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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피스] 줌인터넷, 120명 직원 모두 강사

2012.06.28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인은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이다. 직원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친목을 다지기 위해 쓰이는 가장 흔한 방법은 회식이다. 한편으로 회식은 직장인이 가장 피하고 싶은 사내 행사이기도 하다. 조금 더 기발하고 창의적이거나 직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off피스’는 딱딱한 사무실 책상을 벗어나 이뤄지는 다양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소개한다.]

포털 ‘‘을 서비스하는 줌인터넷은 6월8일 ‘줌캠프’라는 콘퍼런스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었다. 이 행사는 코엑스 3층에 있는 작은 강의실 6개에서 동시에 진행됐는데, 강사들이 특이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5~20분씩 발표하는 이 행사는 강사 수만 80명이 넘었다. 알고보니 모두 줌인터넷 직원들이었다. 아무리 직원 대상으로 한 행사래도 80개가 넘는 강연을 내부 직원이 맡는 건 평범한 모습은 아닌 듯 싶다.

오전 9시, 행사를 시작하며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은 6개 강의실 중 중간쯤에 있는 곳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줌인터넷 직원은 약 120명인데 강의실은 20명 남짓 들어갈 수 있으니, 바닥에 앉거나 서서 듣는 직원들이 많았다. 문 밖에서 고개만 내밀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지나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명 연예인이 온 줄로 생각할 정도였다.

줌캠프 정상원 부사장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이 강연하는 모습

줌캠프 행사 안내서엔 강사 이름과 강연 제목이 빼곡했다. 분명 콘퍼런스라고 들었는데 강연 제목 중 특이한 것도 있었다. ‘공대생이랑 같이 일하는 문과 출신을 위한 지침서’, ‘재미 없는 빅데이터’, ‘더 재미 없는 빅데이터’, ‘진짜 재미 없는 빅데이터’, ‘뉴스에 속지 않는 합리적 의심’과 같은 장난스런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서비스 개발팀의 한 직원은 절대 자기 업무가 아닐 것 같은 ‘아이유vs박보영 zum모델의 변경에 따른 파급 효과는?’이라는 강연을 준비했다. 물론 강연 대부분은 ‘틀리기 쉬운 맞춤법 바로 알기’와 같은 상식이나 웹접근성,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파이어폭스나 크롬 같은 웹브라우저, 검색엔진, 윈도우8과 같이 포털 서비스 업체 직원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많았다.

줌캠프 시간표

▲줌캠프 시간표. 줌캠프는 6개 방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에어컨 고장난 펜션에서 9시간 난상토론

줌인터넷은 ‘줌캠프’를 올해 처음 열었다. 이제 1년차 행사인 셈인데 사실은 줌인터넷이 출범하기 전, 이스트인터넷과 이스트엠엔에스로 나뉘었을 때 시작했다. 이스트인터넷은 포털 ‘줌’을 서비스하기 위해 2010년 이스트소프트가 만든 자회사이고, 이스트엠엔에스는 2008년 온네트엠엔에스와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검색엔진 개발사이다.

박수정 줌인터넷 대표는 이스트엠엔에스 대표로 있던 2009년 직원들과 산 속 펜션에서 ‘서치캠프’를 열었다. 일종의 워크샵이었다.

직원이 100명이 넘는 줌인터넷과 달리 이스트엠엔에스는 당시 직원 수가 10명 남짓에 불과했다. 인원이 적으니 서치캠프가 열린 장소도 열악했다. 7월20일께였는데 하필 펜션 에어콘이 고장났다. 회사에서 가져간 빔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방에 열기를 더했다.

서치캠프 시절부터 함께한 손근영 인프라개발팀 전임은 “여성 직원이 없어 사장님도 웃통을 벗고 진행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직원들은 서로 자기소개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검색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로 풀었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9시간을 내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줌 서비스가 모습을 갖추며, 서치캠프에 참여하는 직군이나 사람들도 다양해졌다. 직원이 늘면서 2010년 8월, 세종대학교에서 강의실을 빌려 50명이 모여 서치캠프를 열었다. 1년 전에는 검색 개발자만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획, 디자이너도 합류했다. 산속 펜션에서 열었을 땐 검색 기술이 주제였다면, 세종대 강의실에서는 브랜드와 기업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에는 서치캠프가 열릴 무렵이 줌 시범 서비스를 하는 때와 맞물려 건너 뛰고, 올해 ‘줌캠프’란 이름으로 열렸다. 서치캠프와 줌캠프는 4년간 3번 열리며, 전 직원이 강사로 나선다는 방침은 흔들리지 않았다.

줌캠프 단체사진

원칙은 하나, 전 직원이 강연자이자 청중이어야

모두가 참여하게 한다는 원칙은 박수정 대표가 세웠다. 직원이 20명도 안 될 때는 특별할 것 없는 생각이었지만, 100명이 넘는데도 지키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듯 싶다.

“강사나 선생이 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듯, 발표하려면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표 내용을 깊이 이해하게 되는 거죠. 자기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믿지 않으면 청중을 설득할 수 없어요. 발표를 준비하며 자기의 아이디어와 철학을 견고하게 하고, 체계를 잡고 구체적으로 알게 됩니다.”

박수정 대표가 보는 독서경영의 효과를 보면 이 말을 이해하기 쉽다. “같은 책을 보는 사람끼리는 의사소통이 잘 됩니다. 사용하는 단어를 공유하고, 그 단어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지 않습니다. 가령 ‘인재전쟁’에서 EVP라는 용어가 나오는데요. 이 책을 같이 본 직원들은 대화 중에 ‘그건 EVP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란 말이 나왔을 때 바로 이해합니다.”

줌캠프 행사장에서박수정 대표

▲줌캠프 우수 발표자 투표함을 지키는 박수정 대표

15분 발표를 위해 발표자는 해당 주제를 철저하게 공부했을 것이다. 우수 발표자에게는 아이패드를 상품을 내걸었으니, 청중을 이해시키고 발길을 잡기 위해 발표자들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을까.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줌캠프 발표 주제는 대체로 줌 서비스와 연결된 게 많았다. 박수정 대표의 생각대로면 발표자와 100명이 넘는 청중은 줌 서비스에서 서로 맡은 일을 이해하고 공유하기에 줌캠프와 같은 기회는 잡기 어려울 것이다.

우수 발표자 6명에 꼽힌 김충환 검색줌기획팀 팀장의 발표를 보자. “저는 검색줌의 지금 상황과 장단점을 네이버, 다음과 비교해 발표했어요. 다음이나 네이버, 구글에서 넘어와 줌에서 검색하는 이용자와 처음부터 줌 검색을 쓰는 이용자를 공략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경쟁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앞으로 프로모션을 많이 할 거란 말도 했어요.”

김충환 팀장의 발표는 기획팀이 왜 특정 서비스를 홍보하려는지를 동료에게 알리는 자리였던 셈이다. 손근영 전임은 “처음 발표하는 사람보다 두 번, 세 번한 사람이 발표 기술이 좋다”라며 “어려운 내용도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되면 개발자의 이야기를 기획자에게 알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줌인터넷은 줌캠프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외부에서 발표자를 불러오거나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행사로 키울 계획이다. 만약 대외 행사로 확장되면 줌캠프는 직원끼리 정보와 철학을 공유하는 역할에서 줌인터넷의 고민과 철학을 외부와 나누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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