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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 ④화면, 3.5와 5.5 사이

| 2012.08.17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크기를 두고 서로 완전히 다른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 직접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주도권을 가져가는 애플의 경우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조한다.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화면 크기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그 어떤 플랫폼보다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해상도에 대해 유연한 반응이다.

안드로이드 : “누가누가 더 큰가”

안드로이드는 기본적으로 운영체제만 공급하고 하드웨어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으면 뭐든 만들어 놓으라는 듯하다. 제조사들 역시 보란듯이 경쟁적으로 여러 가지 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화면 크기를 5인치 수준으로 늘리는 게 유행처럼 비치고 있다. 일반 스마트폰들은 4.8인치로 나오고 아예 화면 크기로 승부하는 제품들은 5인치를 훌쩍 넘긴다. 큰 화면의 상징인 갤럭시 노트는 5.3인치고 곧 5.5인치 신제품이 나온다는 소문이다. 정사각형의 디스플레이나 옵티머스 뷰처럼 요즘 보기 어려운 4:3비율의 화면까지 선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안드로이드다.

갤럭시탭 7인치는 가장 큰 스마트폰이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애플리케이션을 돌릴 수 있을 만큼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환경만 갖춰진다면 화면이 3인치든 7인치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택과 생존은 자연스레 시장에 맞긴다. 갤럭시노트나 HTC의 ‘차차’같은 독특한 스마트폰이 선택 기준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강점이다.

하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수십, 수백 가지 화면 크기를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구글은 앱 개발을 위해 일정 수준의 화면 기준을 갖고 있다. 아래 표처럼 화면 크기와 단위 면적당 픽셀의 수(dpi)를 기초로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화면 크기는 스몰, 노멀, 라지, 엑스라지의 네 가지로 이 마저도 매우 느슨하게 운영한다. 해상도에 대한 기준 역시 ldpi, mdpi, hdpi, xhdpi의 네 가지로 분류해 각각에 맞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 구글이 생각하는 기준은 4인치 언저리의 노멀 사이즈 화면에 160dpi인데 요즘은 5인치에 이보다 픽셀 수는 두 배가량 많은 320dpi가 기본이다. 5.3인치 갤럭시노트가 정도면 320dpi 화면으로 라지-xhdpi의 조건에 맞는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그 안에서 만드는 것이 개발하기도, 쓰는 입장에서도 편하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단말기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dp라는 단위를 써 개발을 쉽게 돕는다. 밀도 독립적 픽셀이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디스플레이에 아이콘 하나를 실제 몇 개의 픽셀로 그려내야 다른 단말기와 똑같이 보일지를 계산하는 단위다. 이른바 파편화의 가장 골칫거리로 통하는 화면 구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안드로이드의 다양성이 더 존중받게 될 것이다.

애플 : “3.5인치는 완벽해”

반면 애플은 고집스럽게도 3.5인치 화면을 고집하고 있다. 터치 스크린을 쓴 아이폰, 아이팟 터치를 내놓고 한 번도 화면 크기는 바꾸지 않았다. 애플이 화면 크기를 정하는 기준은 ‘한 손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다. 손에 쥐고 엄지 손가락만 펼쳐서 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 인터넷 검색 등 비교적 편하게 다룰 수 있다. 아이폰 초기부터 매년 화면이 커질 것이라는 루머가 이어져 왔지만 단 한번도 변화가 있었던 적은 없다. 고집도 이 정도면 ‘신념’이다.

그대신 5개 세대의 아이폰, 아이팟터치가 모두 3.5인치 화면을 쓰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통일성이 확실하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해상도만 고려하면 화면 배열이나 오브젝트의 크기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나마도 이미지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만들면 큰 문제없이 일반 해상도에서도 열어볼 수 있다. 간단히 길이를 잴 자처럼 극단적으로 정형화된 앱도 만들 수 있다.

물론 화면이 더 커졌으면 하는 요구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안드로이드 단말기들의 마케팅 포인트가 아이폰보다 큰 화면이고 이제는 아이폰보다 작은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아이폰의 작은 화면은 무조건 약점은 아니다. 동영상 재생이나 인터넷이 주 목적이라면 조금이라도 큰 제품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불편함은 없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5인치는 너무 크다. 뜻하지 않게 작은 스마트폰 시장에는 아이폰만 남은 꼴이 됐다.

하지만 애플도 큰 화면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마냥 흘려듣기는 어렵다. 차세대 아이폰이 위 아래로만 약간 커질 것이라는 소문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한 손으로 슬라이드를 밀고 키보드를 누를 수 있도록 가로 폭은 그대로 두고 위 아래 길이를 늘리면 동영상 재생에 꼭 맞는 16대9 비율에 가까워질 수 있다. 기본 디자인을 버리지 않으면서 화면 확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아이폰의 화면이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오히려 최근 안드로이드가 지나치게 넓쩍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비슷해 보였던 두 플랫폼이 개방성과 폐쇄성이라는 가치를 만나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화면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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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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