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클라우드 시장서 뒷심 발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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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허드 오라클 사장이 HP에서 오라클로 이적한 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메시지는 간결하다. 개별적으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를 도입해 테스트하고 통합(인티그레이션) 하는데 시간과 비용, 인력 투입을 자제하고 완벽히 통합된 일체형 장비를 구매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독자적인 인프라를 만들기 힘든 경우에는 자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2008년 9월에 HP와 손을 잡고 엑사데이터1을 선보인 후 2009년 4월 중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74억달러에 인수한 후 지금까지 오라클의 메시지는 일관돼 있다. 오라클은 DB와 스토리지 장비인 엑사데이터 출시 이후 2010년 9월에 웹로직 기반의 미들웨어들이 하드웨어들과 긴밀히 결합된 엑사로직을 선보였다. 2011년 10월엔 인메모리 기반의 DB 위에 분석 소프트웨어군들을 대거 하드웨어와 통합한 엑사리틱스를 선보였다.

오라클의 메시지는 그리 새로운 것은 없다. 매년 가을 열리는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지속적으로 자사의 모든 소프트웨어와 썬 인수를 통한 하드웨어를 밀결합한 장비들을 하나씩 쏟아내면서 동일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왜 마크 허드 오라클 사장이 방한한 것일까. 새로운 전략들과 신제품을 쏟아내는 오라클 오픈월드가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열리는데 말이다. 이들의 행보를 읽기 위해서는 최근 오라클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라클은 지난 6월 대대적으로 개편된 클라우드 전략을 발표했다.

‘오라클 클라우드 소셜 서비스’로 소개된 이 새로운 전략은 단품 위주의 고객 접근에서 벗어나 통합된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었다. 또 개별적으로 선보인 제품군을 자사 클라우드 센터에 모두 통합해 놓고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서비스(XaaS)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썬이 제공하겠다던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완전히 접고 나서 오라클에 맞는 클라우드 전략을 선보였다.

메시지도 철저히 통제한다. 그동안 각 지역 담당자들이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지만 최근엔 본사와 각 지역별 총괄 담당자만이 공식 인터뷰에 나서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동안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에 대해 단일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였다.

래리 엘리슨 회장은 IT업계 독설가답게 2009년 정도까지 클라우드 열풍에 대해 단순한 마케팅 메시지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불러일으킨 클라우드 붐은 래리 회장의 바람처럼 단순한 마케팅 메시지가 아니었다. 커다란 IT 분야의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최근 구글의 최고 경영진들은 자사가 세계 5위 서버 업체라고 밝힌 바 있다. HP, IBM, 델, 오라클 이외에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가 서버 업체라고 큰소리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개척하고 있는 이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상용 IT 벤더들은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통합한 새로운 데이터센터용 아키텍처를 발표하고 전세계 대형 고객사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붐에 편승했다. 컨설팅 사업부터 직접 구축까지 담당했다. 그러면서 관련 데이터센터 장비를 자사의 제품군으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일부는 기업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도 제공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가 이런 거대한 흐름을 타고 서버 시장에 뛰어들었고 EMC와 VM웨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데이터센터 플랫폼 전쟁에 나선 이유다. 그간 서버 벤더들은 전세계 흩어져 있던 수백 혹은 수십개의 데이터센터를 북미 지역의 대형 센터로 통합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세계 고객들의 데이터센터 리모델링이나 구축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간 데이터센터용 IT 제품들의 플랫폼 전쟁이 한창이었다. 이런 플랫폼 전쟁에서 뒤떨어지면 고객 자체를 아예 잃게 된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이런 흐름에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자사 제품들을 통합하는 전략을 우선적으로 취해오다가 이런 변화에 늦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2011년이 돼서야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분석용 제품군을 통합시키고 이런 장비들을 클라우드 센터에 구축해 놓고 있다. 물론 기업 고객들의 대부분이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다. 하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통합된 장비 이외에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제품과 하드웨어 제품간 통합에도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오라클의 통합된 장비들 중 엑사데이터는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외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지는 않고 있다.

또 썬의 하드웨어를 독자적으로 구매해 데이터센터의 핵심 하드웨어 인프라로 채우는 고객들도 많지 않다. 오라클은 썬 인수 이후 3년 연속 서버 시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된 장비 이외에 개별적인 서버나 스토리지 판매는 별다른 재미를 못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라클의 메시지가 얼마나 많은 기업들에게 채택될 수 있을지, 데이터센터 플랫폼 전쟁에서 과연 오라클의 이런 통합 전략이 먹혀들어갈 수 있을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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