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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약관 따라 보이스톡 속도 늦췄을 뿐”

2012.06.15

“통신사들이 의도적으로 mVoIP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6월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관련 망 중립성 포럼 말미에 터져 나온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의 발언은 매우 짧았지만, 그 파장은 길었다.

카카오는 14일, 지난 열흘 동안 3사 이동통신을 통한 보이스톡 패킷의 손실률을 기상도로 표현했다. 이 데이터와 관련해 카카오톡의 이석우 대표는 “첫 서비스를 시작한 4일 이후 지속적으로 통화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카카오톡 “의도적으로 5개마다 하나씩 막았다”

기상도가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mVoIP를 전격 개방한 LG유플러스가 오히려 패킷의 절반 수준이 떨어지는 등 실제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고 SK텔레콤 역시 16~20% 수준의 패킷 손실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의도적으로 5~6개 패킷마다 하나씩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생활 침해 의혹도 제기됐다. 전응휘 상임이사는 “통신사들이 네트워크상에서 패킷의 헤더만으로 mVoIP 패킷만을 골라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이스톡을 골라내기 위해 DPI로 실제 통화와 메시지 내용이 담긴 패킷을 열어볼 것”이라고 주장해 청중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서는 통신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참석자가 없어 내용에 대해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궁금하다. 통신사들은 정말로 카카오톡 보이스톡의 음성통화 품질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걸까. 또한 보이스톡 서비스를 골라내기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임의로 열어보는 것도 사실일까. 그렇다면 이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 문제로 이어질 소지가 적잖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기존 약관 외에 카카오톡에 따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과 KT는 카카오톡에도 다른 mVoIP 앱과 마찬가지로 지난 2009년 신고한 약관에 의해 3G는 5만4천원, LTE는 5만2천원 요금제 이하 이용자들에 대해 mVoIP 제한을 걸고 있다. 최근 강경한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약관을 벗어나는 행위는 없다고 밝혔다.

이통사 “카카오톡에 차별 없다”

왜 이런 논란이 빚어졌을까. 우선, 5만원 이하 요금제 이용자들에 대해 이통사들이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이동통신사는 데이터가 도착하면 카카오톡이 보낸 패킷이라는 것을 헤더와 IP만으로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헤더만으로는 메시지가 담긴 패킷인지, 보이스톡 패킷인지는 알 수 없다. 최대한 똑같이 생긴 패킷이 전달되는데 두 가지 패킷이 아주 유사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는 메신저 서비스 업체들이 mVoIP 제한을 막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두 가지 방법으로 저가 요금제 이용자들의 mVoIP를 차단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통신 속도다. 저가 요금제를 쓰는 고객들에게는 이 패킷의 처리 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 용량이 작은 문자메시지는 속도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쓰는 mVoIP는 통화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모두 걸러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DPI를 이용해 일부 패킷 분석을 통해 차단하는 방법도 쓴다. DPI는 패킷들의 형태를 분석에 e메일, 메시지, 웹, 동영상, 음악 등의 형태를 파악해 최적의 서비스를 하도록 품질 조정을 하는 데 쓰인다. KT도 직접적으로 차단 방법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SK텔레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저가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들은 당연히 보이스톡 패킷 손실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카카오톡이 발표한 패킷 손실률 기상도는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카카오톡은 이용자들의 요금제에 대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패킷 손실률 기상도에는 저가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생긴 손실률이 전체 가입자를 통해 생긴 평균 손실률로 해석되며 생긴 오류라고 통신사쪽은 해명했다. 지난해 2월부터 mVoIP를 시작한 마이피플도 SK텔레콤을 통해서는 12~16% 정도의 손실률을 보여 왔다는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카카오톡에 따로 제한을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4일 망 중립성 토론회에서 나온 DPI를 통한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SKT와 KT는 “DPI로 패킷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일 뿐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카카오, “품질 보고서 매일 공개” 맞불

SK텔레콤쪽은 오히려 카카오쪽이 문제를 제기한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이준서 SK텔레콤 매니저 얘기를 들어보자. “약관 외에 카카오톡에 제한을 두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들과 다양한 협의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메시지와 음성 통화의 IP 정보를 구분해서 이용한다면 이동 통신사 입장에서도 망 중립성이나 mVoIP 논란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정해진 약관 안에서 고객들에게 더 질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카카오쪽은 이참에 ‘망 중립성’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고 넘어가자는 심산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 등록된 ‘카카오팀’ 서비스를 통해 매일 보이스톡 품질을 알려주는 ‘보톡 기상도’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mVoIP 사업자와 통신사 간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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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