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포럼] 스크랩은 모두가 가진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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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스마트폰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던 ‘오빠믿지’란 응용프로그램(앱)을 기억하나요? 연인끼리 지금 어디에 있는지, 위치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도 하는 앱이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위치정보사업자로 신고하기 전부터 이 서비스를 제공한 터라, ‘오빠믿지’를 개발한 플라스크모바일의 경영진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일도 있습니다. 연인끼리 소통하는 모바일 앱으로 만들려던 포부가 꺾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소식이 잠잠하다 올 4월 플라스크모바일은 ‘플로그’라는 웹 스크랩북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오빠믿지’, ‘내 여자친구’, ‘내 남자친구’와 같이 직관적이고 다소 자극적인 이름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이번엔 이름이 상당히 낯섭니다. ‘플로그’는 ‘사적인’이란 뜻의 ‘프라이빗’과 블로그를 조합해 만든 단어입니다.

블로그란 게 1인 미디어로, 웹 대자보인데 여기에 사적인 서비스를 어떻게 결합한다는 걸까요. 6월 SNS포럼을 플라스크모바일에서 진행하며 직접 듣기로 했습니다.

  • 일시: 6월28일
  • 장소: 플라스크모바일
  • 참석자: 김정태 플라스크모바일 대표, 김범진 시지온 대표, 김철환 소셜익스피리언스랩장, 김호근 아이쿠 대표, 이성규 뮤즈어라이브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이희욱/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SNS포럼 플라스크모바일

김정태 플라스크모바일 대표는 그동안 내부 또는 외부 의뢰로 제작한 앱이 120개라며, 모바일쪽 노하우를 쌓았다는 말로 입을 뗐습니다.

“2010년께 1인 개발자 시대가 온다, 앱 하나로 대박난다, 게이미페케이션(서비스에 게임 요소를 넣기) 등의 말이 있었는데 지나고보니 그때 나온 말 중에 제대로 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여러 앱이 지금도 수익화에는 성공하지 못했지요. 저도 모바일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못 찾았고요. 일단,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 상황에 지속 가능여부가 달렸지만, 회사는 지속가능하게 갈 수 있단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떠올린 게 ‘플로그’라고 합니다. 그동안 플라스크모바일이 입소문으로 반짝 알려지는 앱을 낸 것과 사뭇 다른 길로 보입니다. ‘연인간의 위치정보를 공유한다’라는 콘셉트와 같이 구체적이고 좁은 분야가 아니라, ‘플로그’는 어떠한 정보든 스크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플로그’를 플라스크모바일이 만들었다고 했을 때 기존 포트폴리오와 거리가 상당히 있단 생각이 드는 이용자도 있을 겁니다.

먼저, 이 말부터 꺼내야겠습니다. ‘플로그’ 웹사이트는 미국의 ‘핀터레스트’와 모양새가 비슷합니다. 김정태 대표는 플라스크모바일이 늘 그러했듯 ‘플로그’를 모바일 서비스로 먼저 떠올렸는데, ‘핀터레스트’가 갑자기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고 겉모양을 ‘핀터레스트’와 비슷하게 꾸며 웹서비스로 먼저 시작했다고 털어놨습니다.

SNS포럼 김정태 플라스크모바일 대표

▲김정태 플라스크모바일 대표

그렇다면 ‘플로그’의 속은 어떤 모습일까요. “카카오톡은 처음 무료문자라서 사람들이 좋아했지요. 소셜커머스는 반값으로 살 수 있었고요. 이렇게 이용자들의 본원적인 욕구를 채우는 게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다 스크랩에 대한 욕구를 주목했습니다.”

김정태 대표는 우선, 200명에게 ‘언제 스크랩하고 싶으냐’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미지부터 비디오, 영수증까지 모든 형태에 대해 사람들은 스크랩하겠다고 대답했는데요. 이렇게 스크랩 용도만을 위한 서비스 중 잘 알려진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욕구가 보편적이다는 게 증명되지 않아도, 우리같은 스타트업으로 인해 모바일에서 콘텐츠 소비는 갈수록 늘고, 휴대폰으로 보는 게 많아질수록 갈무리하고 싶다는 욕구는 반드시 등장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다음은 ‘플로그’를 두고 SNS포럼 회원과 김정태 대표가 주고받은 일문일답입니다.

이성규 나는 스크랩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가끔은 신문을 사진으로 찍어 ‘핀터레스트’에 올려 정리하기도 한다. ‘플로그’는 기사와 블로그에 따라 스크랩 형태를 다르게 했는데 다양한 탬플릿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정태 시간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인스타페이퍼로 기사, 딜리셔스는 주소, 인스타그램이나 푸딩은 음식 사진을 모으는 데 쓴다.

김철환 소셜익스피리언스랩장 이성규 뮤즈어라이브 대표

황룡 지금은 ‘핀터레스트’와 같아 보인다. 첫 인상은 ‘핀터레스트’와 페이스북의 인터페이스를 빌려왔다이다.

