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어깨 높이의 로봇이 회사 입구를 지키는 곳이 있다. 쇼핑몰 솔루션 메이크샵으로 잘 알려진 코리아센터닷컴 얘기다. 로봇이나 장난감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도 아닌데, 회사 입구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나오는 로봇이 서 있다.
“회사 이름이 코리아센터닷컴인만큼 로보트 태권브이가 지키고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안채준 코리아센터닷컴 개발사업본부 메이크샵 R&D 사업 실장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건담만큼 로보트 태권브이 프라모델도 다양하면, 회사 입구를 태권브이가 지켰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회사 입구를 건담이 지키기까지는 프라모델이 취미인 안채준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 그가 회사 동료와 함께한 술자리 화제로 프라모델을 언급한 게 계기가 됐다. 그 자리에 함께한 동료들이 자신도 프라모델을 하고 싶다며 나섰고, 안채준 실장은 사내 프라모델 동아리를 만들었다.
10여명으로 시작했던 동아리는 6년이 지나면서 사내 인기 동아리로 자리잡았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3개월마다 활동비도 지급받았다. 지급받은 활동비로 똑같은 프라모델을 사서 자체 경연도 진행했다. 업무가 끝난 후엔 다 같이 사무실에 모여 조립했다. 회사 입구를 지키는 건담은 동아리 활동을 기특하게 여긴 사장님의 통큰 선물로, 동호회원들이 모여 삼삼오오 모여 조립한 결과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프라모델에 대해 관심 있었습니다.사회생활하는 직장인이 되니 프라모델을 취미로 하기 쉽지 않더군요. 사내 동아리를 통해 저도 다시 프라모델에 대한 애정을 되살리게 된 셈이니, 어찌보면 좋은 기회였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5~6년 전에는 프라모델을 취미로 갖고 있다고 하면, 어린아이 취미를 왜 어른이 하냐는 식의 시각이 많았다. 어린아이 취미로 봐주는 건 오히려 다행이다. 애니매이션에 푹 빠진 ‘오덕군자’로 취급하는 시선도 있었다.
“지금은 좀 다릅니다. 프라모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사내 동아리 분위기만 해도 2년전부터 바뀌었습니다. 여성들 중에도 프라모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로봇 모양 외에도 인형 모양 등 프라모델도 그 종류가 다양한 탓도 있고 연예인들 덕에 프라모델 조립을 멋있게 바라보는 시선도 생겼습니다. 덕 좀 봤지요.”
프라모델 조립에는 섬세한 손재주와 동시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안채준 실장은 프라모델 세트를 한 번 잡으면, 작품 크기마다 다르지만 대략 4~5시간 정도 조립에 집중한다. 그 중 퍼펙트 그레이드(PG) RX78 모델은 손 끝에서부터 팔꿈치까지의 높이로, 크기가 커 작업 완료에 2주가 걸렸다. 퇴근 후 꾸준히 1~2시간 반복 작업했다.
“프라모델은 단순한 장난감 조립과는 조금 다릅니다. 조립을 위해 필요한 도구는 니퍼와 프라모델 세트 뿐이지만, 잘 조립하는 건 의외로 어렵습니다. 부품 하나라도 잃어버리다간 완성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차분함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되는 취미활동인 듯 합니다.”
니퍼로 각 프라모델 부품을 자르고, 칼로 니퍼로 자른 단면을 매끄럽게 다듬는다. 때에 따라선 자신만의 프라모델을 위해 채색까지 한다. 이런식으로 안채준 실장이 완성한 프라모델은 지금까지 50여개에 이른다. 일본어로 된 설계도를 숱하게 바라보면서 만들었다. “버리지 마세요”라고 된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해 부품이 쓸모 없는 줄 알고 버리다가 후회하기도 여러번, 조립 중에 부품을 잘못 결합한 적도 수차례다. 신기하게도 프라모델은 다 조립한 다음에야 문제점이 눈에 띄더란다.
“이만큼 조립하기까지 정말 애 많이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편하게 부품 번호 보면서 하나씩 조립해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정도 숙달되고 나니까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익숙한 부품이라 조립하다보면 다 맞추고 난 다음에 관절 방향이 반대가 돼 손이나 발 모양이 이상하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 필요한 부품인지 확인하고, 꼼꼼하게 따져 작업해 실수 경우가 좀 줄었다. 프라모델 작업도 익숙해졌다. 그만큼 프라모델 작업 난이도도 높아졌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주전함 ‘야마토’를 작업하고 싶습니다. 제 프라모델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고 할까요. 무선 컨트롤러가 있어 무기가 움직이는만큼, 이 모델만큼은 꼭 작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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