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미 웨일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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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4일, 한국어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문서가 20만건을 넘었다. 지미 카터부터 바비 탬블링까지 위키피디아에 지식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위키피디아 창립자 지미 웨일스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위키피디아 한국 사용자 모임과 지미 웨일스는 5월28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지미 웨일스는 ‘2012 대한민국 학생창업 페스티벌’ 강연자로서 방한을 앞두고 트위터에서 한국 사용자에게 ‘만나고 싶다’라고 제안하며 이번 자리가 마련됐다.

지미 웨일스 위키피디아 창립자와 한국 사용자 모임.

▲지미 웨일스와 위키피디아 한국 사용자들

저녁 7시께 9호선 증미역 부근의 한 식당에 위키피디아 한국 사용자 20명 남짓이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온 중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한 신사와 교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다. 그중 여성 사용자는 1명. 서로 이름 대신 거북이, 부당선M, 엘리프 등 위키피디아 필명으로 불렀다. 마치 인터넷 채팅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대가족이 모인 것처럼 왁자지껄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최근 만들어진 문서와 위키피디아 사용자 중 관심을 끄는 사람 등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거북이’라는 별명을 쓰는 사용자는 “친목 모임보다는 정보를 나누는 성격이 강하다”라고 귀띔했다.

지미 웨일스가 식당을 들어서자 시끄럽던 식당에 환호성이 울렸다. 지미 웨일스는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위키피디아의 아이돌’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용자, 얼굴도 안 보이는 저편에서 자리까지 찾아온 사용자 등도 있었다. 지미 웨일스는 “다른 위키피디아 사용자 모임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라며 “연령대가 더 다양하다”라고 첫인상을 밝혔다.

지미 웨일스 위키피디아 창립자

이날 지미 웨일스는 위키미디어한국지부에 관심을 보였다. 위키피디아 한국 사용자 모임은 위키미디어한국지부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3월 약 20명이 뜻을 모았다. 위키미디어는 비영리단체로,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재단이다. 한국 사용자들은 내년 설립을 목표로 정관을 만들고 있는데, 일단 이름부터 만들었다. ‘위키미디어 대한민국 지부 창립 준비 위원회’. 지미 웨일스는 “작은 단계부터 밟아가면 될 것”이라며 “한국 위키피디아 10주년을 맞이하는 9·10월께 다시 한국을 찾아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위키피디아는 2001년 1월15일 서비스를 시작해 세계 6위 웹사이트가 됐다. 1초에 페이지뷰가 2만5천에서 6만 페이지 정도다. 위키피디아로 검색할 수 있는 언어는 280여개이고 2100만여 문서가 등록돼 있다. 위키피디아의 정보가 정확한지를 두고논란이 있지만,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진 방대한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넘을 서비스는 이제 찾기 어려워졌다.

지미 웨일스는 “위키피디아 정보가 높은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도전에 달렸다”라며 “위키피디아에 참여할 사용자가 매혹되고 있고, 많은 언어가 서비스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키피디아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굳이 확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세계 1위 인터넷 백과사전이지만, 최근 새로운 문서가 등록되고 편집되는 추이가 주춤한 모양이다. 지미 웨일스는 “트래픽은 꾸준히 성장하지만, 영어와 같은 몇 개 언어는 정체되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더는 새로운 사용자가 위키피디아에 공헌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자기의 지식을 쏟고 싶은 분야는 위키피디아에 잘 정리돼 있단 이야기다. 그는 조지 월러스라는 미국의 정치인에 대한 위키피디아 문서를 만들고 싶었는데, 위키피디아에는 그의 이력부터 저격된 이야기까지 너무 잘 정리된 걸 발견했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편향된 방향으로 문서가 작성됐을 법하지만, 내용도 균형이 잡혔다. 그가 참여할 틈이 없었던 건 다른 이용자도 겪는 경험일 거라고 그는 말했다. “이미 위키피디아에는 모든 게 만들어졌어요.”

서비스 10년차가 되며 “각 언어의 커뮤니티마다 각자 규칙을 만들었는데, 이게 복잡해지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지미 웨일스는 말을 이었다. 현재 위키피디아는 영어면 영어, 한국어면 한국어, 모두 각자의 편집 규칙이 있다. 차라리 운영진이 있으면 더 편할 것 같은데 지미 웨일스는 “커뮤니티는 배타적으로 운영되고 편집 과정에 편견이 들어갈 수 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미 웨일스는 한 사용자가 지금까지 만나본 위키피디아 사용자 중 가장 괴짜는 누구냐고 묻자 “나 말고 또 있는가”라고 농담을 던졌다. 뒤이어 그는 괴짜 사용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국에 한 여성 사용자가 있는데 오늘과 같은 자리에 참석했어요. 그런데 그날이 바로 4년만에 집 밖으로 처음 나온 날이었지요. 그 여성은 온라인에서만 강한,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사람이었어요. 위키피디아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했고, 지금은 위키미디어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위키아’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위키피디아 사용자인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니는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수줍음이 많은데 이 자리에서는 이렇게 밝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에 다른 사용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하면 집단지성의 대명사 위키피디아에 내향적인 성격에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는 통치약이란 별명을 붙일 수 있을까.

위키피디아 한국 사용자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위키미디어 공용’ 웹페이지에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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