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포럼] 블로거, 블로그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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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들머리부터 블로그 세상이 들썩였습니다. 몇몇 블로거들의 글과 행동을 두고 블로거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인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블로고스피어를 뜨겁게 달궜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국내 블로그 세상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만 한 ‘사건’들이 기축년 새해를 열었던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진 모양새입니다. 이쯤에서 차분하게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블로터닷넷>이 작게나마 멍석을 깔아보기로 했습니다. 블로거 입으로 요즘 블로그 세상 얘길 해보자는 겁니다. 알 만 한 블로거 두 분을 모셨습니다. 블로거 눈에 비친 블로그 세상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일시 : 2009년 3월23일(월) 오후 4시~6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이정환(이정환닷컴 운영자), 그만(링블로그 운영자)
  • 사회 : 김상범(블로터닷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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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 최근 몇 달 사이에 국내 블로고스피어가 몇 차례 떠들썩했다. 블로거들에게 휴대폰 리뷰를 의뢰하고 해당 제품을 리뷰의 대가로 제공한, 이른바 블로그 마케팅의 한 사례를 둘러싼 공방이 있었고, 한 유명 블로거가 특정 업체 대표자를 직접 겨냥해 쓴 글을 두고 블로그 글의 책임 범위에 대한 공방이 뜨거웠다.

한번 되돌아보자. 2009년 블로고스피어는 어떤 모습일 지,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이 자기 글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더불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미디어관련법이 블로고스피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얘기를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먼저 블로그 마케팅 관련 얘기를 해보자. 리뷰 기반의 블로그 마케팅 논란에서 부각되는 ‘상업성’ 문제는 ‘적잖은 대가를 받았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글을 올렸다’는 지적이 핵심인 듯하다. 이에 관한 두 분의 의견은 어떤가.

그만 : 일단, 왜 물건을 받았으면서 명확히 밝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옳은 것 같다. 그런데 꼭 그래야 한다는 규칙도, 근거도 없다. 이번 일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본다. 이런 과정 덕분에 규칙이 만들어지고 합의가 이뤄진다. 무료 신문의 무차별 마케팅 기사도 그렇다. 컨텐트 가격이 싸지면서 생기는 수익다변화 모습 중 안 좋은 모습이 블로그에 침전돼 들어오는 것 같다. 그걸 극복하려면 다양한 수익모델이 진화해야 하고, 블로거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기존 미디어를 뛰어넘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양적인 팽창은 정점에 다다른 것 같은데 질적인 차별화는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블로거는 개인이다. 자기 선택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가름난다. 스스로 공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기 기준으로 떳떳하게 썼음에도 남들이 안 좋다고 평가할 때 발끈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논란이 생겼다. 겪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이 광고주를 압박하게 되고, 광고주에게도 좀더 솔직한 마케팅을 하도록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정환 : 이번 블로그 마케팅 논란을 보면서 기존 미디어와 블로거 리뷰가 어떻게 다른가 살펴봤다. 기존 IT 매체가 리뷰하면서 제품을 협찬받는 경우는 흔하다. 왜 블로거에겐 좀더 엄격한 도덕성을 적용하는가의 문제다. 블로거는 태생적으로 프라이버시가 노출된 상태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을 쓰고 대중과 접촉한다는 문제가 있다. 애초 블로거가 감당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물품을 받은 것이 블로그 글에 영향을 미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본다. 아무래도 물건을 받으면 좀더 호의적으로 쓰게 되고, 실제로 T옴니아 관련해서도 좀 심하다 싶은 글도 있었다. 기존 미디어도 마찬가지인데, 물품을 제공받아 쓰면 아무래도 좋은 점이 눈에 잘 들어오고 팔이 안으로 굽는 경우도 많았다.

도덕성 논란은 애초 물품을 공짜로 받거나 취재 편의를 제공받았을 때부터 불거지게 된 사안이었다. 기존 미디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인데, 좀더 엄격한 도덕성이 블로거에게 적용된 거라고 본다.

