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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망각 금지”…에버노트 트렁크 콘퍼런스

2012.08.26

영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 그만큼 똑똑하면서 기억력도 좋다는 뜻이다. 그런 코끼리를 로고로 삼은 회사가 있다. 바로 에버노트다.

코끼리의 성격을 그대로 빼닮은 에버노트는 기조도 ‘모든 것을 기억하라’이다. 기억하려면 일단 기록하고 저장하는 게 필요하다. 에버노트가 이용자를 위해 마련한 도구가 바로 이 부분을 돕는 장치다. 에버노트는 일종의 메모장 서비스를 웹사이트, PC용 응용프로그램,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앱으로 서비스한다.

이용자가 에버노트로 기록하는 방법은 타자치기,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 음성 녹음하기 등이 있다. 이용자는 파일의 폴더 역할을 하는 노트북과 노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노트마다 태그를 입력하고 만든 날짜와 수정한 날짜로 노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용법은 입력하고 찾아서 보기, 아주 간단하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는 2007년 설립돼, 2008년 처음으로 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5년 사이 이용자는 약 3800만명으로 늘었고, 직원은 약 240명이 됐다. 전세계에 퍼진 에버노트 이용자와 직원을 모두 더해 이 정도다. 그동안 에버노트를 몇몇 얼리어답터 사이에서 알려진 클라우드 노트로만 여겼는데, 실제 에버노트에선 다른 그림을 그렸던 모양이다. 외부 개발자들이 사용할 API를 만들고, 이들이 만든 서비스를 소개하고 겨루는 ‘데브컵’이란 행사를 2010년 열었다. 사용자들이 자기의 에버노트 사용기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크고작은 이용자 행사도 개최했다. 이 행사는 서울에서도 종종 열렸다. 올 8월11일 에버노트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교사와 교수의 사례를 소개하는 ‘에버노트 에듀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렇게 에버노트가 개발자와 사용자를 위해 여는 크고 작은 행사의 결정판이 있으니, 바로 ‘에버노트 트렁크 콘퍼런스'(ETC, 이하 에버노트 트렁크)다. 여러 나라에서 흩어져 진행하는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전세계 이용자와 개발자를 대상으로 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란 속담이 영어권 이외 지역엔 없는 모양이라며, 에버노트 한 직원은 “왜 코끼리를 로고로 쓰나”란 단골 질문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에버노트 트렁크는 2011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1회 행사엔 약 30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날 에버노트는 사업상 중요한 사건을 발표했다. 간단한 이미지 편집 도구인 ‘스키치’ 인수 사실이 에버노트 트렁크 첫 회에서 공개됐고, 인수하면서 준비한 안드로이드용 스키치도 이날 첫선을 보였다. 올해도 에버노트는 같은 도시, 같은 달에 에버노트 트렁크를 준비했다. 이번엔 규모를 2배 이상으로 키웠다. 2012년 8월24일,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센터 콘코스에서 열린 두 번째 에버노트 트렁크에 800여명이 참석했고, 전세계 30여명의 기자가 초대 받았다.

행사 규모가 갑자기 커진 이유에 대해 트로이 말론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1년 전보다 이용자 수, API를 활용하는 개발자 수, 에버노트 직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라며 “그 덕분에 (나눌 수 있는)좋은 생각도 많아졌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이고 싶었고, 이곳 에버노트 트렁크에 참석한 사람들이 직접 보고 알리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올 에버노트 트렁크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에버노트의 성장세를 잘 드러내는 자리라는 이야기다.

에버노트는 올해 한국인 직원 2명을 뽑았고, 현재 법인 설립을 준비중이다. 지금 이 직원들은 에버노트 본사 소속으로, 마케팅과 개발지원을 맡고 있다. 한국 외에도 에버노트는 베이징과 도쿄에 사무소를 개소했고 대만과 싱가포르, 인도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식으로 직원을 채용했다.

에버노트 트렁크

기조연설에서 필 리빈 에버노트 CEO는 2011년 직원 수 85명, 이용자 1200만명이었으나 1년 만에 240명, 38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에버노트 API를 사용하는 개발자도 5천명에서 1만5천명으로 증가했다. 직원과 이용자 그리고 개발자 모두 규모가 3배 이상 자랐다. 눈에 띄는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필 리빈은 기업을 위한 에버노트 서비스를 12월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스스로 ‘종이를 판다’라고 말하는 회사, 몰스킨과 합작한 ‘에버노트 스마트 노트북’을 공개했다. 개인용에서 기업용으로, 앱과 웹 서비스에서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에버노트를 메모 정리용으로 쓰던 이용자에겐 에버노트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필 리빈 CEO는 변하지 않는 원칙과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는 “에버노트는 페이스북, 징가, 앵그리버드와 같이 시간을 때우는(kill time) 게 아니라 시간을 절약하는(save time) 서비스”라며 “데이터의 소유권은 여러분에게 있고, 우리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 철학은 기업용 에버노트인 ‘에버노트 비즈니스’와 ‘에버노트 스마트 노트북’으로도 이어진다.

그의 발언은 무료 기반 서비스가 콘텐츠를 이용자의 허락 없이 광고와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고, 소유권과 저작권 등을 이용자에게 두지 않는 모습을 에둘러 비판하고 거리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에버노트는 쓰면 쓸수록 이용자가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하는 서비스란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침 올 에버노트 트렁크의 기조가 ‘에버노트로 더 나아진다’였다. 에버노트 덕분에 편리하고 더 쓸모있는 삶과 교육, 개발 과정 등이 바로 에버노트 트렁크에서 소개됐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해보자.

