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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흥행, 세계 PC 판매에 직격타

2012.07.12

PC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가트너가 공개한 2분기 제조사별 PC 판매량 자료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이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HP는 1위를 지켰지만, 중국 시장을 앞세운 레노버의 성장세가 무섭다. 대체로 성적표는 좋지 않다. 전체적으로 PC 시장이 0.1% 줄었고 중국과 관련된 기업 외에는 눈에 띌만큼 부진했다.

특히 HP는 PC 사업의 불안정성과 구조 조정을 겪으면서 12.1%의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PC와 프린터 사업부가 통합된 PPS 그룹의 조직이 곧 정상적으로 움직이면서 하반기 회복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레노버는 중국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14.9%나 성장하면서 HP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점유율도 HP가 14.9%인데 비해 14.7%로 언제고 순위가 바뀌어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다. 레노버 뿐이 아니다 중국을 주 시장으로 하고 있는 에이서와 아수스 등 대만 기업들도 꾸준한 성장세다. 특히 아수스의 경우 지난해 대비 38.6%나 성장했다. 아수스는 중국 외에도 일본,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델은 레노버에 이어 에이서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며 끝없는 추락을 면치 못했다. 가격 경쟁력을 우선으로 앞세웠던 델의 사업 모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심판대에 올라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PC 판매량은 0.1% 줄었다. 그나마 이를 유지한 것도 결국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의 성장이 뒤따라준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성숙한 PC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5.7%나 떨어졌다. 그 결과는 더욱 기가 막힌다. 애플을 빼고 HP, 델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제조사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HP와 델이 10%가량 떨어졌고 에이서, 도시바 등은 최고 19.5%까지 하락했다. PC와 노트북 시장을 만들고 이끌어 온 초기의 강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반면 애플은 4.3% 더 많은 맥을 팔아 12%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미국이 이런 성적표를 받은 데에는 유럽 경제 위기가 계속 이어졌던 탓이 크지만, 전체적으로 미국을 비롯해 성숙된 시장이 PC보다 태블릿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큰 이유로 보인다. 실제 PC와 부품 제조사들도 500달러에서 700달러 사이 PC시장의 중심을 차지하던 제품들의 판매량이 눈에 보일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넷북이나 저가형 노트북 대신 태블릿, 특히 아이패드를 구입하면서 실제 판매량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애플의 PC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영향이 크다. 아이클라우드로 스마트폰부터 PC까지 연결이 되고 맥을 통해 제품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아이폰, 아이패드 구입자들이 맥을 구입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판매량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의 판매량은 아이맥, 맥미니 등 PC형 제품은 지난해 2분기 2.2%에서 올해 4.3%로, 맥북은 지난해 2.3%, 올해 2.5%로 증가했다.

국내 PC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PC 판매량이 강력한 영향력을 지키고 있지만 집중도는 조금 떨어진 분위기다. 다나와 리서치 조사 결과 삼성 노트북의 경우 지난해 2분기 28.7%에서 올해는 23.8%로 적잖이 떨어졌다. 그 대신 지난해 2분기 14.6%를 차지했던 HP는 18.5%로 크게 늘었다. 컴팩 브랜드를 통합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 주 요인으로 보인다.

데스크톱 PC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8.4%였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47%로 떨어졌다. 대신 HP가 10.5%에서 19.2%로 늘어났다. PC시장의 프레임이 브랜드와 서비스 위주에서 가격과 제품 경쟁력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PC 가격이 떨어지고 성능에 차이가 거의 없다보니 한 번 사서 오래 쓴다기보다 PC를 구입할 때 큰 고민 없이 구입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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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