그만 : 웹미디어는 편향적이고 즉흥적인, 올드미디어 가치를 벗어난 사람들을 좀 더 주목하게 된다. 정체성 자체가 반골 기질들이 뭉쳐 있는 것 같다. 이상한 게, 왜 이번 논란에서 객관성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 그냥 칭찬하고 싶어서 칭찬하는 글만 썼다고 하면 되는데, 좋고 나쁨을 균형감 있게 쓰라고 개인에게 요구한다. 편향적 내용을 좋아하면서도 자기는 그렇게 쓰지만 남들에겐 객관성과 중립성을 요구하는 이중적 잣대가 동원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정환 : 일반 대중이 오해하는 건, 주류 미디어는 애초 수익기반이 기업 광고나 제휴 마케팅같은 기업 의존적 모델이다. 언론이 기업과 유착하는 경계가 모호한 편이다. 블로거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건 과도기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건에 대한 불만의 핵심은, 전업 리뷰어나 테스터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를 가장해 글을 썼다는 데 있다. 독자들 눈엔 ‘내가 써보니까 좋더라’로 비치지만, 실제로는 공짜로 받았다는 걸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거다.

돈을 받고 리뷰를 쓸 수도 있고 블로거가 그걸 수익모델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은 주류 미디어에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한 대행사 입장에선 노골적으로 공짜로 받았음을 공개하는 것도 모호하고 난처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그런 식의 객관성에 대한 도덕성은 블로거이기 때문에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김상범 : 양쪽 모두 인정하는 대목도 있다. 블로거가 블로그 마케팅이란 이름 아래 진행되는 수익모델을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건 아니지 않나. 블로거는 반드시 순수해야 한다는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만 : 예전에 애드센스와 관련해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애드센스를 붙이느냐 마느냐 문제로 떠들썩했는데, 그 때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블로거는 순수해야 하고, 기존 미디어와 차별성 있어야 하고 개인 의견이 여과없이 드러나야 한다는 식의 순혈주의다. 그 이후 지금을 보자. 광고를 다는 사람이 꽤 많아졌고 연구하는 사람도 생겼다. 자본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처음 도입이 어렵지 나중엔 끊임없이 활용해야 할 것 같다.

기업 CEO가 물품을 받고 글을 써주는 경우도 있다. 홍보 전략상 유명 인사가 어떤 제품을 쓰는 데 대해 홍보성 멘트를 해주기도 한다. 그 사람들에겐 줘도 되고 블로거에겐 주면 안 되는 건가. 나는 반대로 블로거들이 더 파괴력이 있어서 1천만원짜리 제품을 받아도 떳떳하면 좋겠다.

사람들 반응을 보면 수익이 간접이냐 직접이냐에 따라 다르다. 간접광고나 블로그 글 출판 같은 간접 수익모델은 어느 정도 수용하지만, 직접 수익모델에 대해선 거부감이 큰 듯하다. 블로고스피어가 좁아서 그런 문제가 생겨서 그렇지 좀더 커지면 극복 가능한 수익모델이 나올 것 같다.

bf_ssanba 김상범 : 100% 순수해야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비난하는 쪽 얘길 읽어보면, ‘양심에 손을 얹고 객관적으로 썼다’는 주장에 더 분노하는 것 같다. 양심에 손을 얹고 객관적일 수 있는가. 어차피 100% 객관적일 수 없다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밝히고 쓰는 게 깔끔하지 않냐는 얘기다.

이정환 : 기자 생활 초창기에 출입업체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으면 홍보팀이 밥값을 계산하는 걸 보면서 많이 놀랐다. 단순히 밥이 아니라 술자리도 있고, 명절 때면 선물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이를 그다지 문제시하지 않는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다. 기자가 취재원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국내 현실에선 취재원과 가까운 기자를 더 능력 있는 기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게 언론이 기업을 비판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 비판한다면 나도 자유로울 수 없고 부끄러워 할 문제다. 한 끼 밥을 얻어먹어도 정당화될 수 없다.

