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운영체제(OS)는 단순히 휴대폰을 작동 시키고, 인터넷과 응용프로그램(앱)만 돌리는 것이 역할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 OS들은 하나의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위치를 다져가고 있다. iOS와 안드로이드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한 만큼 이 두 OS 안에 뭔가를 넣으면 세계적으로 단숨에 표준화될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상당한 수익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구글이 OS를 무료로 소스까지 공개하고, 애플이 막대한 돈을 들여 지도를 직접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늦었지만 윈도우폰8에 앱 내부결제 등의 정책을 넣고 방향성을 바꾼 바탕에는 이런 고민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 하나의 뜨거운 시장은 모바일 지갑이다. 애플은 iOS6에 ‘패스북’이라는 모바일 지갑 서비스를 집어넣었다. ‘새 운영체제의 일부’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실제로 그 안에 어떤 서비스가 들어가 누가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의 정보는 ‘제로’다.

패스북 카드 직접 만들어볼까

최근 이 패스북에 들어갈 서비스를 미리 맛볼 수 있는 방법이 알려졌다. 아이폰의 사파리에서 ‘http://www.passsource.com‘로 접속해 쓸 수 있는 패스소스는 패스북에 티켓, 쿠폰 등을 직접 넣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본적으로 패스북 안에는 항공권, 열차표, 커피 쿠폰, 아이튠즈 기프트카드 등 결제 수단 외 지갑 속에, 특히 카드 지갑 속에 들어가는 요소들을 디지털로 바꾼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iOS6의 첫 번째 베타판부터 이 패스북에는 어떤 버튼도, 안내도 없었다. 그저 간단한 소개와 그 안에 들어갈 주요 서비스들에 대한 소개 뿐이었다. ‘탑승권’ ‘티켓’ ‘매장카드’ ‘쿠폰’ 등을 대신한다는 티저 광고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서비스가 어떤 역할을 할 지 정도만 알려주는 수준이었다.

패스소스 사이트에서 ‘무료 패스 만들기'(create free passes) 버튼을 누르면 직접 만들어 등록할 수 있는 30개 가량의 전자지갑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개발자들을 위한 테스트용 사이트지만 애플스토어 카드, 델타항공 항공권, 스타벅스 카드, W호텔 예약 등 우리가 실제로 접하는 서비스들을 품고 있다.

각 티켓에 입력되어야 할 날짜, 시간, 자리, 금액 등을 채워넣으면 하나의 티켓이 만들어진다. 기업들이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시스템에 녹이기 위해 바코드, QR코드 등 다양한 인식 방법들로 카드를 인식한다. 또한 이 티켓들은 각 브랜드의 디자인도 잘 살아 있다. 당장이라도 지갑에서 꺼내 쓸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의 카드들이다. 비슷한 종류의 티켓들끼리는 저절로 묶이고 비행기를 탈 시간, 호텔 체크인 시간이 되면 알림 메시지를 주는 것도 편리하다.

국내 사업 방향 ‘알쏭달쏭’

직접 써 본 패스북의 콘텐츠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본질적인 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얻지 못했다. 패스소스 사이트를 만든 쿠딧이라는 개발사가 애플과 손잡고 패스북 프로젝트를 끌고 가는 것인지, 아니면 패스북에 카드를 등록하는 API가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애플쪽도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답했다.

사업 주체가 따로 생기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모바일 지갑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애플이 제안을 하거나 패스북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서비스 계획이 없는 것인지, 애플이 직접 나서는 것인지조차도 불투명하다. 국내에서는 SK플래닛이 서비스하는 스마트월렛같은 서비스와 경쟁해야 할 사업이고 글로벌로는 구글 월렛과 부딪칠 것이다. 하지만 패스소스 사이트에 등록된 서비스들을 보면 이들과는 방향성에는 약간 차이가 있어 보인다.

패스소스에서 등록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보면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업들이 많다. 예를 들어 루프트한자 항공권의 경우 이 항공사가 취항하는 전세계 공항에서 공통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기존 공항에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했다. 루프트한자의 데모 카드는 항공권에 많이 적용되는 QR코드가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직접적으로 패스북의 사업권을 주도하는 업체가 없더라도 루프트한자의 항공권을 구입했으면 패스북용 전자 티켓을 내려받는 데는 지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홈페이지에서 티켓 예약 여부를 확인하면 패스북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판당고의 영화 티켓이나 베스트바이 적립카드처럼 미국에서만 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스타벅스나 W호텔 등 세계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상품들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사례는 꽤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구글 월렛과 비교하면 패스북은 전문적인 결제 수단이라기보다는 티켓, 쿠폰 등을 모으는 도구에 가깝다. 구글이 결제부터 모든 상거래의 서비스를 가져가려는 것이 ‘지갑’이라면 패스북은 ‘카드지갑’ 정도가 될 것 같다. 애플로서는 직접 결제 자체는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다음 세대 아이폰에 NFC가 들어갈 것이라는 추측이 활발하게 나오는 것에 비해 NFC가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의 중심에는 패스북을 둘 수 있겠다.

iOS의 많은 부분들이 그렇듯 패스북도 ‘깨알같은 디테일’로 재미를 주는 요소가 숨어 있다. 패스북에 등록된 카드를 삭제하면 이를 곧바로 분쇄기로 넣어버린다. 여러 갈래로 찢어져 폐기되는 모습은 우리가 카드를 뒷처리하는 방법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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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