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Personal Computer)에서 PC(Personal Cloud)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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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출근해서 바로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노트북 액정이 깨져 있습니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막내가 큰 아이 방에 들어가서 방바닥에 발을 대지 않고 방 안에 이리저리 널려 있는 물건들과 책들을 밟으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제 가방도 한 귀퉁이에 있었는데 그 녀석이 이걸 밟고 서 있었습니다. “그건 안돼!!”라고 소리치긴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액정이 깨진 노트북

일단 고장난 노트북을 한귀퉁이에 치워놨습니다. 책상 맨 아래 서랍을 열어 먼지가 쌓인 예전 노트북을 꺼냈습니다. 2006년 블로터닷넷을 시작할 때 지급받은 소니 바이오 VGN-S67LP 13인치 노트북입니다. 좀 깨끗이 씻어서 보관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원 어댑터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전원을 켰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니의 반가운 부팅 소리가 절 다시 반겨줍니다. 근데 부팅 시간이 참 깁니다. 로그인 화면이 뜨고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갔더니 또 한참입니다.

바탕화면의 ‘내컴퓨터’를 오른쪽 마우스로 클릭하고 시스템 등록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인텔 펜티엄 M 프로세서 1.86GHz에 1GB RAM, HDD는 50GB입니다. HDD 용량 보고 두 번 놀랐습니다. KT 유클라우드가 50GB를 자사 서비스 가입 고객에게 무료로 주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 50GB에 올레클럽 슈퍼스타 등급으로 80GB까지 무료로 올해말까지 더해 총 130GB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지 가격이 마구 떨어진다는 글을 썼는데 과거와 비교해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NHN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도 각각 30GB, 50GB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운영체제는 윈도우XP 퍼스널 버전 2002 서비스팩3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윈도우XP를 보니 참 반갑네요. ^.^

우선 안랩의 V3 Lite 버전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2009년 8월 경에 멈춰져 있습니다. 이 업데이트도 꽤 오래 걸립니다. 30MB의 설치형 파일을 다운받는데도 10분이 넘어갑니다. 윈도우 업데이트를 눌렀더니 총 482.3MB에 현재 연결 속도에서 예상 시간이 31시간 52분이 걸린다고 나옵니다. 거품이 나오게 생겼습니다. 회사 무선랜은 24.0Mbps로 그리 나쁘지 않은데 말입니다.

일단 업데이트를 눌렀습니다. 아마 이 글을 다 쓰기 전까지 업데이트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웬 XP용 보안 업데이트가 저리 많은 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명품 XP의 위력이라고 이해하겠습니다.

프로그램 하나를 클릭해도 하세월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난 걸 발견했습니다. 2006년부터 만 3년을 써왔던 소니 노트북의 바탕화면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XP, 한글과 컴퓨터의 한글2007, 마이크로소포트 오피스 2007과 파이어폭스, 인터넷 익스플로러8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EMC의 백업 서비스인 모지(VM웨어로 사업부가 이관되었죠)와 시게이트의 백업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전 이 제품 혹은 이 서비스를 최근엔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운영체제와 오피스는 버전만 달라졌지 설치형 제품을 사용중입니다. 하지만 제가 최근까지 사용하던 노트북에 설치돼 있던 중요한 프로그램들이 없었습니다. 바로 클라우드 관련 프로그램들입니다.

저는 KT 이동통신 고객이면서 동시에 SK텔레콤 고객입니다. 최근 사용한 노트북에는 KT가 제공하는 유클라우드가 설치돼 있습니다. 제 노트북과 집 PC, 아이폰3GS에 동일한 프로그램과 앱을 설치해 놓고 기사와 시장 조사 자료 등과 관련해 백업과 동기화를 해 놨습니다.

