료로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는 HD급으로 제공해달라고 하는 모습이 바로 망 사업자가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예라고 김혁 차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HD 모바일 TV를 볼 수 있다’라고 마케팅하면서 다른 서비스를 제지하려는 것은 차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망중립성이 흔들리면 ‘혁신’은 등장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망 사업자의 논리대로라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기도 전에 ‘망 사업자가 보기에 자기 매출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단에서 시작한 망 사업자의 칼자루가 언제 어떤 서비스로 불똥이 튈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김기창 교수가 “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어느 날 글 하나가 재미있다고 방문자가 늘어 트래픽이 폭주하면, 나한테도 돈을 내라고 할 것인가”라고 말한 게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이용자, 소비자라는 단어는 주어진 정보를 보기만 하는 사람을 일컫진 않는다. 언제든 원하면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가 되고 사업자가 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자이던 마크 주커버그가 인터넷 방명록을 페이스북으로 키웠듯 말이다. 모두에게 차별없이 인터넷 망을 개방해야 한다는 망중립성 논의에 이용자,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때이다.

토론회를 개최한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은 5월22일부터 이해를 돕기 위해 강연을 마련할 계획이다. 망중립성 논의에서 등장하는 용어 설명과 강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borashow@bloter.net

인터넷, SNS, 전자책, 디지털 문화, 소셜게임, 개인용 SW를 담당합니다. e메일: borashow@bloter.net. 트위터: @bora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