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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빼고 ‘망 중립성’ 이야기하기

2012.05.23

“‘우리 서비스만 차단되면 어떻게 하지’란 걱정이 있다면 도전할 수 있을까요?” 정혜승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정책협력실장은 5월22일 저녁 7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강연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인터넷주인찾기, 진보넷, 오픈웹,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이 모인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이 망 중립성의 개념과 중요성, 법적인 이야기 등을 이용자 눈높이에 맞춰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강연에서 망 사업자의 논리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강연자는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와 정혜승 실장으로, 각자 시민단체이자 인터넷서비스 사업자, 그리고 이용자 처지에서 망중립성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했다. 상당히 편향된 강연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콘텐츠나 서비스 등을 차별하지 않고 개방해야 한다’라는 망중립성을 지키는 목소리보다 ‘망에 부담을 주는 콘텐츠나 서비스는 우리에게 비용을 내라’라는 망중립성 원칙을 해치는 목소리가 더 많이 퍼진 것 같으니, 이참에 망중립성에 편향된 목소리를 들어보자.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 강연

규제 없이 시작한 한국 인터넷

때는 우리나라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등장하던 1995년. 아이네트의 허진호 대표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는데 당시 어떤 통신사업자로 등록해야 할 지 막막했다. 국내에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라는 게 없었으니, 법적 지위가 마련된 바 없었고 정부 지침도 없었다. 그래서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초고속 인터넷은 이렇게 아무런 규제 없이 시작했다.

아이네트는 이용자가 전화 모뎀에 접속하면 TCP/IP 프로토콜을 집에서 만들어 웹콘텐츠를 이용자 집으로 끌어와 월드와이드웹(WWW)에 접속하게 했다. 그때만 해도 다른 통신사업자는 이런 식으로 서비스하지 않았다. 아이네트가 등장하고 나서야 기간통신사업자는 아이네트식의 초고속 인터넷 접속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인터넷 접속하는 게 굉장히 쉬운 일이지만, 그때는 기존 통신사업자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한 가지 가정이 있다. ‘전세계 웹 콘텐츠에 나는 연결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다. 인터넷은 망과 망의 연결이다. 콘텐츠를 보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쓰고, 인터넷 쇼핑을 하는 것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에 연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세계 어디에서 누가 서비스를 하더라도 나는 그곳에 갈 수 있다’가 인터넷 사용의 기본 전제이다.

국가의 통제가 시작되다

앞서 인터넷은 망과 망의 연결이라고 말했다. 즉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AT&T 등 전세계 인터넷 망이 서로 연결돼야 이용자는 전세계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화선을 떠올리면, 망과 망을 연결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그런데 인터넷망은 단순하다.

인터넷망은 서로 계산하지 않고 동등하게 접속한다. 이걸 ‘동등접속’, ‘망의 동등한 연동’, ‘피어링’이라고 말하는데 미국 국방성에서 시작한 ‘아르파넷’이 이렇게 시작했다. 초기 인터넷은 전부 피어링을 기초로 하여 수없이 많은 네트워크를 연결했다.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먼저 하지 않았다. 아이네트가 시작하고 나서 케이블TV쪽이 제공했다. 당시 집마다 통신선이 연결된 건 KT의 전화선과 케이블TV 선이었다. KT는 이 선에 접속하는 권한을 그때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에 제공하지 않았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ADSL) 사업자는 KT의 독점망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케이블TV 사업자와 손을 잡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KT를 비롯한 기존 통신사업자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4년 정부는 KT와 데이콤, SK브로드밴드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했다.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된 거다. 국가의 통제, 규제를 받는 사업자가 됐으니 망중립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5월23일,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돈 탭스콧은 “한국처럼 브로드밴드를 국가가 이렇게 구축한 예가 없다”라며 이게 바로 한국 IT의 저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가가 인터넷을 보급하기 시작했으니 ‘통신사업자가 콘텐츠나 서비스, 네트워크에 부착하는 부가장치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개방하고 차별하면 안 된다’라는 망중립성은 당연히 지켜질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는 자유롭게 인터넷을 쓰고 있는가

지금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누가 제공하고 있을까.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로 지정한 3사이다. 2000년 다이얼패드라는 업체가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들고 나왔을 때, 이용자가 전화는 걸 수 있지만, 받을 수는 없게 했다. 전화를 받으려면 전화번호가 필요한데 정부에서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서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나왔다.

070 전화번호가 생길 때 정부는 이렇게 발표했다.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기존 인터넷전화와 달리, 인터넷전화를 언제나 걸거나 받을 수 있다. 이는 인터넷망 사업자가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자신의 인터넷망에 연결시키고 일정 대역폭을 인터넷전화용으로 유지,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항상 망을 연동시켜주기 때문이다”라며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는 망 이용대가로 가입자당 월 1500원씩 접속료를 내라고 발표했다. 산정 기준은 “초고속 인터넷의 상하향 대역폭 대비 인터넷전화 호 처리에 필요한 대역폭 비중(약 5%)에 초고속 인터넷 요금 월 3만원”이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 기간통신사업자도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던 때이다. 정부의 위 방침은 기간통신사업자는 자기 망을 이용하니 정부가 정한 1500원이 부담스럽지 않았겠지만, 별정통신사업자에는 가격 경쟁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기간통신사업자가 독점하게 된 배경이다.

2012년, 스마트폰에 있는 인터넷전화 서비스(mVoIP)는 일정 요금제 이상을 쓰는 이용자에게만 제공된다. 이동통신사는 이용자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해도 인터넷전화는 정해진 데이터량 안에서만 제공한다.

인터넷망 무임승차는 누가 하는 것인가

이용자는 집에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쓰기 위해 특정 요금제에 가입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도 망사업자에게 망임차비용을 낸다. 다음은 지난해 매출이 4200억원인데 200억원 이상을 망임차비용으로 냈다. 이용자는 자기 데이터량에 따라, 네이버와 다음, 판도라TV, 아프리카TV 등은 자사 서비스에 이용자가 몰린다고 망사업자에 돈을 내는데 ‘무임승차’라는 단어는 왜 나온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세계 어느 곳보다 일찍 등장했지만, 인터넷전화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의 성공 사례와 새 서비스의 등장을 지켜봐야 했다. 스카이프가 마이크로소프트에 85억달러에 팔리고, 기즈모5가 구글에 3천만달러에 인수됐다. 1~2년 사이에 페이스북은 스카이프와 영상채팅 서비스를 내놓고, 구글이 웹오피스와 유튜브를 영상채팅에 접목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이동통신사 매출과 인터넷 트래픽에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제프 자비스는 “인터넷은 한국의 금속활자 발명, 구텐베르그의 인쇄술 발명 이래로 공공적인 데 있어서 최고의 도구”이고 “인터넷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디지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2012년 한국은 인터넷에 접속할 권리에 대한 논의가 더 시급한 것은 아닐까.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강연은 5월29일과 6월5일, 저녁 7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연이어 열린다. 2회 강연은 ‘통신규제와 공정거래’, ‘트래픽 관리와 인권에의 영향’을 주제로 김기창 고려대 교수와 강장묵 동국대 교수가 진행하고, 3회 강연은 김재환 감독과 영화 ‘브라질’을 감상하고 망 중립서에 관한 수다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raid1427@gmail.comaniropy@gmail.com으로 하면 된다. 강연 내용과 동영상, 사진 자료 등은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 웹사이트에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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