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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잇수다] ②그녀의 ‘1인 출판’ 실험

2012.05.11

책은 무엇인가? 종이책, 좀 더 확장한다면 전자책 정도다. 아무리 범주를 확장해도 상품과 가격이라는 속성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을 탄생시키고 있다. 트위터에 연재되는 140자의 시들, 체계적인 목차를 가지고 있는 블로그, 팟캐스트 형태로 제공되는 오디오북, 전문적인 정보를 요약한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 책처럼 편집된 PDF 파일, 핀터레스트로 꾸며진 앨범북 등 나열하자면 수없이 많다. 전형적인 상품 책이 이러한 형태들로 변모하기도 하고 반대로 이것들이 상품화되기도 한다.

상품의 형태가 아니고, 가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책이 아니라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 책의 본질은 유익하거나 재미있는 정보꾸러미다. 이 글에서 소개할 팟캐스트 또한 작은 문고판 도서를 만든다는 자세로 준비했다. 만약 부정하려 든다면 소셜미디어 시대의 출판 생태계에서 위태로워질 수 있다.

니콜라스 카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책이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이퍼링크를 눌러가며 이 콘텐츠에서 저 콘텐츠로 넘나들기만 한다. 이러한 파편적이고 순간적인 정보 소비 습관은 독서에 필요한 인내심과 사고 능력을 저하시킨다. 모든 정보를 찾아주는 인터넷의 방대한 하이퍼링크는 책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그 결과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게 되고, 결국 바보가 된다.

그런데, 소셜미디어는 니콜라스 카가 주범으로 지목한 과거의 인터넷보다 더욱 산만하다. 하이퍼링크는 물론, 끊임없이 흘러넘치는 소셜스트림까지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어떤 하이퍼링크를 누를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뉴스피드에서 정보가 흘러가는 것을 구경만 해도 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정말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책을 위태롭게 한다는 말에는 크게 공감한다. 확실히 소셜미디어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은 줄어들었다. 물론, 공범도 있다. 우리 곁에는 언제나 ‘걸어다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스마트 모바일이 있다.

따라서 책은 산만한 환경에서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앞서 열거한 새로운 형태의 책들이 그 예다. 인터넷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의 지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책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책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책들은 대게 상품이 아니다. 이러한 책들로는 전통적인 출판 산업에서 가능한 수익 모델을 기대할 순 없다.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또한 달라져야 한다.

무료 저작 도구와 유통 플랫폼이 널려있어 이제는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돈을 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그 수고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도구와 플랫폼 사용법도 알아야겠지만 그 보다 먼저 책을 통해 어떤 목적을 가질 수 있는지,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떠한 방법들을 취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새로운 출판 생태계에서는 새로운 게임의 룰이 필요하다.

여기 혼자의 힘으로 책을 출간한 사람이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출판 모델을 직접 실험했다. 그 실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해주기 위해 팟캐스트 ‘소셜잇수다-스스로 출판하기’ 편에 출연했다. 바로 ‘어슬렁의 여행 드로잉북’의 저자이자 발행인 이미영(@netstrolling)씨 얘기다.

그녀는 소셜 펀딩으로 비용을 마련했다. 책이 출간되면 보내주겠다는 조건으로 후원을 받았다. 선 판매를 한 셈이다. 그 돈으로 유럽으로 드로잉 여행을 떠났다. 여행 도중 블로그에 드로잉 작품을 연재했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소량 인쇄를 해 주는 곳이 없어 충무로 거리를 헤집고 다녔다.

우여곡절 끝에 책은 세상에 나왔고 현재 전국 10개 서점에서 소개되고 있다. 발품 팔아가며 찾아낸 독립 서점들이다. 책 배달도 배낭을 짊어지고 직접 했단다.

힘들게 만든 책을, 그것도 오프라인에서 유료로 팔리는 책을 온라인에서는 무료로 공개했다. 책에 있는 작품으로 전시회도 열었고, 책을 만든 경험으로 강연도 한다.

그녀에게 있어 책은 최종 결과물이 아닌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자 형태가 자유롭게 바뀌는 유기체다. 또한, 공유를 통해 책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그 무언가다.

지금은 그만두긴 했지만 여전히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상근활동가로 보인다. 자신의 귀한 경험담과 체득한 노하우를 솔직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소셜잇수다의 이번 방송은 스스로 출판하기의 좋은 교본이 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나 역시 그녀의 조언에 따라 도전해볼 생각이다.

팟캐스트는 이 글처럼 딱딱하지 않다. 단지 살아있는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럼에도 장황하게 팟캐스트 녹화 배경을 설명한 것은 이미영씨의 이야기 이면에는 이러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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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녹화를 마치고 어슬렁 이미영님과 함께>

business@bloter.net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 요즘 최대 관심사는 디지털마케팅과 99% 기업을 위한 적정마케팅. 쓴 책으로는 페이스북 장사의 신(2013, 블로터앤미디어), 소셜커머스(2011, 블로터앤미디어), 옮긴 책으로는 B2B소셜미디어마케팅(2011, 블로터앤미디어)이 있습니다. 트위터 @socialhow, 페이스북 @김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