징가 샌프란시스코 건물

▲에버노트 트렁크가 열린 디자인 센터 콘코스 바로 옆엔 징가가 있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로 더 나아진다’는 올해 에버노트 트렁크의 기조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필 리빈 에버노트 CEO는 인터뷰 때마다 “에버노트를 100년 가는 기업으로 만들 것”이란 말을 자주 한다. 이날 그는 4%는 완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필 리빈 CEO는 수석디자이너와 대담을 나눴다. 이 디자이너는 에버노트 응용프로그램(앱)의 각종 아이콘을 만들었고 코끼리 로고도 디자인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고민의 흔적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이날 제공된 점심은 도시락이었다. 에버노트 코끼리 모양대로 말린 김밥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한 일본식당에서 만들었다. 행사장에 찾은 이 식당 주인에게 물으니, 위 김밥을 만들려고 요리사가 2주간 연습했다고 대답했다. 이 식당에서 기업의 로고 모양으로 김밥을 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 직원에게 물으니, 위 음료는 에버노트 본사 직원들이 유독 즐겨마시는 차라는 대답을 들었다. 직원이 100명인 시절, 하루 200병을 마셨을 정도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중국은 에버노트를 ‘인상필기’라고 표기한다. 대만은 영문 ‘evernote’ 표기를 그대로 따른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 트렁크의 개발자 세션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 해커톤 우승팀 소개. 에버노트는 해커톤을 한국과 대만, 브라질, 미국 등에서 열었고 우승팀을 에버노트 트렁크에 초대했다. 해커톤 우승팀과 에버노트 데브컵 참가자는 에버노트 트렁크가 열리기 전 미리 도착해 네트워크 파티를 하고, 전날 이 소개 시간을 위해 리허설도 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 이렇게 써요.” 에버노트 트렁크의 이용자 세션에선 에버노트 이용자들이 자기 경험을 발표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데브컵 참가팀은 위와 같이 투표를 독려하고 다녔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데브컵 참가자를 위한 홍보 부스 대신, 홍보 칠판이 세워졌다. 각 팀마다 칠판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위와 같이 시간표로 공개됐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2012 에버노트 트렁크

2012 에버노트 트렁크

2012 에버노트 트렁크

2012 에버노트 트렁크

2012 에버노트 트렁크

▲그중 필 리빈 에버노트 CEO를 그린 대만 팀이 눈길을 끌었다. 이 팀은 에버노트에 있는 노트를 슬라이드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에버노트는 샌프란시스코 명소를 스키치 화살표로 소개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 직원 채용 부스. 개발자와 디자이너, 제품 매니저 등 다양한 직군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현재 에버노트 직원은 280명인데 HR 담당자는 내년 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가 임명한 홍보대사들. 한국에는 3명이 있는데 그중 홍순성 씨와 박승훈 김해외국어고등학교 교사가 참석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얼마 전 소니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에버노트와 연동해, 에버노트에 저장한 노트를 동기화해 e잉크 단말기에서 보는 걸 지원하기 시작했다. 기조연설 시작 전 분위기 전환하기 위해 진행된 가위바위보 대결에서 경품이 바로 소니 e리더였다. 소니e리더에 에버노트 계정을 등록하면 되고, 위와 같이 책을 보다 에버노트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후지쯔가 에버노트와 연동한 스캐너 ‘스캔스냅’ 3개 모델을 홍보한 부스. 이중 2개 제품은 구매 시 에버노트 프리미엄 이용권 1년짜리를 증정한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평소 에버노트를 쓰며 궁금했던 점은 휴식 공간 뒷편에 있는 에버노트 부스에서 물어볼 수 있었다. 또는 행사장 곳곳에 있는 ‘나는 서포트 팀입니다’라고 뒷면에 새긴 초록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에게 물어도 된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대부분 부스에 사람이 몰렸지만, 공식 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사람들이 찾은 곳은 몰스킨 부스였다. 몰스킨은 이날 에버노트와 합작해 만든 ‘에버노트 스마트 노트북’을 공개했다.

2012 에버노트 트렁크

▲에버노트 트렁크에서 진행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012년 에버노트 트렁크 뒷풀이

▲에버노트 트렁크 뒷풀이는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저녁 식사를 위해, 우리나라로 치면 밥차 또는 포장마차에 해당하는 트럭 3대가 왔다. 브리또와 같이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무료로 제공됐다. 주문할 땐 본인 이름을 말해 음식을 찾아갔다.

2012년 에버노트 트렁크 뒷풀이

▲밴드가 연주하는 경쾌한 음악이 디자인 센터 콘코스를 가득 채웠다.

2012년 에버노트 트렁크 뒷풀이

▲뒷풀이는 휴식 공간 뒷편 검은 천으로 가려둔 곳에서 진행됐다. 그곳엔 갖가지 오락기가 있었다. 점괘를 뽑아주는 기계도 눈에 띄었다.

2012년 에버노트 트렁크 뒷풀이

▲이렇게 에버노트 API를 활용하는 회사 부스도 마련됐는데 뒷풀이 장소 곳곳에 오락기와 뒤섞였다. 오락하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사람, 부스에서 해당 서비스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구분 없이 섞였다.

2012년 에버노트 트렁크 뒷풀이

2012년 에버노트 트렁크 뒷풀이

2012년 에버노트 트렁크 뒷풀이

▲필 리빈 CEO는 기조연설에서 행사를 두 번하면 전통이라고 부른단 이야기를 들려줬다. 에버노트 트렁크는 이제 에버노트의 연례 행사가 되는 것일까. 행사를 마칠 때 사회자는 내년 행사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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