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서비스라는 말은 이제 흔히 들을 수 있다. 데이터를 사용자의 PC에 저장하는 대신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N드라이브’나 ‘다음 클라우드’가 대표적인 클라우드 저장공간 서비스다. 구글 문서도구나 ‘에버노트’와 같이 언제 어디서나 문서를 불러오고 편집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게임 분야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 가이카이나 온라이브, 대만 유비터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게이머가 접속할 수 있는 게임 서버를 마련해 놓고, 시간과 장소, 게임 플랫폼에 관계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대부분 기존 패키지 형식으로 출시된 게임을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하는 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개념이 생소하다. 아직 제대로 사업을 벌이는 업체도 없고, 국내에서는 온라인게임이 특히 많은 게이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PC 외에 다른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즐기려는 게이머의 요구도 어느 정도인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가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스마트TV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 보급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비싼 PC를 구입해야 하는 일이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권력 주체가 바뀔 수도 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보급이 늘어나면 게임 플랫폼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되고, 누구의 힘이 강해질 것인가. 짚고 넘어가 보자.

서버 자원 나눠 쓰는 게임 서비스

게임을 즐기려는 사용자는 으레 자신의 PC 성능이 게임을 구현할 수 있는지 점검해보기 마련이다. 게임을 구동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PC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픽 카드나 램, 프로세서 등 게임을 구동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컴퓨터 자원을 클라우드에 두고, 게임과 관련된 모든 계산을 해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게이머는 네트워크를 이용해 게임 서버에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성능이 낮은 PC나 노트북에서도 ‘베틀필드’나 ‘배트맨 아캄시티’와 같은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게이머의 접속환경이 PC에 머무를 필요도 없다. 스마트TV나 태블릿 PC 등에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만 있으면 된다. 게임을 구현해주는 컴퓨팅 자원이 모두 서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이카이나 유비터스의 게임 서버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 서버엔 ‘지포스 GTX 560’이나 ‘지포스 GTX 580’ 등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가 여럿 꽂혀 있다. 얼마나 많은 게이머가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하느냐에 따라 서버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게임용 고성능 PC 수십대가 서버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서버에서 계산된 게임 화면은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의 플랫폼으로 전달된다. 이때 게임 화면을 H.264 등 동영상 형식으로 압축해 전송하게 된다. 영상을 압출해야 느린 네트워크 속도에서도 제대로 된 게임 화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동영상을 보며 게임을 즐기는 것과 같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확장된 저장공간으로 활용하던 클라우드 서비스가 게임 시장에서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나 프로세서의 계산 능력 등 서버의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이브의 서비스 소개 화면, 이미 온라이브는 ‘아이패드’나 HTC ‘플라이어’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 권력지도에 새 판 짜일 수도

