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정부, 시민 손으로 코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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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CC코리아 활동가들과 함께 번역한 ‘열린정부만들기‘ 책의 1장 필자인 매튜 버튼(Matthew Burton)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매튜 버튼은 미국 정보기관에서 정보공개와 온라인 협업에 대한 자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던 2003년2월,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이 공식 국명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로 바꾼 사건을 맞았다.

그 무렵 매튜 버튼은 동유럽의 모든 기구와 조직에 대한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있었다. 버튼은 DB를 구축해 준 외주업체에 국가명 변경을 요청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체결된 계약 내역에 지정학적 정보의 수정 권한에 대한 표시가 없어서 책임 소재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변경을 할 수 없고, 다음 버전에서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5분도 걸리지 않는 사소한 DB 수정을 위해 계약을 갱신하고 정부가 예산을 책정할 때까지 몇 달이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니. 이 경험담은 흥미롭고도 씁쓸한 깨달음을 줬다. ‘어느 나라든 정부가 일하는 방식은 비슷하구나’라는.

지난해 서울시 자전거 도로 지도 응용프로그램(앱)을 내려받은 적이 있다. 실제 앱을 실행해 봤더니 황당했다. 서울시 자전거 지도 이미지를 그대로 링크만 걸어 놓은 앱이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앱이 뭔지도 모르나? 정부가 하는 게 다 그렇지”라고 불평하는 것이 전부 아니었나.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이 선거 때 소중한 한 표로 심판하는 것 뿐일까. 기술 발전 덕분에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고등학생이었던 유주완 군처럼 1천만 서울·경기시민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서울버스’ 앱을 만들거나, 지도 위에 공중화장실 정보를 협력해서 모을 수도 있다.

IT는 빠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정부는 잰걸음으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IT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의 ‘코드포아메리카‘라는 비영리단체는 IT 전문가들이 직접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해 저렴한 비용으로 공익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갑을 관계로 정부의 외주 프로젝트를 맡는 게 아니다. 정부와 IT 전문가가 서로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IT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팀 오라일리는 ‘코드포아메리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54152363@N07/6247563549. CC-BY)

이를 위해 코드포아메리카는 능력있는 개발자와 디자이너 20~3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11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코드포아메리카 지원 아래 마음껏 개발과 디자인을 진행한다. 이런 전문가들을 ‘펠로우’라고 부른다.

코드포아메리카는 펠로우의 지원이 필요한 시 정부로부터 프로젝트 제안서를 받는다. 그런 다음 적합한 프로젝트를 골라 펠로우를 시 정부에 연결해준다.

예컨대 보스턴 소화전 지킴이 앱 ‘어답트 어 하이드런트‘(Adopt-A-Hydrant)를 보자. 보스턴은 눈이 꽤 많이 오는 지역이다. 그러다보니 소화전이 눈 속에 파묻히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어답트 어 하이드런트’는 여기에 착안했다. ‘집 앞 소화전을 시민들이 직접 관리해보면 어떨까’라고.

소화전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고 가까운 곳의 시민이 직접 관리한다.

‘어답트 어 하이드런트’는 그 지역의 소화전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고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이나 사업체, 지역단체가 책임지고 소화전 눈을 치울 수 있도록 제작됐다. 코드포아메리카가 이 앱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보스턴 뿐 아니라 하와이의 호놀룰루(쓰나미 경보용 알람 관리), 일리노이의 시카고(폭우 뒤 물빠짐 하수구 관리) 등에서 사용 중이라고 한다.

코드포아메리카는 연방정부가 ‘IT 대시보드’를 만드는 데도 협력했다. ‘IT 대시보드’는 연방정부가 새로운 기술들의 개발과 발전을 위해 세금을 어떻게 썼는지 사람들이 손쉽게 확인하도록 한눈에 보여주는 앱이다. 이 앱이 운용되고 첫 2년 동안 정부는 이를 위해 공무원 채용 등에 쓰던 돈을 무려 30억달러 이상이나 절약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보기)

우리는 항상 좀 더 효율적인 정부를 원한다. 그동안 우리 행동이 어땠나 돌아보자. 비효율적인 정부를 탓하거나 정부 정책에 무관심하거나, 둘 중 하나 아니었나. 이제 기술의 힘을 빌려 정부 서비스를 시민이 직접 ‘코딩’해보자. ‘더 나은 정부를 위한 코딩’, 코드포아메리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교훈이다.

▲코드포아메리카 소개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