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랙베리에 대한 이야기는 안타깝지만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다. 태블릿의 흥행 실패와 안드로이드, 아이폰에 급격히 빼앗긴 스마트폰 시장은 단숨에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멀리 와 버렸다. 하지만 최근 IDC가 발표한 자료는 2016년에도 블랙베리의 점유율이 6%대에 불과하지만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드로이드와 윈도우폰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급격한 시장 변화를 가진다는 분석과 대조된다. 블랙베리는 단순히 마니아들을 딛고 버티는 것일까. 블랙베리 모바일 퓨전이 그 답인 것 같다.

“기업은 블랙베리, 직원은 아이폰 원해”

개인의 IT 디바이스를 업무에도 활용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가 최근 IT업계의 숙제이자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책이나 시스템 제어 등의 문제를 떠나 수없이 많은 단말기들을 모두 제어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문제다. 블랙베리 퓨전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블랙베리를 제어하던 클라우드 기술을 안드로이드와 iOS까지 넓혀 하나의 환경로 기업 안에서 직원들의 스마트폰을 모두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MDM(Mobile Device Management) 솔루션이다.

리서치인모션(RIM)에 따르면 기업 CIO의 70%가 BYOD 확산이 기업 보안에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머지 30% 중에서도 20%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원들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원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골칫덩어리다. MDM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MDM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RIM 역시 보안과 비용관리, 경영개선 등을 주요 이슈로 들었다. 안전하면서도 업무 흐름이 가장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금 놀란 부분은 ‘재미’라는 부분이다. 사실 블랙베리만큼 재미없는 스마트폰도 드물다. 메일이나 메시징 기능으로는 주저 없이 손을 들어주겠지만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블랙베리는 업무용으로 최적이지만, 이미 너무나 쉽고 재미있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맛본 직원들로서는 아무리 예쁘고 성능 좋은 블랙베리라고 해도 일만 해야 하는 플랫폼으로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야 관리적인 측면에서 직원들의 블랙베리 이탈을 안타까워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아낼 수는 없다. 회사에서 블랙베리를 지급해주더라도 개인용으로 아이폰을 또 구입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블랙베리를 통해 그 동안 쌓아온 MDM 기술과 업무용 단말기가 갖춰야 하는 요소들을 잘 알고 있는 RIM으로서는 기술적인 문제만 풀면 정책이나 운영 등 나머지 부분들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10년 기술로 아이폰, 안드로이드 관리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것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볼 수도, 자존심의 문제로도 볼 수 있지만 블랙베리 퓨전을 통해 RIM을 다시 보게 된 부분도 없지 않다. 기존에 갖고 있던 경험과 노하우가 약화되기 전에 다른 플랫폼을 끌어안고 모든 개인용 기기의 제어를 블랙베리에 준한다는 전략은 그 동안 블랙베리의 맛을 한번이라도 봤던 기업들로서는 지금 수준 이상의 이탈을 막고 계속 블랙베리의 제어 안에서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을 유지하겠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그 안에서 가장 업무에 최적화되면서 재미라는 요소까지 더한 단말기를 만들면 충분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블랙베리10과 플레이북 태블릿이 아직까지 이런 점에서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진 못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더 현실적인 전략을 내놓았다는 점은 긍정적일뿐더러 신선하기까지 하다.

블랙베리 모바일 퓨전 솔루션은 기존의 블랙베리를 제어하는 ‘블랙베리 엔터프라이즈 인프라스트럭처’ 서버와 QNX 기반의 블랙베리10, 플레이북을 제어하는 ‘블랙베리 디바이스 서비스’, 그리고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을 제어하는 ‘블랙베리 유니버설 디바이스 서비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콘트롤러 ‘블랙베리 모바일 퓨전 스튜디오’등 네 가지 요소로 나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제어하는 유니버설 디바이스 서비스의 경우 업무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로밍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제어, 하드웨어와 네트워크의 세부 사항, 루팅과 탈옥 여부 파악 등 상당히 강력하게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카메라, 메모리, 미디어카드 등의 이용까지 강력하게 제한할 수 있고 하드웨어 접근이 제한적인 iOS에 대해서도 아이클라우드와 시리를 끌 수 있게 하는 등 실제 업무에서 보안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권한을 갖는다. 보안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분실이 일어나도 단말기 내에 들어있는 모든 보안 자료를 백업받고 단말기에서 삭제해버리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플랫폼에 관계없이 기업들이 개개인의 IT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별 허용 기능에 대해서는 블랙베리 퓨전 체크리스트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랙베리 퓨전은 현재 한글화 작업과 테스트를 거쳐 하반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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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