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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진단]②뉴타운 vs. 리모델링

| 2012.05.15

“사내 정치가 난무하다보니 정작 시너지를 내기가 정말 힘듭니다.”

취재차 만난 많은 이들은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의 현주소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업자들이 등장했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들은 물론이고 IT 서비스 회사들도 모두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별도의 클라우드 추진본부 혹은 클라우드 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새로운 조직을 꾸렸으니 예산, 인력이 투입되고 또 당연하게도 새조직에는 올해 달성할 ‘매출 목표’가 떨어진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부터 출발한다. 기존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던 조직과 새롭게 생긴 조직의 지향점이 동일해지면서 같은 고객을 놓고 내부의 조직끼리 충돌하게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지향하는 점은 단순하다. 모든 IT 자원들을 중앙에서 공유해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서 궁극적으로 서비스 이용자가 사용자 포털을 통해 자원과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IT 조직 역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목표로 삼고 진행해 온 일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클라우드 추진본부 혹은 클라우드 사업팀이 생기면서 기존 조직들은 그동안 엉뚱한 일을 해 온 조직같은 대접을 받게 된다.

사진 출처 : 플리커 CC BY Taekjoo

IT 서비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 추진본부에서 하겠다는 것이 기존 조직에서 추진해 왔던 유틸리티 컴퓨팅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동일합니다. 하나의 고객을 놓고 기존 조직과 클라우드 추진본부가 서로 접촉하면서 이들의 알력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사적인 의사결정으로 IT 자산을 IT 서비스 업체에 모두 넘겨주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겠다고(유틸리티 컴퓨팅) 했는데 갑자기 클라우드 추진본부가 와서 같은 이야기를 하니 납득을 하겠냐는 것이다.

또 아직까지 자산을 넘기지 않은 고객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조직은 매년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하는데 클라우드 조직은 서비스로 넘겨 달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회사의 다른 조직이 서로의 약점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웃지 못할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다. 집안 싸움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기존에 축적됐던 노하우르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모 통신업체 출신의 한 관계자는 “최근 통신사들이 제공하겠다는 IaaS의 경우 서버 호스팅 관련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화시켜 나갔어도 충분히 가능했을 일입니다. 또 통신사 내부에서 그간 축적했던 기술과 인력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흐름에 대응했어도 가능했을텐데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지만 성과를 내려면 얼마나 걸릴지 요원합니다”라고 밝혔다.

기존 조직과 인력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로운 흐름에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니 모두 새로운 바탕에서 시작해야 하느냐의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하고 빠르게 서비스들을 하나둘 얹으면서 치고 나가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과는 출발부터 다르다.

고객인 기업들도 최근의 흐름에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지주 회사들의 경우 각 기업 계열사들의 IT 자산들을 서비스 회사에 이관시켜놓고는 있지만 정작 각 회사별로 별도의 인프라를 활용한다. A라는 제조회사와 B라는 유통 업체가 있지만 그들의 IT 예산은 별개로 책정된다. A 회사의 서버나 스토리지를 B 회사가 사용하는데 난색을 표명한다. 이는 역으로도 동일하다.

물리적으로 데이터센터에 IT 자산을 모아놓고 각 회사별 서버나 업무를 통합시켜 놓고는 있지만 하나의 인프라에서 모든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통합전산센터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각 부처의 업무를 위해 통합을 해놓고 있을 뿐 다른 부처의 인프라를 공유해서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마땅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 클라우드 분야 한 컨설턴트는 “경영진들이 클라우드라는 대세를 기술로 보지 말고 내부 시스템 개발, 운영, 폐기와 관련된 전체적인 개선의 한 과정 혹은 하나의 진화 방향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런 조정 작업 없이 사업부를 만들어 놓고 돈 벌어 오라고 하니 각 사업부들끼리 경쟁만 하고 정작 원하는 성과는 못 얻는 문제가 발생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의 고객을 놓고 서로 다른 사업부가 경쟁하는 체계를 손보기 위해서는 영업 사원들에 대한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체적인 매출 볼륨은 줄어들지만 IT 인프라의 효율적인 운영과 신속한 신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 프로세스와 평가 방식 전반에 대한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것. 가령 C라는 사업부의 경우 고객들이 새로운 프로젝트 수주를 성과 평가로 만들어 놓았는데 D라는 클라우드 사업부가 고객을 접촉해 이를 서비스로 이관하게 되면 C 사업부의 업무 평가는 그해 마이너스가 된다. 당연히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기존 수익을 포기하지 않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와 관련해 더존비즈온의 행보는 눈여겨 볼 만하다. 더존비즈온은 ‘스마트택스OS’라는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패키지 이외에 서비스로도 선보였다. 이 사업을 위해 더존비즈온은 기존 영업 조직안에 SaaS를 전담할 부국장을 뒀다. 하나의 지사를 담당하는 국장밑에 새로운 조직을 신설해 놓고 순차적으로 패키지에서 Saa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국장은 매출의 추이를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안착과 기존 패키지 고객의 지원을 모두 담당하면서 각 사업끼리 경쟁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는 것.