김정태 마케팅을 크게 안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우리가 역량이 있는 모바일 버전에서 ‘얘네가 이런 걸 해서 컸구나’라는 이야길 듣기를 기대한다.

김철환 올여름 출시한다는 모바일 버전은 웹서비스와 어떤 점이 다른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핀터레스트’와 비슷하게 가는데,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플로그’의 경쟁자는 북마크 서비스가 아니라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스토리가 아닐까.

김정태 복사해 붙여넣어 스크랩하는 건 멋지고 편한 방식이 아니다. 이걸 해결하는 쪽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을 거다. 올초부터 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셜피로도라는 단어가 나왔다. ‘플로그’는 SNS 색깔을 덜어내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경쟁자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플로그’ 이용법도, 이용자가 스크랩해 혼자 보다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을 때 전체 공개로 전환하게 할 거다.

황룡 사람들이 스크랩하려는 욕구가 큰 편인가.

김정태 북마크는 항상 원천적이었다. 나도 북마크를 썼다. 네이버 블로그는 2천만 개 있다. 그중 활성화한 건 800~900만개 정도다. 그리고 거기에서 80~90%가 스크랩을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쓴다고 한다.

김호근 플로그는 국내 이용자만을 바라보고 만들었나.

김정태 아시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과 홍콩, 대만 등 동북, 동남아시아를 노린다.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북미를 생각하기 쉽상인데, 미국 회사들은 세계 앱스토어 2위인 일본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사실 우리가 미국 가긴 어려워도 일본은 쉽게 갈 수 있지 않은가. 미국은 멀지만, 일본은 가깝다.

김범진 ‘내여자친구’와 ‘내남자친구’는 뜰 수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플로그’는 이 이름들보다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김정태 ‘내여자친구’와 ‘오빠믿지’가 나오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앱도 영어로 이름지어졌다. 그런데 이 두 앱이 뜨고 나서는 우리말로 노골적인 이름들이 등장했다. ‘플로그’는 일부러 알파벳으로 plog 단 4글자로 이루어졌고, 스크랩북을 만든다는 취지에 잘 맞는 것 같다.

김호근 아이쿠 대표, 김범진 시지온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헌데 웹에 쌓고 모바일로 스크랩한다는 ‘플로그’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게 있었습니다. 플라스크모바일은 ‘오빠믿지’, ‘내여자친구’ 등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고 각종 기사에 등장했지만, 유료 마케팅을 진행해본 일이 없다고 합니다.

‘다운로드하면 경품 ◦◦◦ 증정’이나 ‘리뷰 쓰고 ◦◦◦ 받자’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단 이야기인데요. 비결이 궁금합니다. 김정태 대표는 아주 짤막하게만 소개했습니다.

“마케팅 비용은 0원이었습니다. 우리가 한 건 3가지입니다. 타깃을 명확하게 하고, 그 타깃이 오가는 길목을 잡았습니다.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입소문을 내는 데 좋다는 건 알겁니다. 그리고 같은 것도 다르게 하는 전달 방식을 썼습니다.”

플로그

▲플로그

‘오빠믿지’를 소개할 때 주로 여성 커뮤니티를 공략하고, 서비스 이름도 귀에 쏙 들어오는 ‘오빠믿지’로 지은 게 바로 이러한 전략에 들어맞습니다. 서로 동의한 이용자끼리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API를 활용해 내 주변 이용자를 보이는 서비스가 기존에 이미 있는데도 ‘오빠믿지’가 유독 입소문이 크게 났던 까닭일 겝니다.

김정태 대표는 2009년 창업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며, 때론 외부 업체에 ‘이런 걸 제작해주겠노라’라며 찾아간 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될 만하고, 수익을 가져다줄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게 자기 서비스일 수도 있고, SI라고 말하는 외주 프로젝트일 때도 있었습니다. 플라스크모바일은 그렇게 연매출 10억원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플로그’로는 앞으로 1년간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플라스크모바일은 올 4월 ‘플로그’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용자 500명을 확보했는데요. 올 1~4월 내부 인력을 ‘플로그’ 개발에 쏟다 지금은 4명만 남았습니다. 이달과 다음달에 다시 인력을 조금씩 더 투입한다는 계획인데요. 회사에 수익을 주는 일을 하는 인력과 ‘플로그’ 인력으로 나뉜 셈입니다.

모험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김정태 대표는 확고했습니다. “애초 이용자의 욕구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건 대표의 몫입니다. 대표가 ‘될 것 같다’라는 확신이 들면 회사는 힘을 받고 그쪽으로 가는 거지요.”

김정태 대표는 과외로 버는 돈이 대기업 초봉보다 많다는 현실을 보곤 회사다니느니 창업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합니다. 그때가 2009년으로, SNS와 SMS, MMS의 차이점도 모르고,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차이도 모르던 ‘사업 초년생’이었는데요. 지금 김정태 대표는 3년째 회사를 이끌며 18명 규모로 키웠습니다. 이번엔 1년간 수익없이 투자할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어떤 성과를 이뤄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