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포럼] “라이프 네트워크 서비스,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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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자니 아깝고, 팔자니 번거로운 물건들이 있습니다. 취향이 바뀌어 입지 않는 옷, 아이가 자라며 쓰지 않는 유모차, 한 번 읽고는 두 번 다시 집지 않는 책, 더는 틀지 않는 턴테이블과 진공관 스피커 등 내다 버릴만큼 쓸모 없진 않지만, 중고로 팔려고 수고하긴 귀찮은 물건을 친구들이 가져가게 하면 어떨까요. 여기에 걸림돌은 하나 있긴 합니다. “너 혹시 ○○ 필요하니? 내가 싸게 줄게”라고 연락해야 하지요.

나우프로필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응용프로그램(앱)으로 출시한 ‘가지가지’는 바로 이런 정보를 나누는 도구입니다. 내 휴대폰 연락처에 등록된 친구에게 ‘나 이런 물건 있는데 안 써’라고 이야기하게 하지요. 물건 사진을 찍고, 위치정보를 전송하고, 원하는 판매가격, 간단한 설명을 등록하면 물건 팔 준비가 됩니다.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이니 가격은 양심껏! 혹시나 친구가 ‘너 그때 그거 떨어뜨려서 흠집 있던 것 같은데 왜 그리 비싸게 파니’라고 하면 서로 머쓱하겠지요.

5월 SNS 포럼은 신뢰와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중고거래 서비스 ‘가지가지’를 출시한 나우프로필을 찾아가 진행했습니다.

  • 일시: 2012년 5월30일 수요일 저녁 6시
  • 장소: 블로터아카데미
  • 참석자: 김범섭 패스트트랙아시아 CTO, 김철환 소셜익스피리언스랩장,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이승원 헤어플래인 COO,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이희욱/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가지가지와 나우프로필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부터 소개해야겠습니다. 이동형 대표는 싸이월드를 창업하고 2003년까지 싸이월드 대표로 있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를 인수하고는 SK컴즈 싸이월드본부장과 일본 싸이월드 대표를 거쳐 2008년 다시 창업했습니다. 벤처로 돌아와 나우프로필을 설립하고 ‘런파이프’와 ‘런파파’, ‘런치’ 등을 차례로 출시했습니다. 블로터닷넷 SNS 포럼 회원이기도 하지요.

이동형 나우프로필대표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이동형 대표는 자식과도 같은 싸이월드를 품에서 보내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던 걸까요. 2600만명이 먹고, 생각하고, 만난 사람을 웹에 공개하게 한 싸이월드와 나우프로필은 무엇이 다를까요.

먼저, 나우프로필의 첫 서비스 런파이프와 런파파 웹사이트에 ‘친구와 도시를 탐험하다’라는 문구를 넣은 이유부터 이동형 대표는 들려줬습니다. “사적인 건 재미있고 공적인 건 의미가 있는데, 이 둘을 결합하는 게 제 숙제였어요. 그렇게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가 경험한 걸 친구에게 알린다는 뜻에서 ‘탐험’이라는 콘셉트를 만들었지요.” 그러면서 SNS의 3가지 요소를 ▲프로필 ▲네트워킹 ▲활동으로 꼽았습니다.

프로필의 타깃은 적극적인 참여자이고, 네트워킹은 참여자가 신뢰도 높은 정보를 쌓게 하는 요소입니다. 만약 ‘나 어제 부산 해운대 횟집에 갔는데 서비스 별로였어’라고 글을 올렸는데 친구들이 ‘너 어제 야근하고 ○○ 만나지 않았니?’라는 반응을 보이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이동형 대표는 런파이프, 런파파, 런치, 가지가지의 네트워킹을 휴대폰 주소록을 기반으로 했다고 합니다.

런파이프

이동형 대표는 평소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서비스”에 관한 말을 자주 합니다. 기억을 끄집어내 보는 ‘미니홈피’와 비슷한 서비스를 그리는 것 같은데요. 나우프로필로 만들려는 그림은 조금 다른 모양입니다. “소셜 네트워킹이 아니라 라이프 네트워킹 시대가 올 것”이라고 이동형 대표는 미래 인터넷 소통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라이프 네트워킹이란 건 이런 그림 아닐까요. “나 오늘 ○○ 먹었어”, “나 오늘 ○○에 다녀왔어”, “이거 예쁘지 않아?”, “오늘 나온 연예인 ☐☐ 기사 봤니?”라고 글과 사진을 공유하다가 “○○에서 먹은 △△ 메뉴의 가격은 ×××원, 맛은 그런대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고, 교통편은 좋은 편”이나 “내가 1996년에 산 서티재와 아이들 앨범,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원에 줄 수 있음”, “6월12일 블로터닷넷이 진행하는 콘퍼런스에 같이 갈 사람”과 같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정보가 되는 것 말입니다.

