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티브잡스 애플 전 CEO는 애플의 TV 사업에 대해 ‘취미 수준’이라고 말했다. TV를 다소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벌써 3세대까지 출시된 애플TV도 어디까지나 애플의 취미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껏 취미 수준을 못 면했던 애플TV가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장될까. 애플이 미국 케이블TV 사업자와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고, UI와 조작방법도 개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TV가 단순히 스트리밍 동영상 콘텐츠를 지원하는 기기를 넘어 실시간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완연한 TV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4세대 애플TV 혹은 iTV는 어떤 옷을 입게 될지 미리 더듬어보자.
△ 애플TV 3세대
실시간 방송 담을까
지난 8월1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미국 케이블TV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워너케이블 등 미국 케이블TV 사업자와 콘텐츠 유통에 대해 논의했다는 얘기다. 케이블TV 사업자의 콘텐츠가 애플의 TV 셋톱박스를 통해 미국 가정의 TV로 배달되는 식이다.
애플이 케이블TV 사업자 영역에 한 발 걸치겠다는 것은 기존 애플TV 사업 방향에 큰 변화다. 지금껏 애플 TV는 아이튠즈의 동영상 콘텐츠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통해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별한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동안 애플이 완제품 TV를 만들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헌데, 케이블 TV 사업자의 콘텐츠를 애플 TV로 끌어올 수 있게 되면, 애플이 사실상 실시간 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셋톱박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완제품 TV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애플이 완제품 TV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은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다. 애플 셋톱박스가 케이블TV 사업자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게 된다면, 기존에 애플TV를 구입한 사용자도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이 이전 세대 셋톱박스를 판올림하는 것으로 케이블TV 사업자의 실시간 방송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아직 어떤 사업자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애플이 방송 서비스 시장에 들어오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셋톱박스를 가정에 전달하는 방식도 문제다. 현재 미국 가정은 대부분 무료, 혹은 몇 년 동안 약정 가입을 통해 방송수신용 셋톱박스를 공급받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 전략을 짜야 하는 애플이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UI 개선하고, 조작방법 확장
기존 애플TV 사용자조작환경(UI)이 바뀔 것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애플TV는 유튜브나 훌루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으로 애플이 선보일 애플TV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주 보는 채널 아이콘은 TV 첫 화면에 배치하고, 자주 이용하지 않거나 방송과 관계가 적은 서비스 아이콘은 뒤쪽에 놓는 식이다.
TV 메뉴 화면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사용자가 직접 바꿀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사용자 입맛에 맞도록 TV 화면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스마트TV를 이용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덜 수 있다.
UI뿐만 아니라 조작방법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의 애플TV 리모컨은 3개의 버튼으로 조작하도록 디자인됐다.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조작법을 지원하기 위함이지만,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늘어나게 되면 아무래도 이 같은 리모컨은 쓰기 어렵다.
애플이라면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할까. 좀 더 많은 버튼을 단 복잡한 리모컨을 제작할 수도 있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TV와 연동하는 방법을 구상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미국 유통업체 베스트바이가 “아이폰을 리모컨으로 쓰는 애플TV가 나온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느냐”는 식의 설문조사를 실시해 주목받은 바 있다. 베스트바이는 가상 제품에 대한 흥미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였다고 해명했지만, 애플의 기존 하드웨어 생태계와 새 기기를 한데 묶을 수 있는 그럴듯한 아이디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TV와 연동될 수 있다면, 좀 더 확장된 기능을 지원할 수도 있다. 애플TV가 제공하는 방송 화면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전송해주는 기능도 어렵잖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에어플레이’라는 콘텐츠 공유 기능을 기존 애플TV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애플TV의 방송 화면을 애플 모바일기기를 통해 보여주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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