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사회를 바꾸는 서비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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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더불어 디자인이 ‘아트’를 넘어 산업 분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지금은 산업이 또 변하고 있죠. 지금은 산업 전반이 서비스 산업화돼 가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이나 기술이 만나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듯, 새로운 서비스 탄생을 뒷받침해주는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IT 붐을 타고 이용자 화면(UI)이나 이용자 경험(UX)이 중요해진 것처럼 말이에요.”

이성혜 팀인터페이스 대표 설명이 장황해 보이는가. 알맹이는 간단하다. 서비스 산업이나 공공 영역에 디자인을 입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얘기다. 이성혜 대표가 요즘 한창 전도하고 다니는 ‘서비스 디자인’ 얘기다.

이성혜 대표는 디자인 분야에서만 17년째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뒤 졸업 후 잠깐 한눈을 팔다가 나이 서른에 팀인터페이스 간판을 내걸며 디자인 업계로 돌아왔다. “1996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나름 국내 최초의 UI/UX 전문기업을 표방했다고 생각해요. UI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인지라, 이를 설명하는 것부터가 숙제였죠. 요즘 서비스 디자인 개념을 알리면서 그때와 똑같은 어려움을 반복하는 기분이에요.”

제품이나 건축물에 디자인을 입히는 거야 익숙한 얘기다. 그런데 서비스에 디자인을 입힌다니, 무슨 얘길까. 서비스 디자인은 현업 전문가와 학계에서도 요즘 한창 이론 정립에 바쁜 분야다. 굳이 정의를 대자면 ▲비즈니스-테크놀로지-UX가 세 축을 이룬다거나 ▲이용자의 잠재된 욕구를 표출시키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거나 ▲창의적 디자인이 비즈니스 효율을 돕는다는 식의 얘기들을 꺼내들겠다. 그럴듯하지만, 어렵고 복잡하고 알쏠달쏭하다. 그러니까, 서비스 디자인이란 뭘까.

실제 사례를 들여다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지식경제부는 2011년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손잡고 강남지역 600가구의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디자인을 바꿨다. 지금까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는 항목도 복잡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사용 내역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경부는 도표와 그래프 등을 도입해 사용 내역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바꾸고,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고지서 색깔도 구분했다. 에너지를 절약한 가정엔 초록색 고지서를, 평균 사용 가구엔 노란색 고지서를,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가구엔 빨간색 고지서를 보내는 식이다.

3개월간 시범사업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전년 대비 10%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봤다. 지경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이 새 디자인의 고지서를 앞으로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슷한 사례가 건강보험 진단서에도 적용된 바 있어요. 지금까진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보면 텍스트 중심이었잖아요. 전형적인 공급자 위주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수요자 중심으로 한눈에 보기 좋게 바꿨어요. 검사 결과 수치나 내 생활습관 등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어, 건강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주도록 말이에요.”

▲옛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왼쪽)와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한 새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한눈에 보기 좋게 디자인을 바꾼 건강보험 진단서

서비스 디자인은 공공 영역과 비즈니스 영역으로 나뉜다. 공공 영역은 말 그대로 공공 서비스나 공익적 가치에 복무하는 서비스 디자인이다. 앞서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나 건강보험 진단서가 좋은 사례다. 비즈니스 영역은 디자인이 기업 이미지나 서비스의 가치를 끌어올려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국이나 유럽쪽은 서비스 디자인이 일찌감치 발달했고 사례도 많아요. 요즘은 대만과 중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요. 국내에선 이제 사례가 하나둘 나오는 단계죠. 서비스 디자인 정의나 개념을 주절주절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체감할 수 있는 사례들을 더 많이 발굴해야 겠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듭니다.”

이성혜 대표는 “서비스 디자인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함께 2020년까지 8개 문제에 대한 디자인 비전을 제시하는 ‘다이브’란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디자이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디자인을 재능 기부하게 됩니다. 공공이나 환경,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디자인 방법을 제안하는 ‘디자인나눔센터‘란 사회적기업도 있습니다. 사회와 더불어 사는 서비스 디자인의 사례들이죠.”

정부나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디자인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공공디자인 정책이 나오는 걸 보면 첫 단계로 ‘인프라’인 건물이나 외관 시설부터 바꿉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잘 안 쓰게 되죠. 주위와 잘 연관시켜 지속가능하도록 디자인해야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도 디자인 결과를 평가할 때 몇 개를 만들고 몇 명이 쓰는 식의 정량적 평가만 할 게 아니라, 파급 효과나 지속성에 대한 고려도 곁들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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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디자인 워크샵 툴킷 가이드(동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