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손글씨에 대한 오마주, 디지털펜

2007.04.24

EPOS 디지털펜 & USB 드라이브
디지털펜은
보면 수록 역설적인 물건이다. 디지털펜은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을 한몸에 가지려 했지만, 동시에 세계의 단점까지 고스란히 안은 운명이다. 아날로그 펜처럼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도, 쓱쓱 써내려간 글씨는 곧장 디지털 아카이브의 시민으로 편입된다. 디지털펜은 2바이트 글씨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구현하지 못할 필기감의 세계로 우리를 곧장 이끈다. 아날로그로 기록하는 디지털! 디지털펜은 이질적인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그러나 욕심이 과한 탓일까. 디지털펜은 참으로 쓸모 없을 때도 많다. 급한 메모를 해야 셔츠 안주머니에 꽂아둔 볼펜만 도우미가 없다. 기나긴 회의 내용을 기록할 때도 디지털펜보다는 컴퓨터 자판이 훨씬 편리해진 시대다. 그러고 보면 디지털펜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어느 울타리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이방인같은 존재일 지도 모르겠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성이 디지털펜을 선뜻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001년께 처음 디지털펜이 등장했을 때는 여러 면에서 지금의 디지털펜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기억된다. 스타일러스펜에 가까운 간단한 필기구로 종이 대신 넓적한 위에 글씨를 쓰면, 이를 PC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의태블릿 연상하면 되겠다. 종이에 직접 글씨를 쓰는 디지털펜도 등장했지만, 또한 만족스럽지못한 수준이었다. 미세한 센서들이 내장된 전용 종이만 써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기 제품들은 PC 직접 연결해 정보를 저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PC 없이 CF메모리에 저장하는 제품도 있었지만, A3 크기만 전용 보드를 써야 했기에 휴대성이 떨어졌다. 그랬다. 우리에겐 아날로그 펜처럼 언제 어디서나 일반 종이에 자유롭게 메모를 하면서 필요할 간단히 PC 연결해 정보를 불러올 있는 디지털펜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요즘 나오는 디지털펜은 앞으로 디지털펜이 어떤 도구로 자리매김해야 보여준다. 이스라엘 벤처기업 EPOS 선보인EPOS 디지털펜 & USB 드라이브 이름 그대로 EPOS 디지털펜과 USB 메모리 제품이 쌍으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펜은 겉보기엔 일반 아날로그펜과 차이가 거의 없다. 내장된 잉크로 종이에 글씨를 쓰는 모양새는 영락없는 볼펜이다. 평소에는 주머니에 꽂아 들고 다니면서 필요할 꺼내 즉석에서 메모를 하거나 약속을 기록하는 쓰면 된다. 잉크가 떨어지면 일반 잉크를 사서 채워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함께 제공되는 USB 메모리와 결합하면 디지털펜은 새로운 정보입력기로 변신한다. 무언가를 기록할 USB 메모리를 꺼내 디지털펜 근처에 슬쩍 놓아두면, 기록 내용이 무선으로 USB 드라이브에 실시간 전송된다. 나중에 USB 메모리를 PC 꽂으면 메모 내용이 이미지 파일 형태로 뜨는데, 원한다면 표준 필기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텍스트 파일로 변환할 수도 있다. 펜과 USB 메모리는 최대 3m까지 떨어져 있어도 무리 없이 정보를 전송한다. USB 메모리의 저장용량은 512MB 1천여장의 문서를 보관할 있으며, 평소에는 일반 USB 메모리로 활용하면 된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대용량 USB 메모리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급히 메모를 하거나 수업시간에 필기를 , PC보다는 펜으로 주로 업무내용을 정리하는 직장인에게 EPOS 제품은 제격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순간순간 스쳐가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디지털 정보로 기록해두는 용도로도 그만이다. 올해 7 정식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80달러( 74200) 안팎으로 예상된다. 윈도 2000·XP 물론, 비스타에서도 돌아간다.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에 익숙해지면서 펜으로 종이에 정성들여 기록하는 풍경이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손가락으로 기계적으로 두드려대는자판글씨대신, 가끔은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하루를 기록해보면 어떨까. 그런 점에서 디지털펜은 사라져가는 손글씨에 대한 정보사회의 오마주가 아닐까.

Tag

asada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