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시대, 수평적 경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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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커넥티드 시대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하루빨리 탈바꿈해야 합니다. 한국의 대기업은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내려가는 식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더군요. 물론 한국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전세계 일부 기업만 수평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갖고 있지요. 차세대 구매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조직 경영보다 수평적인 조직경영이 필요한 때입니다. 변화는 빠를수록 좋지요. ”

다이앤 모렐로 가트너 부사장은 기업 내 소수의 최고경영자들만이 전략을 세워 직원들에게 하달하는 식의 조직 운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활발한 하이퍼커넥티드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하이퍼커넥티드란 가트너가 2008년부터 사용한 새로운 기업 흐름을 일컫는 말로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제품, 기업이 끊임없이 연결된 사회를 일컫는다. 모렐로 부사장은 SNS가 등장하고, 스마트기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마케팅 정책이 어떻게 변화해야하는지를 주목해 ‘하이퍼커넥티드’ 흐름을 짚어낸 가트너 분석가 중 한 명이다. 동시에 가트너 1250여 컨설턴트 중 최고의 영예인 가트너 펠로우 에머리터스(Gartner Fellow Emeritus) 직함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모렐로 부사장은 2000년부터 가트너 컨퍼런스 모임에서 기업 담당자들이 조직을 운영하는 데 외부 변수가 너무 많이 작용한다는 얘기를 거듭 접했다고 한다. “대부분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외부 사항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너무 많아 사내 조직을 운영과 제품 전략을 짜기 어렵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무엇이 기업 담당자들을 힘들게 하는지 관심갖기 시작했지요.”

그 결과 1950년과 60년대에는 사내 자원만을 활용해 조직을 운영했던 기업들이 1990년대에는 아웃소싱 같은 회사 밖에 자원을 활용하는 식으로 기업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흐름을 발견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서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SNS가 등장하면서 절정을 맞이했다.

“시장 자체가 기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영향을 많이 받게 됐다는 얘기지요. 더 나아가 소비자는 세계 경제 흐름, 기후 변화 같은 다양한 요소들에게 영향을 받기 시작했지요. 기업이 신경써야 할 외부 요소들이 갑자기 늘어난 셈입니다. 과거 50년대 제조업체들처럼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 찍어내고 판매한다고 해서 물건이 팔린다는 보장이 사라졌습니다. 기업 혼자서 물건을 잘 만들기보다는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야 팔리는 시대, 하이퍼커넥티드 시대가 도래한 셈이죠.”

모렐로 부사장은 한 제약업체 사례를 들며, 하이퍼커넥티드 시대를 위한 수평적 조직이 왜 중요한지를 언급했다. 한 제약업체가 만들어서 판매한 약의 미비한 부작용이 발견됐다. 이 부작용은 제약업체가 관리하는 웹사이트나 포털 등을 통해 회자됐다. 수직적인 방식의 조직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거쳐야 겨우 전략을 짜는 핵심 임원들에게 해당 약에 대한 부작용이 보고되기 때문이다.

과거 스마트폰이나 SNS가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만 해도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해당 제품에 대한 부작용이 사용자들에게 퍼지는 속도나 기업 담당자가 부작용을 보고 받는 순서나 큰 차이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처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뒤늦게 발견한 해당 제약회사는 결국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지고 나서야 해당 약을 회수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엄청난 보상금이 들어갔다.

“하이퍼커넥티드 시대에서 정보가 퍼지는 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만약 해당 제약회사가 사전에 부작용에 대해 감지하고 귀를 기울였다면 이 같은 손해를 입지 않았을 겁니다. SNS 등장으로 기업 마케팅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관여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자연스레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직, 수평적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그래야 모든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말로는 쉽지만, 이를 기업이 실제로 도입하기란 어렵다. 수평적 조직 운영은 어찌보면 집단지성으로 기업을 운영하자는 이상적인 생각으로 들릴 수 있다. 기업으로선 지금까지 운영한 조직이 별 큰 문제가 없다면 바꾸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섣부리 위험을 감수할 기업은 없으니 말이다. 모렐리 부사장도 기업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아는 듯 했다.

“바로 그 점이 기업이 수평적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이상이라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점입니다. 저도 한국내 많은 기업들을 만나봐 얘기를 들어봐서 느꼈지만, 이들 모두 수평적 조직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시도하고 있다는 기업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중요성만 알면 무엇하나요. 변화하지 않으면 하이퍼커넥티드 시대에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모렐로 부사장은 하이퍼커텍티드를 대비한 수평적 조직 운영 방법으로 우선 외부 반응에 민감한 조직을 만들라고 충고했다. 외부 영향에 대해 기업이 적절히 대응해야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결과물들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상하관계를 떠나 역량있는 사람들을 규합해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외부 인사도 적극 영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만들면 좋습니다. 타 외사 인재를 빼내오란 말이 아닙니다. 고객체험단 같은 자사 제품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반응을 수시로 접하란 뜻입니다. 유연한 시스템 마련도 필수입니다. 동시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도 만들어야 하지요. 이때 필요한 기술이 바로 클라우드와 가상화입니다.”

관리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수평적 조직 운영은 사내 의사소통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 운영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이퍼커넥티드를 통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지, 어떤 사업 분야에서 수평적 조직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사전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평적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핵심으로 둘 가치가 무엇인지 정해야 혼란이 없을 것입니다. 형평성, 명성, 브랜드 등 각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는 얘기지요.” 마지막으로 모렐로 부사장은 수평적인 의사결정 내부에서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인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평적 구조가 수직에서 탈피할 뿐이지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없다는 말이 아니니까.

“이 정도만 따르면 한국 기업도 수평적 조직을 완성해 하이퍼커넥티드 시대를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연한 조직이 살아남는 시대가 왔습니다. 변화를 게을리하다간 경쟁업체들에게 덜미를 잡힐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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