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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피스] 쿠팡 “친해지려면 식사부터”

2012.06.18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인은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이다. 직원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친목을 다지기 위해 쓰이는 가장 흔한 방법은 회식이다. 한편으로 회식은 직장인이 가장 피하고 싶은 사내 행사이기도 하다. 조금 더 기발하고 창의적이거나 직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off피스’는 앞으로 딱딱한 사무실 책상을 벗어나 이뤄지는 다양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소개한다.]

“어디에서 만날까요?”
“저 오늘 초록색 원피스 입고 나왔어요”
“집은 어디세요?”
“하시는 일은…”
“출퇴근하기 힘들진 않으세요?”

소개팅 자리가 아니다. ‘쿠팡’을 서비스하는 포워드벤처스엘엘씨 한국지사 직원(이하 쿠팡)들이 3주에 한 번 맞이하는 ‘메이크프렌즈’ 이야기다.

쿠팡은 올 1월부터 ‘친구를 만들다’라는 콘셉트로 본사 직원 500명을 대상으로 한 ‘메이크프렌즈’를 열기 시작했다. 500명이 참여하는 행사라는데, 행사 자체는 간단하다. 메이크프렌즈가 열리는 주에 3명씩 조를 짜서 점심을 먹고 인증샷을 찍어 인트라넷에 올리면 끝이다. 직원들이야 점심 한 끼 먹으면 되는 일인데 회사쪽 부담은 적지 않아 보인다. 메이크프렌즈 때 500명의 점심값 400만원은 그렇다 치고, 3주마다 인사팀은 500명을 3명씩 연결하는 작업도 맡아야 한다. 돈은 돈 대로, 인력은 인력 대로 드는 행사다.

쿠팡 메이크프렌즈

▲메이크프렌즈에서 만난 신동환 쿠팡 가전팀 대리와 권성일 인사팀 과장, 윤소윤 포토팀 사원.

500명이 돌아가며 밥 먹는 ‘메이크프렌즈’

6월 첫 주, 메이크프렌즈 6차가 진행됐다. 권성일 쿠팡 인사팀 과장과 신동환 가전팀 대리, 윤소윤 포토팀 사원은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1층에서 만나기로 했다. 인트라넷으로 사진을 보긴 했는데 서로 못알아볼까봐 카카오톡으로 입고온 옷을 알려줬다. 소개팅하는 것도 아닌데 직장 동료끼리 이렇게 어색하게 만났다.

인사팀은 메이크프렌즈 조를 짤 때 성별이나 직급이 잘 뒤섞이도록 고민한다. 새 메이크프렌즈 조에 이전 차수에서 만난 사람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권성일 과장, 신동환 대리, 윤소윤 사원은 인사팀이 조를 잘 짠 덕분에 처음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일까.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직장 동료가 아니라 맞선이나 소개팅, 미팅 자리처럼 어색하기 그지없다.

집이 어디인지, 출퇴근은 어떻게 하는지, 회사 근처에 운동할 만한 곳은 어디인지, 외근은 잦은지 등이 화제로 올랐다.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며 지켜보다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가전팀이 뭐하는 곳이고 포토팀은 무슨 일을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나머지 두 사람도 눈이 동그래져 들었다.

신동환 대리와 윤소윤 대리는 업무상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자주 있을 것 같지만, 이번에 처음 서로 하는 일을 알게 됐다. 포토팀은 사진을 한 차례 거쳐 받으니 가전팀과 직접 연락할 일이 자주 있진 않기 때문이다.

쿠팡 메이크프렌즈

▲메이크프렌즈는 1차 점심, 2차 카페테리아에서 차 한 잔으로 이어지는 게 코스다.

신동환 대리는 쿠팡에서 배송 상품 중 가전, 그중에서도 컴퓨터 쪽 상품에 특화해 영업을 담당한다. 전 직장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긴 어렵다면서 컴퓨터 판매와 관련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컴퓨터쪽은 다른 상품보다 할인율을 높게 책정하기 어려워요. 이미 업체들은 최대한 할인해 팔고 있는 터라, 소셜쇼핑쪽에 더 싸게 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분명 입사한 지 한 달이 안 됐다고 들었는데 업계 소식은 벌써 빠삭하게 아는 모양이다.

윤소윤 대리는 포토팀에서 ‘리터칭’을 한다. 외근이 잦은 신동환 대리와 달리 윤소윤 대리는 업무 특성상 사무실에 있는 편이다. 리터칭은 사진이나 이미지를 보정하는 걸 이르는 말로, ‘쿠팡스럽게’ 보이도록 작업한다. “사진을 저마다 보정하면 쿠팡 웹사이트에 올라온 상품이 각자 다른 웹사이트에 올라온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통일감을 주는 거지요.”