송호철 더존비즈온 융합전략기획부 부장은 “영업 사원들에 대한 KPI를 조정하고 기존 조직이 새로운 흐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 체계도 손을 봤습니다. SaaS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 못지않게 이런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형 IT 서비스 업체보다는 오히려 중견 기업들이 이런 흐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은 그동안 꾸준히 IT 자산을 떠 안아 왔지만 중견 기업들은 여전히 이런 전환이 이뤄져 있지 않거나 이제 이런 시도를 벌이고 있다는 설명. 너무 빨리 앞서 나갔다가 내부 조직간 문제가 발생하는 대형 기업들과 비교해, 새로운 개념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IT 자원들에 대한 통합과 최적화를 이루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

대기업 혹은 중견 기업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차 목표로 비용 절감을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투입은 동일한데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서비스 업체로서는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전사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을 뒤로 물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행해야 될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큰 그림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꾸준히 접촉하고 협상을 통해서 의견을 조율해 나가야 합니다.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서비스 수준(SLA)과 관련된 조율이 기술적인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세밀한 SLA 안을 마련해서 급격한 매출 하락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객들과 의견의 일치를 봐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국내 중견 기업들의 경우 IT 서비스회사의 인원이 500명~1천명 수준이다. 대형 IT 서비스 회사의 한 부서 정도의 인원밖에 안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흐름에 올라타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x86 위주의 클라우드 혹은 가상화 환경에만 주목해서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이미 핵심 업무용 서버 인프라로 유닉스를 채택해 활용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무조건 x86 서버 기반으로만 돼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유닉스 기반의 가격 체계는 x86 서버용 CPU, 메모리, 스토리지와 전혀 다르게 책정돼야 하는데 이를 그대로 유닉스 업무 환경에도 적용하려는 곳들이 있다면서 주위를 당부했다.

그는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는 각 현업 부서들마다 중요 프로젝트 이외에는 IT 서비스 자회사에 일을 맡기지 않고 내부 예산을 들여 직접 작은 지원 업체를 선정해서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던 것들도 상당했습니다. 초기 단계로 서버나 스토리지, 메모리 할당 같은 것을 셀프 서비스 포탈을 통해 제공하니까 이런 숨어 있던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클라우드 기반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현업들은 기존 IT 서비스 조직들의 프로세스와 성과물들에 대해 모두 만족해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더 늘어나기도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취재차 만난 취재원들은 대부분 현재 현장에서 발생되고 있는 문제가 경영진들의 전략 부재와 의견 조율 실패가 원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제조업체 IT 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실무팀간 이견을 최대한 조정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자들끼리 이를 합의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문제는 전혀 해결이 안된 상태로 그대로 내려옵니다. 서로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 그리고 괜히 일을 진행했다가 잘못되는 경우에는 그 책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도 없습니다. 이러니 논의는 많고 정작 진행은 안되거나 진행이 되더라도 힘이 실리지 않는 경우가 많죠”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서울시는 ‘뉴타운ㆍ재개발 뉴타운ㆍ재개발 수습방안’을 발표했다. 주민 30% 이상이 반대하는 18곳의 뉴타운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265개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금 국내 기업들에게도 클라우드 추진과 관련한 현재 상황에 대해 이와 같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했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보여주기식, 뽐내기식으로 진행되면서 정작 인력과 돈, 시간만 낭비했다는 소리를 더 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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