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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망중립성 이미 통신사편?…시민단체, “치우쳐있다”

2012.07.10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나 차단은 차량 5부제나 10부제를 시행해 길을 뚫겠다는 겁니다. 트래픽을 적게 사용해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발전하도록 자원을 제공하고, 기술이 발전하게 하고, 필요하면 정부 또는 사업자, 소비자가 투자를 해 플랫폼과 인프라를 갖추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트래픽 관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7월10일 열린 제2회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 토론회에서 윤원철 KINX 경영지원실장이 한 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트래픽 관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12월26일 발표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마련하는 ‘인터넷 망에서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을 뜻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금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또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합리적’이라고 판단될 때 해당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차단 또는 제한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 기준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초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 토론회

트래픽 관리 기준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인터넷 망에서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안) 중

2.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①DDos, 악성코드, 해킹 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사이버 공격 및 통신장애에 대응하기 위한 트래픽 관리 등의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예시1> DDos 공격 시 방송통신위원회 및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요청에 따라 DDos 공격의 원인이 되는 좀비PC를 망에서 차단하는 경우
<예시2> 망에서 위해를 주는 악성코드, 바이러스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
<예시3> 이동통신망의 장애 상황 또는 장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원인이 되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한하는 경우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은 이 자리에서 트래픽 기준안을 공개해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의미하는 바와 지금까지 나온 트래픽 기준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먼저,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정책활동가는 트래픽 관리 기준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콘텐츠나 서비스 등을 차별하지 않고 개방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을 이야기하면서 트래픽 관리를 동등하게 두는 게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터넷 트래픽 관리는 망 중립의 정책 목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외적이고 제한된 범위에서 트래픽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동통신사는 스마트TV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을 차단하는 것은 망의 안정성을 해치거나 혼잡을 일으키지 않았는데도 차단하고 통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P2P(Peer to Peer) 트래픽을 관리하려는 의도에 의심을 품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 망 혼잡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P2P 트래픽에 대해 특정 조건에서 제한되는 경우. 단, 무선의 경우 P2P 외에 망 혼잡을 유발하는 대용량 트래픽도 제한할 수 있다.

<예시4> 인터넷 이용자가 많은 최번시 또는 일일 사용량 초과 이용자 등에 대해 P2P에 대한 전송속도를 제한하는 경우

오병일 활동가는 “P2P는 지연하는 게 합당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통신사가 특정한 앱, 무선인터넷전화의 개방, 발전, 혁신을 더 북돋고 P2P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의 발전은 저해할 수 있는 권한을 통신사에 주는 것”이라며 “망 혼잡시에는 P2P이든, 또 다른 서비스이든, 과다하게 트래픽을 발생하는 서비스를 관리할 수 있겠지만, P2P이기 때문에 트래픽을 관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윤원철 실장도 “네이버 스포츠 중계도 P2P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게임의 패치도 P2P 방식으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는 상황”이라며 “대용량 트래픽을 쓰는 동영상 서비스, 게임 업체의 패치 다운로드에도 과금하겠다는 생각이 큰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놨다.

트래픽이 몰리는 방식 대신 분산해 데이터를 이용하게 하는 P2P 방식을 되려 관리하려고 하면서 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트래픽 관리 기준안에 나온 기준 자체가 모호한 데에 문제도 있다. 가정에 가정을 유추한 상황을 그릴 수밖에 없는 형태로 마련됐다는 비판인 게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동영상 서비스가 전체 트래픽의 50%를 차지하고 웹하드는 30%를 차지한다는데 웹하드는 한국형 동영상 구매서비스로 볼 수 있다”라며 “P2P 방식을 차단하겠다는 건 망 중립성을 이야기하며 네이버, 다음커뮤니케이션, 유튜브 동영상 사업자에게 과금하는 걸 논의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컴캐스트는 직접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엑스박스360로 이용할 때는 데이터 과금에서 제외한 일이 있습니다. 통신사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하는 타사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행위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용자 약관으로 트래픽 차단 또는 제한하려는 노림수는 경계해야

이와 같은 우려는 이날 공개된 트래피 관리 기준에서 ‘이용자의 요청이 있거나,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와 이용자간에 맺어진 정당한 계약 등 이용자의 동의’를 얻으면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항목 때문에 더 컸다.

④ 스팸, 유해 콘텐츠 차단 등 이용자의 요청이 있거나, 인터네서비스제공사업자와 이용자간에 맺어진 정당한 계약 등 이용자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제한하는 경우

모바일인터넷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망 사업자가 약관에 미리 ‘타사의 모바일인터넷전화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외부 서비스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병선 다음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통신사가 약관으로 규정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문구가 나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시장이 경쟁상황이라면 약관이 좋은 통신사를 찾아가겠지만, 약관은 동의 안 하면 이용을 못하게 했으니, 약관으로 모든 걸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청중에 있던 김보라미 변호사도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에 대한 이 내용은 인터넷 서비스의 이용약관이 아닌 가이드라인이고, 법령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라며 “이렇게 구멍이 있으면 나중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라는 의견을 냈다.

강장묵 동국대 전자상거래연구소 교수는 “패킷을 열어보거나 패킷의 헤드에 있는 내용을 보고선 가장 최적의 경로로 패킷을 전달하는 데에 쓰이는 것 외에는 망 사업자가 트래픽을 지연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DDos 공격이나 바이러스 등 사회에 심각한 해가 있을 때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대 교수는 “트래픽 관리는 피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허가를 받아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와 신고제로 운영하는 업체를 두고 자율적으로 해결하라고 정부가 주문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밀실에서 나온 트래픽 관리 기준 vs. 공개 토론회로 의견수렴하여 반영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 자료로 쓰인 ‘인터넷 망에서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작성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에 보여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기준안은 내용뿐 아니라 작성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라며 “2주 전 자문위원에게 내용을 보여줬지만, 바로 수거했는데 인터넷 산업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이드라인을 충분한 토론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방통위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부친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통신경쟁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블로터닷넷과 전화통화에서 “공개된 (트래픽 관리 기준)안은 확정된 게 아니며, 수정해가는(버전업하는) 상황이고, 비판이 있고 반론이 많으면 정부가 반영하고 검토할 것”이라며 “오는 7월13일(금)에 열리는 토론회에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이라는 주제로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7월13일(금) 오후 2시30분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발제는 트래픽 관리 기준안을 만든 나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맡을 예정이다.

  •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보러가기
  •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토론회 안내글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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