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 책]아이디어, 익숙한 것으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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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체어스 온더 힐’에 눈길을 끄는 전시물이 등장했다. 책상이다. 감히 가격은 물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옛날에 많이 본 듯 한 책상 다리가 보인다. 바로 어머니들이 쓰시던 ‘재봉틀’이다. 그 철제 틀 위에 나무 상판을 얹혀 책상으로 만든 것이다. 발판을 밟으면서 옷을 만들 던 사람들을 떠오르게 하는데, 이제 그 시대는 가고 대량화되고 기계화된 체제 속에서 이 구조물은 사라졌지만 그것을 다시 되살려 놓은 사람은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씨. 그녀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어려운건가? 보면 어렵지 않은 듯 하다. 그런데 왜?

사진 : 체어스 온더 힐 홈페이지

더운 날 생각하는 것 조차 힘이 들지만, 업무현장에서 늘 경쟁상대와 시장을 놓고 싸움을 하는 직원들에게는 아이디어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새롭고 좀 더 다른 제품과 서비스로 매출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말이다. 승진과 급여인상 인센티브가 아니더라도 자존심을 놓고도 떠올려야 할 아이디어.

아이디어는 왜 그토록 바라는 자에게는 오지 않고 엉뚱한 사람에게서만 터져나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이미 다 시장에 나와서 판매가 되고 있는 세상. 그 이유는 무엇일까? 놀면서, 여행하면서 건진 아이디어 덕에 오늘도 기업들은 기업내에 놀이터(?)를 만들고, 자유 여행을 독려한다. 생각해야지 해서는 떠오르지 않지만 내가 마음껏 그 상황을 즐기고 여행을 다닐 때 문득 스쳐가는 아이디어, 바로 그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창업을 하고, 놀다가 떠 오른 아이디어 하나나 효자 상품으로 둔갑하는 이야기들은 ‘탈출욕구’를 자극한다. 그렇다고 일하는 중에 아이디어가 안 나온 것은 결코 아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스위스의 전기기사 드 메스트랄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품, 벨크로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개와 함께 개의 몸에 달라붙은 도꼬마리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호기심은 산길을 걷다가 두 면을 서로 맞대면 고리가 엉겨 붙어 두 천이 딱 붙게 되는 벨크로를 탄생케 한 것이다. 물론 이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데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잠깐 떠오른 생각이지만 제품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아이디어는 집념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아오는 것인가. 우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기초적인 기술을 갖추는 것은 등산을 위한 장비를 챙기는 일과 같다.

이 책 ‘터지는 아이디어’는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의 현실화를 위한 기초적인 도구들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이를 실현시킨 사람들의 발견사례와 진행과정을 토대로 오늘 우리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응시킬 수 있는 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J.팔리는 제품기획자와 교육자로서 미국특허를 비롯 수많은 국제특허를 갖고 있다. 자신의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전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그의 이야기 중 첫 번째로 강조되는 부분은 바로 뇌의 활동에 관한 것이다. 직감과 내면의 감각을 키우는 일들을 비롯하여 뇌의 활성화를 위한 운동을 할 것을 강조한다.

두 번째는 다른 분야의 것들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여러 분야의 지식 틈바구니에서 아이디어의 싹이 돋는 경우가 많다. 본능적인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서로 관계없는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일이 잦다. 이때, 그 분야들이 너무 이질적인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문제 해결이나 아이디어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분야의 세미나나 강연회에 참석하는 일은 아이디어 발전을 위한 도구가 된다. 앞에서 사례로 든 벨크로 처럼 자연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 많은 사례들을 우리는 다른 책들을 통해서 알고 있다. 오늘날 전자기기업체들의 영상처리 기술들은 자연 속 동물의 형태에서 많이 응용하고 있다. 홍합에서 접착기술을 발견하여 제품화하기도 했다. 로봇 기술은 곤충의 관찰에서 발견한 것들을 통해 발전을 가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기술과 사물들은 이렇게 관찰에서 시작되었음을 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찰은 그들 과학자나 연구자들 만의 몫인가. 그렇지 않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외면하거나 깨닫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클립, 레이저프린터, 오염제거용 헝겊 등을 비롯하여 오늘날의 애플 제품들을 살펴보라. 그것들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열광케 하는지를 말이다. 사물의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제품들은 하나의 아이디어에 집중했다. 단순함은 단순히 기능적인 단순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관적인 디자인을 의미한다.

많은 발명품들이 제품화되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제품의 외형과 인터페이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쓰는 사람의 선택을 결정하게 한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이 책 후반부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디자인의 목표가 단순함이라고 했다. 동시에 단순함은 아이디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세세한 것은 나중에 다듬더라도 아이디어의 개념은 무사히 입증해내려면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함을 시작으로 제품의 우아함과 견고함을 아이디어의 ‘덕목’으로 꼽는다. 이 세 개는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예쁘게 잘 된 디자인이라도 견고하지 못하다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제품의 수명기간이 어느정도 보장 되어야 하는데 쉽게 깨지거나 고장이 난다면 제품으로서 가치가 있는가.

2000년대 인터넷 비즈니스 가운데 하나인 웹호스팅 서비스를 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시간과 비용이 충분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토대로 그것을 재구성하는 일 말고는 경제적인 효과를 거둘만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 조차도 제품의 완성도가 치밀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AS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 매출구조에 혁신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서비스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서비스는 2년여를 넘기지 못했다. 세세하게 파고들어가지 못했던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다.

“작게 나뉜 세부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품의 각 부분에 좀 더 완벽을 기할 수 있다. 세부사항들은 제품이 제 기능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연결고리들이다. 우리의 잔디깍이 로봇의 경우 모든 하드웨어가 완벽하게 작동한다 하더라도 잔디 구석구석까지 기계가 손질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비자의 필요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로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 문제였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부분들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아이디어 자체 뿐 아니라 아이디어 발견을 위한 준비단계와 그 진행과정, 그리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 구현과 그후 대처 방안 등 전반적인 부분을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의 발전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을 챙겨볼 수 있도록 해준다.

“과학자들은 새롭고 더 뛰어난 재료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제 막 자연으로 눈을 돌렸다. 자연의 해결책은 대부분 눈에 뻔히 보인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창적인 자연의 위치를 밝혀내려는 자세이다. 또한, 무엇보다 자연이 보여주는 독특하고 영리한 방식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눈과 관찰한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여름 휴가철 그냥 떠나 갈 일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바닷 속 산 속에서 눈 좀 크게 뜨고 뭔가 좀 찾아 볼 일이다. 혹시 아나, 뭔가 하나 건져올지. 자, 출발이다.

터지는 아이디어
스티븐 J. 팔리
모멘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