블로그마케팅 논란도 다양한 수익모델 중 하나이고 블로거에 따라 선택 가능할 수도 있지만, 나는 좀더 엄격하게 보고 싶다. 공짜로 물품을 받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글을 쓴다는 게 애초 객관적일 수 없는데다 그걸 객관적이라고 봐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돈이나 물품을 받고 글을 쓸 수는 있지만,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블로거가 다양한 수익모델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이런 식의 수익모델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블로거 스스로 신뢰를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나도 IT 기기 만지는 걸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그런 글을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김상범 : 이정환님은 대가성 리뷰는 안 써봤나?

이정환 : 써봤다. 그런데 이제 스스로 경계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만 : 당위성 논란만 따져볼까. 이른바 ‘애플빠’가 있다. 그는 애당초 애플빠다. 내가 애플 담당자라면 당연히 그에게 제품을 주고 지원해준다. 이 사람은 당연히 애플빠니까 사람들도 애플빠인지 인지하고 당연히 그렇게 알고 글을 읽는다. 그게 블로거를 재미있게 해준다. 이 사람이 만약 애플 미디어라면 객관적 정보를 줘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블로거이기 때문에 좀더 편향적일 수 있고, 사람들도 그걸 인지하고 글을 본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인지도는 블로거 자신이 만들어나간다고 본다. 내 독자들은 안다. 나는 원래 객관적이지 않다고. 나는 구독자를 위한 글을 쓸 뿐이다. 일반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미리 생각하기엔 인터넷이 너무 다양하다. 무한경쟁 시장에서 너무 당위성을 주입하지 말자는 것이다. 내 스타일을 아니까 독자가 생기는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라면 용인을 해주고 ‘○○빠’가 있어도 좋지 않나. 리눅스 진영은 MS를 무조건 까지 않나. 그런 스펙트럼을 왜 불편해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김상범 : 블로그 운영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독자는 그 판단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뜻인가?

그만 : 그렇다. 그게 싫으면 독자가 먼저 해당 블로그를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다.

이정환 : 초창기 국내 블로고스피어가 IT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상당수가 진보적 성향이었다. 요즘은 보수 성향이 짙은 블로거도 나오고 있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블로거도 적잖다. 그만큼 블로고스피어가 분화되고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건데, 그만님이 말씀한 것처럼 모든 독자를 끌어안고 가거나 어떤 비판도 안 받을 수는 없다. 수많은 적들을 갖게 되고 수많은 비판에 노출되게 되는데, 그렇다고 독자 성향에 맞춰 민감한 부분을 빼고 적당히 맞춰갈 수는 없다. 결국 누구나 색깔을 갖게 마련이다. 블로그 마케팅 논란도 자신이 문제 없다면 갈 수는 있다. 다만 T옴니아 블로그 마케팅은 애초 비난을 감수할 사안이었고 비난을 받는 순간 감당하는 것도 블로거 몫이다. 그게 반복되다보면 개인 브랜드를 깎아먹고 블로그 마케팅 자체도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됐던 휴대폰 마케팅은 표면에 드러난 방식이지만,  더 은밀하고 비난을 피해가는 형태로 진행될 수도 있다.

ssanba : 은밀하게 진행되는 방식도 블로그 마케팅으로 인정하는 건가?

이정환 : 도덕적으로 문제는 있다고 본다.

그만 : 나도 다양한 형태의 블로그 마케팅 의뢰가 들어온다. 내 양심상 도저히 못하거나 쓰고 싶지 않을 땐 안 한다. 하고 싶고, 할 만 할 때 하는 게 블로그 마케팅이다. 내 브랜드나 독자들에게 드러내고 했을 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

대다수 말없는 독자는 그냥 읽고 넘어간다. 일부가 문제를 제기하는 건데, 합의 가능한 선에서 얘기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런 건 절대 하지 말라’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어떻게 다 맞출 수 있겠는가. 합의점에 대한 정서가 저마다 다르다. 웬만큼 합의 수준을 맞춰준다면 인정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블로그 마케팅을 전문으로 대행하는 업체는 내가 아는 곳만 10군데가 넘는다. 그 이상을 집행하는 곳도 많다. 블로그 뿐 아니라 댓글 알바까지 동원한 마케팅도 있다. 스팸성도 짙다. 그걸 비난하는 건 내 몫이다. 노출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번 건은 마케팅 의뢰인이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더 논란이 됐던 면도 있다. 애플이었으면 이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다.

