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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뗀 스카이라이프, 위성인가 IPTV인가

2012.08.30

위성방송 제공 업체인 KT스카이라이프가 논란에 쉽싸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월29일 방통위원 티타임을 갖고, KT스카이라이프의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전송방식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30일 곧장 이를 반박했다.

DCS는 위성방송을 이른바 ‘접시’로 부르는 안테나 없이 인터넷으로 전송해서 보는 서비스다. 그간 바람이 많이 불어 접시를 달지 못하거나 빌딩 숲처럼 음영지역 접시를 달지 못하면 위성 방송을 볼 수 없던 것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전송 방식이다. 접시를 달지 못하는 가입자들에게 위성 신호를 직접 수신하는 대신 중계기를 거쳐 인터넷 라인으로 전송해주는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5월부터 이 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이 새로운 방송 방식을 두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접시 없으니 불법” vs. “위성방송의 혁신”

먼저 문제를 삼은 것은 케이블 방송과 IPTV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이를 위성 방송 영역이 아니라 IPTV의 영역으로 허가 범위를 벗어난 불법 서비스라고 했다. 접시 없는 위성 방송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파법상 위성방송은 이용자가 직접 수신해야 한다는 항목을 들어 DCS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TV에 연결된 셋톱박스가 직접 위성 신호를 받아야 위성방송인데, 셋톱박스가 받는 신호가 인터넷이니 이는 기본적인 역무를 벗어났다는 논리다.

방통위도 이를 거들었다. 방통위는 KT스카이라이프가 위성방송과 IPTV를 묶어서 서비스하는 걸 문제삼았다. 뒤따라 나온 보도자료에서 방통위는 “KT스카이라이프의 DCS 서비스에 대해 방송 관련 법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신규 가입자의 모집을 중단”하는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미 방송을 보고 있는 1만2천명의 가입자들도 해지와 환불하도록 촉구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30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반발했다.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거대한 혁신의 물결은 막을 수 없다’는 다소 공격적인 플래카드를 걸고 기자들 앞에 나선 KT스카이라이프 문재철 대표는 “기술의 혁신을 막는 행위”라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권고에 대해 핏대를 세웠다. “적도 상공 3만6천km에서 지상까지 위성을 이용하고 인터넷 망으로는 불과 수km를 전송하는 것인데 이를 IPTV라고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문재철 대표는 주장했다.

또한 KT스카이라이프는 DCS가 문제가 된다면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볼 수 있는 ‘티빙’과 ‘푹’도 같은 논리로 문제 되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문 대표는 케이블 사업자의 이득에만 편파적으로 편을 드는 게 아니냐고 답답한 심경을 풀어놨다.

문제의 뼈대는 이것이다. DCS는 위성방송일까, IPTV일까. KT스카이라이프는 DCS로 보는 이용자와 접시로 보는 이용자가 보는 콘텐츠의 내용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편성이 다르거나 광고, 콘텐츠에는 전혀 손대지 않고 음영지역에 서비스하기 위한 재전송의 역할로 인터넷 망을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방송을 송출하고 수신하는 기본적인 기술 역시 위성에 기반하고 있고 불과 몇 km만 인터넷으로 보낸다고 해서 그 서비스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반면 방통위와 케이블 사업자들의 주장은 정반대다. 이용자가 받아보는 서비스의 결과물이 이미 IPTV와 같다는 것이다. 가정까지 위성 신호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위성방송의 역무를 넘어서는 사업이는 주장이다. 또한 위성방송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콘텐츠제공자들의 동의 없이 위성 신호를 IP로 변조해 송출하는 것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뛰는 법 위에 나는 기술

국내 방송법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미리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정해진 역무 안에서 방송을 송출하도록 돼 있다. 유선 사업자는 위성을 쓸 수 없고 위성 사업자는 IP로 송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DCS의 경우는 논란과 해석의 여지가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방송법이 DCS 방식으로 위성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미 N스크린 서비스를 통해 푹이나 티빙 등 비슷한 서비스를 케이블 사업자들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진다. 티빙과 푹 등의 N스크린서비스는 방송 역무가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돼 있는 서비스다.

KT스카이라이프는 ‘공중이 위성 신호를 직접 수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DCS 방식에 의한 위성방송 전송도 공중 직접 수신이라는 범위에 든다고 주장한다. 직접 수신이라는 조항이 다른 방송 사업자의 중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시청자에게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일단은 DCS 자체가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방송 방식에 대해서는 허가제인 만큼, DCS 방식은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송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 영역에서도 법 제도가 기술의 발전을 따르지 못한다는 점을 짚어봐야겠다. 법 조항에 있다 없다를 각자 입장에서 귀에 걸었다 코에 걸었다 하면서 합·불법을 논하지만, 껍데기를 벗겨보자. KT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DCS를 도입한 것이고 케이블, IPTV 사업자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법 조항을 들이대는 것 아닌가. 제도가 기술을 따르지 못한다면 업계는 지혜를 모으고, 정부와 방통위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모두가 ‘이용자를 위해서’라는 논리로 가입자들을 볼모로 잡고 있지만, 시청자는 TV까지 어떤 방식으로 들어오는지는 관심도 없다. 그저 리모컨을 눌러 원하는 채널을 좋은 화질로 보기만 하면 된다. 방통위는 가입 중단과 서비스 중지 등 시정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제로 집행하는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고, KT스카이라이프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 재전송이나 IPTV 논쟁처럼 한동안 이 문제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늘 그렇듯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 채널을 빼앗길지 모르는 1만2천여명 시청자들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