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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vs. 권리…망 중립성 논란 ‘팽팽’

2012.07.19

카카오톡의 mVoIP로 뜨겁게 불이 지펴진 망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7월1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 주재로 ‘모바일 인터넷 전화 전면 허용, ICT 산업 발전에 약인가? 독인가?’라는 망 중립성 포럼이 열렸다. 통신사와 카카오톡을 비롯해 MVNO, 시민단체 등 9명의 패널 발표가 이어졌는데, 제한된 시간에 비해 패널이 많다보니 애초 기대했던 토론보다는 각각의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가 됐다.

그동안 열린 자리들과 달리 이날 포럼에는 김도훈 경희대학교 경영대 교수가 발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교수는 현재 이통사와 서비스사간의 충돌이라는 입장보다는 사회적으로, IT 시장에 종합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꺼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첫째는 요금 인상에 대한 것으로, 통신사 주장처럼 mVoIP가 통신사 매출에 손실을 끼친다면 그 손실액의 일부가 요금 인상으로 뒤따라 100% 손해만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투자 감소와 지연에 따라 시장에 연쇄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망 발전이 더뎌지면서 통신사와 카카오톡같은 서비스 업체 모두 발전의 원동력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mVoIP가 시장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각 사업자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들 외에 별도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이 통신사들의 투자로 이어지는 방향을 봐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김도훈 교수는 말미에 현재 이통사와 서비스사가 공생 관계라기보다는 기생 관계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가입자가 늘어나고 트래픽이 증가하는 등 성장 그 자체가 스스로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공생 관계로 개선해야 모두가 좋은 성과를 얻는다는 이야기다.

이날 토론회의 패널들은 대체로 망 중립성 관련 여러 토론회에서 한두 번씩은 얼굴을 내비쳤던 경험이 있다. 대개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포럼에서 귀를 쫑긋하게 만든 이야기들을 모아본다.

“국부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SK텔레콤 정태철 전무는 국내 서비스업체들과 중장기적인 협력을 요구했다.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mVoIP를 자유롭게 열었을 때 해외 사업자들이 국가 재산인 국내 이통망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는 것 자체가 국부 유출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톡은 보완재”

김도훈 교수가 발제를 통해 보이스톡이 음성 통화의 대체재라고 언급한 데 대해 카카오톡 이석우 대표는 ‘보완재’라고 반박했다. 서비스의 성격이나 현재 품질로는 절대 음성통화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톡이 17일 아이폰용으로 3.0 업그레이드를 한 이후 새로 추가된 이모티콘 구입 수익이 하루에 1억원씩 나고 있다고 밝혔다. 24시간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큰 비즈니스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워크맨이 CD로, 다시 MP3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일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즈의 이병선 이사는 오랫동안 써 오던 서비스들이 디지털, 모바일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용자들이 음악을 소비하는 패턴을 인지하지 못하고 막으려고만 했던 것이 현재 음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비유다.
또한 이병선 이사는 그동안 통신사들이 트래픽 과부하, 매출 하락, 투자 감소 등으로 주제를 돌리며 망 중립성에 대한 본질을 흐리는 것 아니냐며 일침을 가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자체에 통신사들이 서비스에 따라 망을 제한할 수 없도록 법안이 명시돼 있다”라며 “이통사들은 법을 위반 중이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어기도록 협조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트래픽 관리안을 꼬집은 것이다. “2G 시절 네이트 등 모바일 인터넷의 키를 통신사가 쥐었을 때 벌어졌던 불필요한 메뉴로 트래픽이 늘어난다거나, 좋은 자리에 콘텐츠를 노출해주는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들을 봤을 때 통신사들이 직접 트래픽을 통해 서비스들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김 변호사는 짚었다. 망 사업자가 진입을 허락할 필요 없이 누구나 아이디어로 사업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기 때문에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의 근본은 대기업이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이 아니라 소규모, 청년 사업가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디지털 신호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장윤식 한국MVNO협회장은 mVoIP가 음성통화의 대체제라는 것을 명시했다. 음성통화가 직접적으로 수익에 영향을 끼치는 MVNO로서는 사업 자체에 타격이 크다는 주장이다. 특히 음성, 메시지, 인터넷 등으로 명확히 구분되던 망이 모두 똑같은 모습의 데이터로 묶인다고 해서 이를 같은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음성이 오가는 데이터, 동영상이 오가는 데이터를 다르게 분류해 요금 등의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방통위 입장은 현행 법령에 따라 중립적이고 투명하게 결정된다”

이창희 방송통신위원회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방통위의 모든 결정은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트래픽 관리 기준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특정 이해 당사자쪽에 서지 않고 대신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망 중립성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충돌하지만 각각이 상호 배타적이라기보다 보완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마무리했지만 투명성만 강조하며 한발 빼는 인상을 주었다.

“고속도로에 포니만 다니게 할 건가”

이날 패널로 참석하진 않았지만 토론회를 방청한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이 한마디 거들었다. “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무기로 새로운 시장을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것 아니냐”며 이동통신사 속내를 제대로 찔렀다. 전 의원은 “통신사가 깔아놓은 고속도로에 포니만 달리게 할 것인가? 기술이 점차 좋아지면서 스포츠카, 대형차 등이 고속도로를 달릴텐데 그걸 다 막으려는 것밖에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1년 뒤에 돌아보면 별일 아닐 것”

포럼을 주최한 권은희 의원은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현재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 자체가 1년만 지나도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해결돼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드는 것은 좋지만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요금 인상이나 트래픽 관리에 대해 수긍하는 모습이었지만 “기술 발전이 최우선이다. 정책 시점이 잘못되면 새로운 사업들이 피기도 전에 죽는다”고 기회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