김상범 : 비판하는 쪽에선 ‘음지 마케팅에 비하면 우리는 깨끗하다’라는 자세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만 : 그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다.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매뉴얼 자체가 없다. 지금은 누구나 시도하는 단계일 뿐이다. 모두가 실험하는 과정에서 합의가 필요한 데, 너무 높은 도덕 기준을 요구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을까.

김상범 : 그 합의는 가능한가?

그만 : 적정 선에서 가능하리라 본다. 이번 논란이 나오기 전부터 블로그 마케팅 업체들 내부에서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관해 심각히 논의하고 있었다.

ssanba : 가이드라인 얘길 해보자. 가이드라인을 블로그 마케팅 회사가 만들어야 하나, 블로거가 만들어야 하나.

bf_myungse그만 : 둘 다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합의보다는 블로고스피어를 중심으로 한 독자와의 합의 문제이다. 당위성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정환 : 한겨레신문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다가 어느날 뜬금없이 지지하는 기사를 쓰면 비난받을 것 아닌가. 구독하는 독자는 수만명이겠지만, 평소 지향하는 바와 다른 글을 쓰거나 독자를 배신하고 노골적인 상업 행위를 했을 때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다. 그만님 말씀처럼 블로거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말하면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어지지만, 비난을 감수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김상범 :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비슷한 얘기로 넘어가보자. 웬만한 미디어에 맞먹는 영향력을 지닌 유명 블로거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블로그 마케팅 논란도 바꿔 말하면 해당 블로거가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파워를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그만 : 두 번째 사안은 상업성보다 신뢰성 문제인데, 10명에게 얘기할 때와 1만명에게 얘기하는 건 다르다. 10명일 땐 친구처럼 얘기해도 되는데 1만명 이상 들어오는 블로그라면 사실상 무작위성에 근거한 매스미디어 단계로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신뢰 문제가 생긴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할 것 같다.

김상범 : 개인 경험을 얘기해보자. 자기 검열을 하나. 어떤 경우 자기검열을 하나?

그만 : 예컨대 경쟁사 얘기를 할 때가 대표적이다. 누가 봐도 정보원이 뻔한 데도, 차마 그 사람 실명을 적진 못한다. 그런 게 자기검열이다. 저는 그래도 미디어 경험을 거쳤기 때문에 이런 전환이 좀 쉽게 되는 편이다.

이정환 : 블로그 글이 사회적 논란이 된 사례는 몇 년 전부터 있었다. 예컨대 한 유력 일간지 기자가 블로그에 특정 방송을 폄훼하는 글을 올렸다가, 그 글 때문에 사회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적이 있다. 블로그는 개인 프라이버시가 노출된 공간이다. 말 한 마디 때문에 하루 아침에 매장될 수도 있다. 한 번 논란이 되기 시작하면 검색을 통해 지워지지 않고 평생 따라다닌다. 더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요인이다. 나도 사적 취재원과의 관계를 블로그에 쓰는 걸 조심하게 된다. 기존 글과의 일관성 문제도 계속 고민하게 된다. 그런 게 스스로 검열을 하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잘 다듬어지고 정형화된 글을 쓰게 된다. 독자에 대한 신뢰 문제다.

김상범 : 스스로 ‘공인’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

그만 : 기자 생활을 할 때는 조직을 통한 공인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블로거 입장이 돼 보니 인터넷을 통해 독자를 직접 대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갖게 된다.

이정환 : 나는 그를 모르지만, 나를 잘 알고 내 생각의 흐름을 꿰는 독자들이 있다. 정치인과 연예인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인과는 또 다르다. 내 언행불일치나 도덕적 타락을 날카롭게 꿰는 독자다.