권성일 과장도 자기 업무를 소개했다. 메이크프렌즈를 위해 500명을 3명씩 조를 짜는 일을 바로 권성일 과장이 맡고 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스프레드시트를 보면서 조를 짜는데, 종종 “나 ○○팀 □□씨와 꼭 같은 조에 넣어달라”라는 청탁을 받을 때도 있다고 한다. 메이크프렌즈를 통해 업무상 또는 개인적으로 친해질 필요가 있는 동료와 만나고 싶다는 부탁이다. 차수가 지날수록 조를 짜는 게 점점 어렵다고 하자, 우스갯소리로 “메이크프렌즈 7차 때는 IT팀과 한 조가 돼서 조 짜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해보라”라고 권성일 과장에게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쿠팡 메이크프렌즈

▲메이크프렌즈 주에는 카페테리아에서 음료 주문할 때도, 자리에 앉을 때도 3명씩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직원 700명, 모르는 사이 많은 게 고민의 출발

업무에 치이면 직원끼리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동료’라는 생각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다. 당장 내 일이 급하면 동료의 업무나 기분까지 배려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직장인 대상 잡지를 보면 ‘직장 동료에게 기분 좋게 부탁하는 법’ 같은 글이 꾸준히 나오는 것 아닐까. 때로는 외부 업체보다 동료에게 일을 부탁하는 게 더 어렵다.

소셜쇼핑에서 쿠팡은 회원수나 거래액 등에서 1등을 자처한다. 물론 직원수로도 1등이다. 2년 사이에 직원을 700명으로 늘렸다. 김범석 대표는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조직원이 늘면서 조직 구성원과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게 필요했고, 굿모닝 쿠팡과 메이크프렌즈와 같은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스킨십 문화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굿모닝 쿠팡은 한 달에 한 번 경영진과 직원들이 돌아가며 회사 입구에서부터 출근하는 직원을 격려 응원하며 맞는 이벤트다. 다른 회사와 건물을 같이 쓰지만, 이른바 ‘으쌰으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기운을 북돋는 효과를 노렸다고 한다.

전시내 쿠팡 홍보팀 과장은 이렇게 귀띔했다. “역삼동에 있는 지금 사무실로 이사 오기 전에는 좁은 곳에서 살을 부비면서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곳으로 옮기고, 층마다 팀이 나뉘고서 소통이 줄었어요. 어느 순간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서로 인사하지 않게 됐고요. 이런 상황에 관해 인사팀은 작년 하반기부터 ‘서로 만나는 기회를 늘려보자’라고 고민했지요.”

부서 회식비를 늘리는 쉬운 길이 있는데 쿠팡은 500명이 같이 밥을 먹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원들은 1월부터 돌아가며 밥을 같이 먹기 시작했다. 김범석 대표는 평소 밥 같이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 부서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CC데이’도 밥을 같이 먹으며 진행한다고 한다.

인사팀 직원 손에서 시작한 메이크프렌즈는 벌써 반 년이 됐다. 기대한 만큼 효과는 거두었을까. 눈으로 보이는 수치적인 효과는 아직 알 수 없겠지만, 직장생활에 설레는 느낌을 주는 데는 성공한 눈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어색한 자리에 갈 기회가 없는데 메이크프렌즈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 재미가 있다”라는 직원을 만났다. 메이크프렌즈 마니아도 있다. 개근상을 받고 후기 1등을 차지하는 직원도 있을 정도다.

메이크프렌즈를 진행하는 주에는 쿠팡 사원증을 목에 걸고 3명씩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단 건물 1층에서 점심 시간 무렵 ‘저 사람일까’라는 눈초리로 쿠팡 사원증을 목에 건 사람들을 살펴보는 눈길부터 식당에도 3명, 카페테리아에서도 3명씩 다니는 모습은 메이크프렌즈를 진행할 때 아니면 찾기 어렵다. 메이크프렌즈를 하려고 지방에서 서울로 온 직원도 있다고 윤소윤 대리는 알려줬다. 초기보다 인트라넷에 올라오는 메이크프렌즈 후기 수가 줄긴 했지만, 후기와 인증샷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고 한다.

쿠팡에서 한 달 판매되는 쿠폰은 5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비하면 메이크프렌즈로 나가는 식사비 400만원은 적은 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비로 보기에는 큰 편이다. 김범석 대표는 메이크프렌즈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일까.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과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굿모닝 쿠팡과 메이크프렌즈는 직원간 소통을 돕고 결속을 다지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분명 회사 발전을 이끄는 핵심 원동력입니다.”

굿모닝 쿠팡

굿모닝 쿠팡

▲한 달에 한 번, 출근하는 동료를 응원하는 ‘굿모닝 쿠팡'(사진 :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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