이동형 대표는 라이프 네트워킹의 효과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옛날에 농사 짓던 사람은 자기 땅을 가지는 게 자유를 누리는 길이었습니다. 산업화하면서는 내 공장을 가지면 자유를 얻는다는 꿈이 생겼고, 유통 시대가 오고 내 가게를 가지는 게 꿈이 됐지요. 미래에는 내 의지로 물건을 팔고,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 서비스를 공급받는 개인 플랫폼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이 개인 플랫폼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가지가지는 나우프로필이 내놓은 서비스 중 가장 정보성이 강하고, 신뢰 높은 콘텐츠가 올라와야 가치가 있는 서비스로 보입니다.

런파이프, 런파파, 런치, 가지가지

황룡 지금 나우프로필은 앱을 4개 출시했는데 이용자들이 그 4개를 모두 쓰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가지가지를 봤을 때, 여기에 정보를 쌓는다는 생각으로 쓰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동형 가지가지와 런치를 두고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지 않았다. 지금은 두 서비스가 쓰이기에 시기가 적절한지를 가늠하고 있다. 투자자를 만나면 시기에 관하여 물을 정도다. 투자자는 지금 시장에 필요한 서비스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들인데, ‘참여를 너무 많이 유도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SNS포럼 나우프로필

김범섭 비슷한 서비스 ‘번개장터’를 보면 ‘사겠다’ 또는 ‘팔겠다’라는 글이 어느 정도 올라오고 여기에 관한 피드백도 활발한 편이다. 가지가지가 정보를 쌓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러한 피드백이 안 쌓일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물건을 팔려는 사람은 가지가지를 안 쓰지 않을까.

이동형 가지가지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다. 내 친구가 가지가지를 쓰는데 이 친구와 나는 서로 올린 물건으로 대화한다. 내가 책을 등록하면 ‘나 줄래?’라거나 ‘그런 책은 난 안 읽는다’라고 화제가 생긴다. 매출을 올리거나 이익을 보려는 서비스와는 사용 목적이 다르다. 가지가지에 ‘난 이런 걸 가졌어’라고 정리하는 셈이다.

김철환 SNS는 이용자가 1명만 있어도 유지가 된다. 관계를 맺지 않은 이용자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이동형 그런 이용자가 바로 내가 말하는 참여자이다. 마케팅에 관해선 고민 중이다. 연락처에 있는 사람끼리 가지가지의 정보를 주고받게 하고, 이용자를 확보하면 내 위치를 중심으로 등록된 물건을 보여줄 것이다. 지금 가지가지는 물건을 올릴 때 현지 위치 정보도 함께 등록한다.

이희욱 휴대폰 주소록에 있는 사람 중 근처에 있는 사람이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가지가지에 올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동형 기능을 여는 데 시차를 둔 건, 일단 물건을 올리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모르면 신뢰가 쌓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휴대폰 연락처가 신뢰도가 제일 높은 네트워크이다. 이걸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이 바로 기회이다.

그런데 팔지 않을 물건을 굳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가며 온라인에 올릴 사람이 있을까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주면 그만일텐데요. 이런 물음에 이동형 대표와 김범섭 대표는 선물이 아닌 이상 중고물건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황룡 중고물품은 항상 품질이 좋은 건 금방 동난다. 가까운 네트워킹 안에서는 가지가지에서 돌지 않아도 소문이 난다.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온라인으로 돌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충분히 좁은 네트워크 안에서 굳이 온라인 서비스에 올리는 게 더 불편한 일이다. 기존 중고 거래는 모르는 사람에게 판매하기 위해 벽을 낮췄는데 가지가지는 네트워크를 가까운 사람으로 한정하여 되레 장벽을 쌓은 것 아닌가.

이동형 제 동생이 엠프를 두 개 가지고 있다. 나는 5년간 몰랐는데 어느날 동생 집에서 봤다. 동생은 그 모습을 보곤 안 쓰면 가져가라고 했는데 그런 상황은 흔한 것 아닌가. 사람들은 의식해서 ‘누구 준다’라는 생각 잘 안 한다. 연락해서 ‘가져갈래?’라고 하는 것보다 필요 없으면 그냥 둔다.

김범섭 안 쓰는 게 있어 그냥 주려고 해도 실수할 것 같긴 하다. 뜬금없이 ‘너 필요하니?’란 말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긴 애매하다. 그렇다고 일일이 물어보긴 뭐하니 속 편하게 버리게 된다. 정말 좋은 물건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주는 게 꺼려진다.

