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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개인 비서, 구글 나우

2012.08.06

젤리빈은 안드로이드4.1의 코드명으로, 4.0 버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마이너 업그레이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프로젝트 버터’로 이뤄진 속도 개선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 강조된 것처럼 스크롤 속도가 빨라져 운영체제 자체의 완성도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그에 못지 않게 눈에 띄는 변화를 꼽는다면 ‘구글 나우(Google Now)’를 들겠다.

구글 나우는 요즘 스마트폰에서 유행하는 개인 비서 프로그램이다. 다만 그 방식이 기존에 익숙하게 보던 시리나 S보이스와 다르게 카드에 지금 내게 필요한 정보들을 띄워주는 식이다. 이제 막 시작한 참이지만 구글 나우가 실생활에 어떻게 쓰일지 직접 일주일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다.

한국에서 구글 나우를 제대로 쓰려면 약간의 설정을 손봐야 한다. 위치 정보 활용이 자유롭지 않은 우리나라 환경 때문에 ‘지도’의 기능 자체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위치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안드로이드의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꿔야 한다. 갤럭시 넥서스는 잠금/시작 버튼을 위로 밀어올리면 구글 나우가 시작된다.

다시 지도앱을 열고 왼쪽 위 메뉴를 누른 뒤 ‘location history(위치 기록)’를 고른다. 위치 기록은 집, 회사 등 정해진 곳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체크해주는 앱인데 한글판에서는 쓸 수 없는 기능이다. 구글 나우는 여기에 기록된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영문판으로 바꾸는 수고가 필요다. 오른쪽 아래 메뉴를 열면 집과 회사의 위치를 입력할 수 있는 칸이 나온다. 각각의 위치를 주소로 입력하면 된다. 여기까지 설정을 끝낸 뒤 다시 한글로 바꾸면 구글 나우가 정상 작동한다.

구글 나우는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보들을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현재 내게 필요한 카드를 꺼내서 보여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구글 나우를 열면 현재 날씨, 회사까지 가는 최적의 경로와 걸리는 시간을 알려준다. 경로 검색은 구글이 한국에서는 유난히 위치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대하지 않았지만, 구글 나우의 교통 정보는 기가 막힐 정도다. 대중교통과 자가 운전을 미리 설정해 둘 수 있으며, 대중교통에선 지하철과 버스 정보를 모두 담고 있다.

버스정류장 혹은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구글 나우는 다시 도착 정보를 알려준다. 전체 시간표를 알려주지만, 내가 타야 하는 차를 짚어주는 것도 재미있다. 이런 과정을 자꾸 반복하면 선호하는 경로를 우선적으로 알려주는 등 내 생활 패턴을 기억하고 분석해준다. 쉽게는 캘린더부터 복잡하게는 구글 플러스까지 분석 범위를 넓혀볼 수 있다. 구글도 개개인이 구글 나우를 계속 쓸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구글의 데이터 분석은 여전히 어떻게 보면 섬뜩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정확도는 높아지고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나우에서는 이 외에도 포스퀘어처럼 현재 위치를 체크인하는 서비스를 비롯해 해외 여행을 떠날 때 비행기 항공편 정보, 번역, 통화, 여행지와 한국의 시간을 함께 보여주는 등 10가지 정보 카드가 마련되어 있다. 응원하는 스포츠 팀의 경기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카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앞으로 카드 가지수는 더 늘어나고 분석 정보는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구글 나우의 카드가 내 개인정보를 토대로 분석하고 정보를 주는 서비스라면, 여기에 없는 정보는 구글을 통해 검색한다. 구글 나우에는 음성으로 내용을 검색해주는 구글 보이스 서치가 통합된다. 그간 안드로이드의 기본 서비스였지만 넓게 보면 구글 나우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상단 검색창에 텍스트로 입력하거나 옆에 있는 마이크를 누르면 시리처럼 음성 입력창이 열린다. 구글 나우의 음성 검색은 시리나 S보이스처럼 말을 받아주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정보를 구글 검색으로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거나 일정을 입력하는 등의 명령어 처리는 되지 않는다.

구글 나우는 시리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지만, 그 접근 방법에 차이가 있다. 시리 이후 스마트폰의 개인 비서 방식은 S보이스나 Q보이스처럼 대부분 음성 인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리는 묻는 말을 알아듣고 이해해 원하는 정보를 가장 정확히 찾아주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이와 달리 구글 나우는 묻기 전에 내게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먼저 꺼내 주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플랫폼 내 개인 비서로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개개인이 판단할 일이다.

차이는 정보를 어떻게 꺼내줄 것인가에 있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일정이나 날씨 등 기본 앱들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고 나머지는 ‘다음 일정이 언제야?’처럼 물어볼 때 알려준다. ‘집까지 가는 길을 알려줘’처럼 명령을 내려서 필요한 일을 처리한다. 그 중에 일부가 ‘심심이’ 같은 음성 인식 기반의 대화일 뿐이다.

구글은 접근 방법을 달리했다. 지금 내가 뭔가 필요할 때 구글 나우를 열면 집까지 가는 가장 빠른 경로를 알려주고 다음 약속 시간,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의 성적 등을 미리 꺼내준다. 구글은 점점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 그것도 내가 묻기 전에 알아서 필요한 정보들을 짚어준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구글’의 본격적인 결과물이 바로 구글 나우가 아닐까.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