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대출, 살인금리 벽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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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이 안 좋은 서민이 급전이 필요할 땐 어디에 손을 내밀어야 할까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면야 좋겠지만, 이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게 대부분입니다. 이런 서민에게 대부업체는 막다른 대안이나 다름없습니다. 급한대로 돈을 빌려쓰긴 하겠지만, 문제는 다음입니다. 곧이어 밀려오는 살인적인 대출금리 앞에선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지금 서민들의 현실입니다. 2002년말 정부가 대부업법을 시행하면서 ‘고리 사채업자’들을 양지로 끌어내려고 했지만, 살인금리와 음성거래의 ‘몸통’까지는 건드리지는 못한 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이처럼 뒷골목 거래 정도로 인식되던 비금융권 대출서비스가 온라인을 타고 양성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15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머니옥션이 관심의 주인공인데요. 머니옥션은 돈을 빌리는 사람(대출자)과 빌려주는 사람(투자자)이 직거래를 통해 대출금액과 이자율을 결정하는 ‘오픈마켓 대출서비스’입니다. 도식화하자면 ‘대출서비스+온라인+경매=직거래 오픈마켓’인 셈이죠.

머니옥션 기자간담회

먼저 서비스부터 살펴볼까요. 대출희망자가 머니옥션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대출신청을 하면, 머니옥션은 전문 신용평가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실시간으로 조회합니다. 신용등급을 확인한 대출희망자는 원하는 대출금액과 희망 이자율을 제시합니다. 투자자는 대출 희망자들이 올려놓은 신청서를 보고 신용등급, 대출규모, 이자율 등을 따져 조건에 맞는 희망자에게 입찰하는 역경매 방식입니다. 이 때 투자자는 원하는만큼의 투자규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신용등급 5등급인 대출희망자가 100만원에 35%의 이자를 제시했다고 하면, 투자자는 입찰에 응하되 20만원만 투자(대출)하는 식입니다.

투자자가 더 나은 이자율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대출자가 35%를 제시했다지만 투자자가 계약을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33%를 제시하는 식이죠. 투자자와 대출자간 거래는 가상계좌로 이뤄집니다. 종이서류 없이 전자문서를 이용하므로 대출 절차도 간단하고, 입찰이 이뤄지는 즉시 돈이 전달되므로 빠르고 편리합니다. 낙찰은 이자율과 입찰시간에 따라 결정됩니다. 낮은 이자율을 제시한 투자자가 우선권을 갖고, 똑같은 이자율을 제시했을 때는 먼저 입찰한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 식입니다. 이자율은 적게는 1%부터 최고 59%까지입니다. 빌린 돈은 12개월 원리금 상환방식으로 되갚는다고 합니다.

보안에도 신경쓴 모습입니다. “확실한 본인 확인을 위해 공인인증서와 휴대폰 인증, 신용카드번호 인증 등을 활용하고, 개인 신용등급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신용정보 조회기록도 남기지 않는다”고 머니옥션측은 설명합니다. 입찰이 이뤄지더라도 대출 실행 전에 금융전문가가 전화와 서류심사를 거치도록 해, 대출금 회수의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있을 지 모를 대출거래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 자격도 대부업 등록자로 제한했습니다. 한마디로 ‘안전하고, 편리하고, 합법적인 대출거래’란 게 머니옥션측의 설명이죠.

저신용·대출한도 초과자, 고금리 상품 갈아타기 용도

머니옥션은 은행문을 두드릴 형편이 안 되는 서민이 대부업체의 높은 이자부담을 피해 선택할 수 있는 틈새 제도로 보입니다. 대출자는 기존 오프라인 대부업체 이자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이율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좋고, 투자자도 대출자와 직접 대면하는 부담스러운 절차 없이 온라인으로 즉시 돈을 빌려주고 은행 이자율보다 나은 조건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머니옥션은 이런 오픈마켓 방식의 개인간 대출거래가 비은행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도권 금융거래가 어려운 저신용자나 기존 대출한도를 초과한 서민들이라면, 고금리의 대부업체보다는 경매방식의 온라인 대출거래가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이죠. 이미 고금리 대출상품을 쓰고 있는 이용자들도 머니옥션을 이용해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머니옥션은 온라인 오픈마켓 대출거래가 활성화되면 기존 대부업체간 경쟁 현상이 발생해 이자율을 낮추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해 서민 자금유통 흐름도 원활히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온라인 직거래 방식으로 비용을 줄인 덕분에 미등록 대부업체들의 온라인 거래도 자연스레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지일 대표는 기대했습니다.

대출금 안 갚으면 투자자가 손해 떠안아

머니옥션 하지만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확실한 점은, 머니옥션을 이용한 대출거래는 은행권 대출과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출자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투자자가 떠안게 됩니다. 원금보전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머니옥션의 거래에는 원금을 보전하기 위한 어떠한 약관도, 제도적 장치도 없습니다. 원리금 상환이 연체됐을 경우 머니옥션이 지정한 대행사가 채권 추심 절차를 밟기는 하지만, 불가피하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엔 투자자가 도리 없이 손해를 떠안아야 합니다. 은행 예금상품보다 훨씬 높은 이율을 보장하려면, 그만큼 위험이 큰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투자자는 대출자를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대출자의 신용등급과 대출금액, 이자율을 꼼꼼히 따져 적절한 선에서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출자는 투자 위험이 적은 대신 이자율이 낮고, 9~10등급의 저신용자는 이자율이 높은 대신 투자금 회수의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머니옥션도 “여윳돈을 한꺼번에 투자하지 말고 일부만 투자하되, 여러 대출자에게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투자금액이 100만원이라면 20만원씩 나눠 각기 다른 등급의 대출자 5명에게 나눠 투자하는 식이죠.

예상 수익률을 한번 계산해볼까요. 100만원을 가진 투자자가 20명에게 연이율 38%에 소액 분산투자할 경우 1년 뒤 거둬들일 돈은 ‘100만원+(5만원×20명×38%)=138만원’이 됩니다. 한국신용평가원에 따르면 신용등급 8등급의 경우 부실률이 10%라고 합니다. 이 경우를 대입해 20명 가운데 2건의 불량대출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도, 1년 뒤 투자자가 챙기는 돈은 ’90만원+(5만원×18명×38%)=124만2천원’입니다. 10%의 부실대출을 감수하더라도 연이율 24.2%의 금융소득을 거둔 셈이죠.

관련법규 정비 선행돼야

법적인 논란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같은 개인간 온라인 직거래 방식의 대출업무를 규제할 명확한 법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도 “일단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머니옥션 관계자는 “서비스 오픈 6개월 전부터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하고 관련 법률검토도 마쳤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명확한 법규정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문을 연 프로스퍼가 1년만에 27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6300만달러의 대출을 실행하는 등 성업중에 있습니다. 영국의 인터넷 대출사이트 조파는 일일 융자규모가 10만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역경매 방식의 개인간 대출거래 서비스가 새로운 금융 틈새시장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서민들을 두번 울리는 ‘뒷골목 살인금리’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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