네이버의 N드라이브도 설치해 가족끼리 사진을 함께 공유합니다. 메일이나 일정관리는 블로터닷넷 초창기부터 구글앱스를 사용하고 있으니 애시당초 클라우드에 있습니다. 또 클라우드 메모장으로 불리는 에버노트 앱과, 혹시 몰라 클라우드 백업 서비스인 드롭박스 앱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제 정보는 제가 선택한 클라우스 서비스 회사들이 보관하고 있고, 해당 앱을 다시 설치하거나 웹브라우저로 접속하면 바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구글 크롬도 설치돼 있지 않아 10여분 다운받고 간신히 설치했습니다.

▲2009년 중순 경부터 사용하지 않던 노트북에 새롭게 설치된 클라우드 앱과 새로운 브라우저. 클라우드 서비스로 강의자료와 기사는 어떤 기기에서도 동일하게 접속해서 수정하고 저장 관리할 수 있게 됐다.

KT 유클라우드 파일 매니저에 들어가서 소니 노트북과 동기화할 폴더를 선택하고 연결을 눌렀습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에 있던 기사를 저장해 놨던 ‘기사폴더’와 기사를 쓰기 위해 모아놨던 ‘강의자료’ 폴더가 소니 노트북 바탕화면에 나타나고 관련 파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두 대까지는 무료인데 오래된 노트북에 다시 설치하려니 기존 건 제거하고 하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아니면 월 1천원을 주고 한 대 더 추가하라고 유혹합니다. 과감히 디스플레이가 고장난 노트북을 제거했습니다. ㅠ.ㅠ)

에버노트 윈도우 PC용 앱을 설치하고 켰더니 어제 작업했던 파일들이 바로 동기화되어 보입니다. 이 파일들은 제가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넥서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아이패드와 아이패드2, 아이폰3GS에서도 동일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기를 보유하고 있든지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으면 됩니다.

기사를 작성하다보니 시장 조사 업체인 한국IDC에서 재미난 결과를 보내왔네요. 2012년 2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136만대로 전년 동기의 163만대 대비 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모바일과 태블릿의 광풍은 PC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장비 못지않게 웹 기반의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앱들이 등장하면서 설치용 패키지 소프트웨어와 PC의 시대는 새로운 주인공들에게 자리를 조금씩 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0년 여름경에 퍼스널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쓰면서 하나둘 나오는 개인 대상의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저에게 필요한 것들을 선택해 활용해 왔습니다. 물리적으로 고장난 기기는 분명 고쳐써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개인들이 소유한 기기들이 2015년 정도되면 3.5대 가량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전 그 통계에 비해서 조금 많이 있는 편입니다만, 이제 더 이상 서로 다른 기기들에 제가 필요한 데이터들을 따로따로 관리해야 되는 문제에서는 자유롭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포스트 PC 시대를 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변되는 기기 측면에서는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전 이런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의 등장 못지 않게 웹 기반의 클라우드 시대가 포스트 PC 시대를 앞당기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퍼스널 클라우드 컴퓨팅(PCC) 시대의 도래인 셈이죠.

아는 지인 한 분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PC 시대에서 PC 시대로. 퍼스널 컴퓨터(PC)에서 퍼스널 클라우드(PC) 시대로 라는 말이었습니다. 오늘 그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 짧은 시간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몸소 체험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그 과정을 목도하고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니가 생각이 듭니다. 노트북 액정 화면 하나 나갔는데 너무 호들갑 떤 것 같습니다. 데이터는 남아 있지만 수리비는 나가야 하는군요. 모든 장비도 이제 소유하지 말고 빌려써야 될 듯 싶네요.

글을 마치려는데 갑자기 디스크 용량 부족이라는 경고음이 뜹니다. 50GB HDD를 C와 D로 나눠쓰는데 유클라우드에 올려놓은 파일이 30GB가 넘습니다. 기사만 받고 강의자료는 다시 동기화 목록에서 삭제했습니다. HDD 하나 사러 가야할까요? ㅠ.ㅠ.

참, 윈도우 업데이트는 아직도 30% 가량이 남았습니다. 10시30분부터 진행된 이 고단한 업데이트는 언제쯤 끝날까요? 가벼운 윈도우8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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