서완석 엔비디아 이사는 지난 6월 블로터닷넷과 가진 인터뷰에서 “애니타임, 애니플레이스, 애니 플랫폼 게임 서비스”라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정의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사용자가 어떤 플랫폼을 쓰느냐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든 똑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은 부지기수다. 기존 PC는 물론이고, 스마트TV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후보 중 하나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계는 이 중에서도 모바일 기기에 특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버에 접속해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실제로 가이카이는 지난 5월, 미국에서 별도의 장비 없이 삼성전자 스마트TV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을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이브도 미국에서 구글 스마트TV와 ‘아이패드’, ‘아이폰’ 등으로 ‘문명’과 같은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NTT 도코모가 대만 유비터스와 손 잡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존 게임 플랫폼 업체 중에서는 소니가 가장 먼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이다. 소니는 지난 7월2일, 가이카이를 4천3백억원에 인수했다. 데이비드 페리 가이카이 CEO는 자리를 지키는 등 인력 이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이카이가 다른 업체들과 맺은 기존 협력관계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 관계자는 “가이카이가 원하지 않는 이상 굳이 기존 협력관계를 바꿀 이유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기대되는 점은 소니의 게임 타이틀과 가이카이가 가진 클라우드 게임 기술의 결합이다. 소니는 스마트TV ‘브라비아’ 브랜드와 자체 태블릿 PC, 스마트폰도 갖고 있는 업체다. 소니만의 방대한 게임 타이틀이 클라우드 게임 기술을 타고 스마트TV와 태블릿 PC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에 흘러들어 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니의 통합 네트워크 서비스 ‘소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SEN)’가 아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가 하면, 웹브라우저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다. 이 분야에서는 구글이 앞장서고 있다. 구글은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구글 개발자대회 ‘구글 I/O’를 통해 크롬 브라우저를 게임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구글은 가이카이와 손 잡고 크롬 브라우저에서 ‘불릿스톰’을 시연했다. ‘불릿스톰’은 화려한 그래픽을 지원하는 일인칭슈팅(FPS) 게임이다. 크롬과 같은 웹브라우저마저 게임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연한 셈이다. 크롬 브라우저는 전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크롬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가 군침을 흘릴만하다. ‘서비스’가 ‘플랫폼’ 대체하는 형국이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보급이 늘어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전통적인 게임 플랫폼들이다. 게임 콘솔이나 고성능 PC가 없어도 높은 하드웨어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게임 플랫폼뿐일까. 게임 유통 구조도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게임을 유통하는 과정이 전혀 필요 없다.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앞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분야는 각 나라의 통신 업체가 큰 목소리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자. 현재 통신 사업자는 전국에 걸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는 PC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거나 스마트TV를 통해 홉쇼핑 물건을 주문하는 기능, 스마트폰에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서비스하는 수준이다.

네트워크를 구축 했다면, 여기에 어떤 콘텐츠를 얹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부가 콘텐츠로서 게임만큼 달콤한 서비스가 또 있을까. 실제로 국내 이동통신 업체 중 한 곳이 대만의 유비터스와 손 잡고 국내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사업을 구상 중이다. 네트워크망은 통신업체가 가진 권력이나 다름없다.

소니가 인수한 가이카이의 서비스 플랫폼

스마트TV나 태블릿 PC, 스마트폰, PC 뿐만 아니라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받을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화면은 가이카이가 ‘구글I/O’에서 시연한 ‘불릿스톰’

기술적인 한계는 풀어야 할 숙제

아직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기술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개념이다 보니 지연시간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게이머가 입력한 결과가 모니터에서 바로 보이지 않는 식이다.

이 같은 문제는 입력과 결과가 즉시 반영돼야 하는 일인칭슈팅(FPS) 게임을 즐기는 데 특히 방해꾼 노릇을 한다. 예를 들어 게이머가 총을 쐈는데, 이미 화면에서는 목표가 지나가 버린 후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화면에서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점프를 했는데 점프 입력 결과가 늦게 반영되는 것도 게임을 방해할 수 있다.

지연시간이 발생하는 이유는 GPU가 계산한 게임 화면 값이 게이머의 모니터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전달되기 때문이다. GPU가 계산한 게임 화면은 중앙처리장치(CPU)로 우선 전달된다. 이 계산 값이 다시 서버의 메모리로 이동했다가 네트워크 카드를 통해 게이머에게 전달된다.

이 같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클라우드 게임 서버 구조를 바꿔야 한다. 엔비디아는 지난 5월, ‘지포스 그리드’라는 클라우드 게임 서버 맞춤 솔루션을 내놨다. ‘지포스 그리드’ 기술은 GPU가 계산한 게임 화면을 바로 네트워크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다. CPU와 메모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그리드 기술은 지연시간을 약 200ms(1ms는 1000분의 1초) 수준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완석 엔비디아 이사는 “지포스 그리드 기술을 이용하면 지연시간을 최대 150ms까지 줄일 수 있다”라며 “앞으로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솔루션은 지연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카이나 온라이브, 유비터스 등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가 엔비디아의 지포스 그리드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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