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2011년, 지능형 음성인식 기술 ‘시리’를 소개한 이후 모바일 기기용 음성인식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업체 모두 최신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했다. 음성인식 기술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뉘앙스도 시리에 맞설 수 있는 ‘니나’라는 앱을 개발했다.
중국은 더 조직적이다. 해외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8월9일, 중국 통신업체와 음성인식 기술업체, 제조업체가 모여 애플의 지능형 음성인식 기능 ‘시리’ 견제에 나섰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들끼리 동맹까지 맺었단다. 이름은 ‘SIAC(Speech Industry Alliance of China)’이다.
애플은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2)’에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비중 있게 발표한 바 있다. 키노트 슬라이드 1장을 인공기로 채우고 iOS6가 중국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중국 검색서비스 ‘바이두’나 동영상 서비스 ‘유쿠’를 지원하는 등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고개 뻣뻣하기로 소문난 애플치고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의 SIAC 결성은 애플의 이같은 중국 공략을 정면에서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애플이 중국어 시리를 들고 나왔다면, 중국에서 직접 시리에 맞설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레노보와 화웨이 같은 중국 제조업체와 통신업체, 음성인식 기술 개발업체 i플라이텍을 포함해 19개 업체가 중국판 시리 개발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같은 노력이 의외로 제대로 먹혀들 것으로 보인다. 테크크런치가 전한 내용을 보면, 현재 iOS6 베타 버전에 탑재된 시리 중국어 버전은 북경어와 광둥어를 모두 지원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중국어 특유의 성조를 제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SIAC 동맹은 중국 현지에서 기술을 개발한다는 이점을 살려 시리보다 더 나은 중국어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의 반 시리 동맹의 핵심은 아이플라이텍이다. 아이플라이텍은 중국 1위 음성인식 기술을 갖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도 70%에 이른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통신업체가 모여 앞으로 중국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i플라이텍의 기술을 기본 응용프로그램(앱)으로 설치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의 조직적인 대응에 애플은 긴장의 고삐를 죄야 한다.
국내 제조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이 각기 다른 우리말 음성인식 서비스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S 보이스’라고 이름을 붙였고, LG전자는 ‘큐보이스’, 팬택은 ‘스마트 보이스’다. 그 중 LG전자의 큐보이스가 독자 기술 ‘베르니케’를 이용한 서비스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큐보이스를 시리와 S보이스, 스마트 보이스와 비교 실험해본 결과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LG전자의 베르니케 기술은 우리말 전용 서비스다. 우리말 외에 다른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다. 다른 나라 언어를 두루 지원하는 대신 우리말만 잘 배운 셈이다.
음성인식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 뉘앙스도 시리와 겨룰만한 앱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뉘앙스는 맥북에서 음성을 문자로 받아쓰는 기능인 ‘드래곤 딕테이션’ 기술을 가진 업체다. 시리의 음성인식 기술도 뉘앙스의 드래곤 기술이 쓰였고, 독일 자동차 브랜드 BMW에도 ‘드래곤 드라이브’라는 음성인식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뉘앙스는 지난 8월6일, 니나라는 이름을 붙인 지능형 음성인식 앱 데모 버전을 소개했다. 니나의 특징도 시리와 비슷하다. 음성을 문자로 받아적고, 명령에 대한 적절한 기능을 수행해준다. 짧은 어절이 아닌 다소 긴 문장이나 자연어를 해석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게 뉘앙스의 설명이다.
여기에 음성 아이디를 분석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기술이다. 니나의 음성 아이디 판별은 보안이 중요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를 비롯한 다른 음성인식 기술이 사용자를 가리지 않고 음성명령을 수행해 준다면, 니나는 사용자가 지정한 사람의 목소리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비밀번호를 알아도 스마트폰의 잠금을 풀 수 없다는 뜻이다. 뉘앙스는 니나를 미국 정부와 보험회사, 금융업계 등에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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