김상범 : 삶이 굉장히 불편하겠다. 어휴, 갑자기 유명 블로거가 되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동 웃음)

그만 :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예컨대 제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글 잘 봤다는 e메일을 받거나 갑자기 연락이 오면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좀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김상범 : 기자는 대개 100% 확실하지 않으면 기사로 쓰기 어렵다. 블로그 글은 상대적으로 좀 자유스러운 편이라고 생각들 하는가?

그만 : 실제로 그런 면이 있다.

김상범 : 예컨대 이번 유명 블로거의 논란을 보면, 팩트 체크보다는 대응 방식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이정환 : 이해할 수 있는 게, 글을 쓴 곳이 카페나 동호회 게시판이었다면 이처럼 불거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장소가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블로그였고, 모든 게 까발려지는 상황이었다. 개인 명예에 치명타를 가하는 사안이었다.

그만 : 설치형 블로거가 현재 2만여명 수준인데, 포털을 비롯해 서비스 기반 블로거를 보면 1천만명 넘게 독자를 확보한 블로그만도 100곳이 넘는다. 그들은 이미 이런 과정을 겪었다. 더 극단적인 상황도 겪어봤다. 전체 블로고스피어는 훨씬 넓고 다양한 공간이란 뜻이다. ‘올블로그’로 대변되는 ‘비평가 시장’ 안에서 흥분하는 게 아닌가 싶은 면도 있다. 전체 블로고스피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상범 :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마지막 주제로 넘어가보자. 현 정부가 미디어관련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블로고스피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얘길 해보자. 사이버모욕죄까지 뭉뚱그려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 : 사이버모욕죄는 논란의 여지 없이 제정돼서도 안 되고 다분히 위헌적이라고 본다. 이 법이 제정됐을 때 특혜를 누리는 자들이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 소수 특권자일 거란 건 자명하다. 안 그래도 인터넷이 위축되는 마당에 이 법이 통과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시스템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포털이나 게시판들이 덧글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 전세계에서 유례 없는 사이버 규제라고 본다. 실효성 논란도 있다. 과연 인터넷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누가 갖고 있는가. 발견되면 그것만 처벌하고, 음지에서 활동은 처벌 안 할 건가.

이정환 : 애초 실현 불가능한 규제를 하려 한다는 인상도 짙다. 법이 통과된다 해도 오래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해질 소지가 있다. 사이버모욕죄로 몇 사람 잡아가둘 수는 있겠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검찰이 통제한다고 해서 여론이 길들여지거나 덧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수많은 미디어가 존재하고 있다. 대기업의 신문·방송 진출을 그런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IT 중심으로 미디어가 진화한다면 종이 신문이 아니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언론을 소비할 텐데, 그 시점에서 누가 굳이 지상파 미디어를 소유하려 할 지도 의문이다. 지금 대기업과 미디어를 둘러싼 논란들도 앞으로는 무의미한 논란이 아닐까 싶다. 변화를 주시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지함이 안타깝다. 이미 여론은 장악할 수 없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진보 진영에서도 미디어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해야 한다. 블로고스피어도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주류 미디어와 경쟁할 수 있는 스타급 블로거가 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미디어 진화 과정이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데, 논의는 올드 미디어의 프레임에 너무 갇혀 있다는 느낌이다.

김상범 : 미디어관련법이든 사이버모욕죄든 생각은 비슷할 것 같다. 개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점점 강화되는 저작권법에 주목하고 있다. 자본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은 적은 소수가 배타적인 저작권을 더 많이 소유하는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 그런 점에서 사이버모욕죄보다 더 쉽게 여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게 저작권법이라고 본다.