SNS포럼 나우프로필

이동형 대표가 가지가지로 노린 게 이런 것 아닐까요. 중고물품으로 돈을 벌 곳은 이미 온라인에 마련됐습니다. 한 네이버 카페는 에스크로와 전화번호 숨기고 연락하기와 같은 기능도 넣었습니다. 여기는 내 물건으로 이윤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요. 대신 가지가지는 버리긴 아깝고, 두자니 애물단지이고, 팔자니 번거로운 물건 정보를 올려 필요한 친구와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다 이용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난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게 되지요. 이렇게 콘셉트가 이해가 되니, SNS 포럼 회원들 저마다 이동형 대표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정윤호 카테고리화하면 이용자가 내서재처럼 자기 물건을 정리하고 채우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황룡 등급이 있고, 내가 그 그룹에 들어가기 위해 뭔가 해야 하는 게 있고, 그 등급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물품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김철환 꼭 파는 게 아니라 공유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어떨까 싶다. ‘팔고 싶어요’와 ‘공유하고 싶어요’로 나눠서 올리면 좋겠다. 그리고 사무실 근처에 있으면 빌려주고 돌려받고.

김범섭 일 년에 한두 번 쓰는 장비를 빌려주는 건 어떨까. 스키, 캠핑, 자전거 같은 물건들 말이다.

이승원 한 소셜 데이팅 서비스는 친구의 친구도 소개해준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건데, 가지가지도 그렇게 하면 어떨까. 페이스북도 공동 친구를 추천하지 않는가. 신뢰도도 빌려준 횟수에 따라 높이는 방법도 있겠다.

사업 아이템까지 나올 뻔했습니다. 그런데 이동형 대표는 당장 나우프로필이 성공을 거둔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그 날이 온다는 걸 확신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흔한 앱 출시 이벤트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2600만 이용자가 있는 싸이월드와 비교하면 나우프로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눈치챘는지 이동형 대표는 “정보를 올리는 이용자는 소수만 있어도 된다”라며 “그 다음 이용자는 절로 따라온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정보가 쌓이면, 정보를 만든 사람이 소수여도 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보려고 찾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싸이월드가 20대 여성 이용자를 중심으로 성장한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나우프로필의 서비스를 써본 분은 알겠지만, 런파이프, 런파파, 런치, 가지가지 모두 재미있는 느낌은 부족합니다. 이동형 대표가 강조한 대로 정보를 입력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요. 어느 정도는 이동형 대표가 이렇게 분위기를 유도한 모양입니다. “SNS에서는 활동이 중요한데 지금은 사진 올리고 글 쓰는 게 전부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가십을 나누는 수준에서 예약, 주문, 약속잡기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을 모바일로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바보상자 TV에 이어 컴퓨터도 점차 시간 보내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웹사이트를 떠돌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요. 이동형 대표는 퇴직하고 노년을 보내며 컴퓨터를 유용하게 쓰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내가 올해 48세입니다. 은퇴한 사람을 보면 그룹웨어에 더는 로그인하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굉장히 크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매일 회사에서 컴퓨터를 켜고 일을 하고 업무일지를 썼는데, 이제 로그인 아이디가 사라진 거죠. 나는 그 상실감을 채우는 걸 주고 싶어요. 거기에 해당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계속 넣고 있는 거예요. 오피스, 아웃룩은 조직 사회를 벗어나면 쓸 데 없지만, 제가 제공하고 싶은 건 조금 달라요. 지금은 네이버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데 뉴스보기밖에 없지요.

이동형 대표는 SNS 포럼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도움되는 정보를 포털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올리게 된다라고요. 위키피디아처럼 말이지요. 지역 정보는 지도회사나 전화, 신용카드 회사가 가장 방대하게 확보했지만, 정말 정확한 정보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사람이 남기는 정보일 겁니다. 포스퀘어가 주목받은 것도, 구글이 제공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상점의 정보를 이용자가 메뉴와 가격, 위치 등을 입력하게 한 데 있지 않을까요. 미국에서 상장한 ‘옐프’도 이용자가 올린 지역정보로 성공한 사례지요. 괜시리 기업이 돈을 들여가며 정보를 긁어모을 필요 없이 이용자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스스로 올리는 때가 온다는 게 이동형 대표의 생각 아닐까요.

여기에서 이동형 대표는 조금 색다른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평소 SNS포럼에서도 하던 말이니 확고한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용자 참여로 만든 서비스와 정보를 기업이나 개인이 독점할 수 없다고 이동형 대표는 자주 말했습니다. 나우프로필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SNS포럼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SNS는 같이 공유하는 게 맞지, 특정 기업이 상장해서 떼돈을 버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페이스북이 마지막일 거예요. 저는 지분을 몇 퍼센트를 이용자에게 주거나 경영권을 넘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바로 ‘누구도 소유하지 않는 SNS‘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우프로필은 4개 서비스를 출시한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런파이프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하여 각자 앱은 이곳에 정보를 쌓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데요. 음식 정보 올리기, 장소 정보 올리기, 약속 잡기, 물건 올리기와 같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발굴하는 게 앞으로 나우프로필이 해야 할 일입니다.

SNS포럼 나우프로필

▲SNS포럼을 기사로 정리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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