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로밍은 휴가철 해외여행 필수품이 됐다. 예전에는 그저 문자 메시지를 받고 급할 때 전화 정도에 그치고 로밍은 업무나 급한 일이 아니라면 쓰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웹서핑과 지도,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카카오톡이나 스카이프 등 다양한 서비스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사용자들도 급증 하고 있다. 하루에 1만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여행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특히 특정 국가들에서는 하루에 9000~1만원이면 해외에서도 데이터 이용량에 관계 없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로밍 데이터 요금제를 운영한다. SK텔레콤은 79개 로밍 국가에 KT는 51개국에서 무제한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도입했고 유일하게 1.8GHz CDMA 주파수를 서비스해 왔던 LG유플러스는 LTE 서비스와 함께 WCDMA를 시작한 만큼 18개 나라에서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쓸 수 있다.

해외여행 필수요소, 편의성 계속 진화

이 로밍 서비스도 계속 진화중이다. 초기만 해도 무제한 요금이다보니 일 단위로 계산하는 과금 체계를 쓸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한국 시간 기준으로 하는 바람에 시차를 생각해서 데이터 이용을 관리해야 했다. 최근에는 이를 현지 시각 0시를 기준으로 삼도록 바뀌었다. SK텔레콤은 나라를 넘나들면서 써도 하루분의 요금만 내도록 바꾼 요금제를 8월 2일부터 내놓는다. 여기에 데이터를 안쓰는 날은 과금하지 않는 정책이 더해진다. 유럽이나 남미처럼 한번 떠나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여행에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KT는 세계 어디서나 같은 요율의 요금을 적용한다. 세계 어디서나 데이터 패킷당 3.5원의 똑같은 요금으로 데이터를 쓴다. 1만원이면 1.4MB 정도의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이정도면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을 적지 않게 쓸 수 있다. 신청한 날짜가 끝나면 데이터를 차단해주는 안심 서비스도 운영한다. LG유플러스는 런던 올림픽 기간 동안 영국 런던을 여행하는 로밍 이용자들에게 30일 동안 100MB의 데이터를 1만원에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일본 여행에서는 여러 날짜를 계약하는 할인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SK텔레콤은 일본데이터무제한7 요금제를 내놨는데 7일동안 데이터를 무제한 쓰고 3만5000원으로, 하루 5000원 꼴이다. KT는 미국, 일본, 대만에서 쓸 수 있는 와이브로 에그를 빌려준다. 하루 1만원으로 와이브로 에그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 일행이 많거나 여러 대의 단말기를 쓴다면 유리한 서비스다.

LTE 로밍 먹구름, 아이폰이 물꼬트나

하지만 이런 로밍 서비스는 아직 주로 3G에서만 쓸 수 있다. LTE 로밍은 홍콩에서만 되고 SK텔레콤은 베가레이서 2, KT는 임대폰을 빌려 쓴다. 3G가 매우 빠르게 로밍이 이뤄진 것과 대조적이다.

아직 우리나라만큼 LTE가 대중화된 나라가 별로 없는 것도 있지만 국가마다 다른 LTE 주파수가 주 원인이다. 세계적으로 자연스레 2.1GHz로 통일되었던 3G와 달리 LTE는 지역, 국가, 통신망에 따라 거의 모두 다른 주파수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기본적으로 800MHz를 쓰고 KT는 1.8GHz로 LTE를 서비스한다. 여기에 멀티캐리어로 1.8GHz, 2.1GHz 등의 주파수를 복수로 가져갈 계획이다. 반면 미국은 700MHz와 2.1GHz를, 유럽은 800MHz, 1.8GHz, 2.6GHz를 쓴다. 하지만 이 800MHz, 1.8GHz, 2.1GHz 주파수는 국내용과 방식이 달라 맞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은 2.5GHz 주파수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쓰는 FD(주파수분할) LTE 대신 TD(시분할) LTE를 쓴다. 로밍은 커녕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조차 어려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로밍은 LTE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주파수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안테나와 통신칩 등이 개발중이고 통신사들도 세계적으로 로밍을 위한 공통 주파수를 만들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만 봐도 LTE를 위해 와이브로가 쓰고 있는 2.3GHz와 위성 DMB의 2.6GHz, 그리고 신규로 700MHz 주파수의 LTE 할당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3개 통신사가 쓰는 LTE 주파수로 이용, 혹은 검토되는 것만 6가지다. 이런 식으로 세계에서 쓰는 LTE 밴드는 20가지가 훌쩍 넘는다. 스마트폰에 이 신호들마다 안테나를 달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로밍 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업체로서도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단말기를 만들기 어렵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퀄컴은 스냅드래곤 MSM8960으로 3G부터 모든 LTE 주파수를 잡을 수 있는 칩을 내놓은 바 있고 안테노바가 대부분의 멀티밴드를 송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를 발표한 바 있어 글로벌 로밍폰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 가지 생산 라인으로 세계 시장에 서비스하고 싶어하는 애플이 내놓을 새로운 아이폰이 첫 글로벌 LTE폰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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