그만 : 통방융합 시대를 맞이하면서 옛 정통부 시절부터 논의했던 게, 어느 쪽이 우선권을 잡느냐의 싸움이었다. 지금은 산업화 논쟁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봐야 한다. 우선 IPTV를 잡았고 KTF를 KT가 흡수하면서 공룡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그 안에 제작부터 유통, 송출까지 다 들어가 있다. 기존 라디오나 지상파, 신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이걸 걱정하지 않고 규제가 어떻니 소유가 어떻니 얘기하는 건 지엽적 논쟁이다. 지분 소유제한 비율 15%, 20%가 뭐가 중요한가. 결국 신문기업을 살리자는 건데 신문기업이 돈이 어디 있나. 산업자본에서 빌려올 텐데, 결국 신문의 독립성을 갉아먹는 문제를 일으킨다. 결국은 몇몇 보수 신문에 보은하는 법이란 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김상범 : 마지막으로 2009년 블로고스피어 전망을 얘기해보자. 블로그는 이제 양적 팽창은 끝났다는 얘기도 있는데, 두 분은 동의하나.

그만 : 이건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포털이든 어디든 리스크 분산을 위해 직접링크 시대가 분명히 올 것이다. NHN이 뉴스캐스트와 오픈캐스트를 하듯이. 그러면 블로고스피어에서 주는 것 이상으로 품질 중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블로고스피어의 양극화가 오는 것이다.

bf_leejh 이정환 : 지난해 미네르바 논란이 시끄러웠는데, 블로고스피어와 별개로 포털에 논객이 적지 않더라. 이들이 블로고스피어로 쏟아져나온다면 또 다른 양적 팽창이 올 것이다. 미네르바도 웹1.0 시대 게시판에 글 쓰던 사람인데 그래도 덧글과 조회수가 엄청났었다. 그들이 포털에서 빠져나와 독립 매체를 갖거나 포털 외부의 직접링크에 올라탄다면 지금 유명 블로거보다 훨씬 큰 힘과 영향력을 가질 걸로 본다. 초창기 파워블로거들은 선점효과와 구독자수를 갖고 있어서 유지됐겠지만 따라잡히는 날도 머잖을 걸로 본다.

그만 : 저는 가장 잠재력이 큰 집단이 연예인이라 본다. 지금은 미니홈피에 갇혀 있지만, 개인 브랜드를 바탕으로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든다면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다.

김상범 : 포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그 안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블로고스피어 울타리에는 포함되지 않는가?

이정환 : 포털 속 경제전문 블로거들을 보면 미네르바 못지 않은 식견과 영향력이 있는 분도 적잖은데, 독립 브랜드가 없었던 것 같다. 개인 브랜드로 직접 연결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만 : 미국도 그렇지만 소셜 네트워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게, 사이트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바뀌고 있다. 개인이 소유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너무 많아졌다. 자기 브랜드가 개인화돼 있고, 매스미디어화하기 편리하고, 데이터 유동성이 좋은 최적의 플랫폼이 블로그다. 플랫폼 종속성도 느슨하고 활용성도 높다. 블로그 자체가 고수된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현재 블로고스피어 관점에선 애매한데, 사람들은 그냥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김상범 : 숨어 있는 고수들의 본격적인 등장과 블로고스피어의 변화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한해인 것 같다. 올해 주목할 다른 사안들이 있나?

그만 : 극단적인 상업화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것 같다. 개인 블로거가 블로그 운영만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는 시대인데, 앞으로는 개인 브랜드로 총합의 수익모델을 가질 수 있는 채널이 블로그가 될 것이다. 강연을 하든 책을 쓰든, 블로그 기반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공동구매로 돈을 버는 식으로 극단적인 상업화가 기업을 놀라게 할 것이다. 개인을 넘어 1인 기업이 될 것이다.

이정환 : 올해부터 블로그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검색광고를 달거나 상품을 받는 식의 1차적 수익모델이 주를 이루지만, 다른 형태로 수익모델을 나누는 일이 곧 나올 것이다. 예컨대 ‘킨들2’에는 구독료를 받는 모델이 있다. 그것도 초기화된 모델이지만,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형태가 바뀌면 그에 맞는 새 수익모델이 나올 것이다. 사실 그런 모델이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

김상범 : 컨텐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모델이 나오면 좋겠다는 기대로 이해하겠다. 긴 시간동안 두 분 모두 수고하셨다. 국내 블로고스피어가 질적·양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겠다.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른 한편으로 존중과 합의의 가치도 받아들이는 블로고스피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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