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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쓰나미’에 쓸려간 망 중립성

2012.07.16

그 동안 꾸준히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서비스 업체가 논의해 왔던 망 중립성과 유·무선 인터넷의 트래픽에 대한 이슈에 대한 결론이 빠르게 날 전망이다. 시장에 맡겨두겠다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결국 이동통신사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과도한 트래픽’ 입증하면 제한 가능

방통위는 7월13일 포럼을 열고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이라는 안을 내놓고 토론을 벌였다. 합리적인 인터넷 환경을 위해 투명한 절차를 통해 트래픽을 관리해 효율적으로 인터넷 환경을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뼈대는 간단하다. 망 사업자인 통신사가 ‘과도한 트래픽’을 이유로 방통위의 허가를 얻어 특정 서비스 속도를 떨어뜨리거나 차단, 접속 제한까지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방통위 기준안에서 통신사가 트래픽을 조정할 수 있는 기본 안은 아래와 같다.

  •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경우(예: DDos, 해킹 대응 등)
  •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하는 경우
  • 관련법령의 규정에 근거하거나 법령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 – 음란·사행정보 등 – 을 법적 절차에 따라 차단 등)
  • 법령이나 약관에 근거한 이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예 : 스팸, 유해 콘텐츠 차단 등)
  • 적법한 계약 등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제한하는 경우
  • 이 밖에도 방통위가 기술발전 등을 고려하여 사안별로 합리성 여부를 판단

통신사는 이제 방통위에 트래픽이 몰리는 이유를 밝히면 출퇴근 시간에 유튜브 동영상의 속도를 떨어뜨리거나 저녁시간에 삼성 스마트TV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실질적으로 ‘트래픽 관리’라는 명목 하나로 망 중립성, 카카오톡, mVoIP, P2P 등 모든 이슈에 대해 통신사가 관리 칼자루를 쥐게 되는 셈이다.

구체적 예시 왜 들었나

이 문제에 불을 지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역시 이 안이 통과되면 트래픽 제한 대상이 된다. 방통위는 기본안을 두고 상세한 예시를 들었는데, 이 안에 최근 인터넷을 두고 벌어지는 모든 논란의 사례가 담겨 있다.

<예시4> 이용자의 접속이 가장 많은 시간대(통상 오후 9시~11시. 사업자별 상황에 따 라 달라질 수 있음)에 P2P 트래픽의 전송 속도를 일정 속도 이하로 제한하는 경우

<예시5> 유선인터넷에서 이용자의 월별 사용량 한도를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이용자의 트래픽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전송속도를 일정 속도 이하로 제한하는 경우

<예시6> 무선인터넷에서 특정지역내에서의 일시적인 호 폭주 등 망 혼잡이 발생하였거나, 망 운영 상황, 트래픽 추세 변화, 자체 관리 기준 등에 근거하여 망 혼잡 발생 가능성이 객관적이고 명백한 때, 데이터 사용량 한도를 초과한 이 용자에 대해 동영상서비스(VOD 등) 등 대용량 서비스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예시7>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빈번한 Keep Alive 신호 등에 따른 이동통신장애에 대비 “이동 통신망에서의 Push 알림 구현방법”을 기술표준으로 마련(‘11.12)한 것과 관련, 이를 준 수할 것을 사전에 충분히 권고하고 망 혼잡으로 트래픽 관리가 불가피한 경우 이를 준수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을 유사한 애플리케이션들 중 우선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예시10> 시장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요금제에 따라 mVoIP 트래픽의 제한 여부 또는 제한의 수준을 다르게 규정하면서 이용자가 그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예시에 따르면 많은 데이터를 내려받는 이용자들이 우선적으로 제한을 받는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3’을 온라인으로 구입한 뒤에 10GB에 달하는 클라이언트를 단숨에 내려받으면 예시4, 5에 걸릴 여지가 있다. 예시6은 스마트TV에 불리한 조건이다. 7과 8안은 카카오톡이 걸릴 수 있다. 메시지 프로그램들이 쓰는 푸시 방식이 기술 표준 외의 ‘Keep alive’ 방식을 적용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예시10은 mVoIP 서비스를 요금제에 따라 차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낸 셈이다.

이대로라면 스마트TV부터 시작해 카카오톡으로 불거진 망 중립성과 트래픽 논란은 그간 지리한 다툼을 이어 왔던 논란은 곧 마무리된다. 이 기준안이 통과되면 mVoIP, 스마트TV, P2P 사업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 통신사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TV가 PC보다 20배의 트래픽을 유발한다’거나 ‘보이스톡의 트래픽이 망 전체의 품질을 떨어뜨릴만큼 많은 부담을 준다’고 주장하며 속도 제한과 요금 인상 등을 합리화했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와 시민단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트래픽과 망 부담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자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 우려된다’는 전제를 붙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신사는 ‘트래픽 관리’란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칼자루를 쥐게 됐다.

‘시장 자율’ 버리고 통신사 손 들어준 방통위

지난달 초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에 대해 논란이 거세지자 방통위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정부 기관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발을 뺀 바 있다. 전국민이 들썩들썩했을 만큼 예민한 카카오톡에 대해 직접적으로는 시장에 맡긴다고 했지만, 이번에 내놓은 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카카오톡이나 스마트 TV등의 문제가 단숨에 정리되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지금껏 진지하게 논의되던 ‘망 중립성’의 기본 취지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조치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병선 이사 설명을 들어보자. “이번 기준안은 그간 논란이 되던 이통사의 서비스 제한 조치를 정당화시켜줬다. 특히 P2P 트래픽 등 특정 서비스 유형을 예시로 든 것이 문제다. 방통위 기준안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투명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특정 서비스를 논하는 것 자체가 특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망 중립성과 트래픽에 대한 논의는 인터넷이 등장해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주고 산업 혁신을 이끌어온 동력을 살려나가기 위한 것이 원칙이 돼야 할 것이다. ‘서비스를 차별하고 입맛에 맞게 제한할 수 있게 된다면, 그간의 인터넷의 역동성은 유지될 수 없다’는 걱정이 단순한 기우란 말인가.

아직은 ‘안’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기준안은 발표 전 유출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 단체가 이 안에 대해 반발하자 방통위는 “공개된 (트래픽 관리 기준)안은 확정된 게 아니며, 수정해가는(버전업하는) 상황이고, 비판이 있고 반론이 많으면 정부가 반영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사업자 대표나 시민단체들은 “토론이 아니라 발표하는 자리”라고 꼬집었다. 앞으로 변경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미 90%를 당겨놓고 시작한 줄다리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