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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사망선고’ 아직 안 끝났다

| 2012.08.30

헌법재판소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혹은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2012년 8월23일 위헌 결정했다. 대표적인 e세상 입막음하는 제도가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e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실명제가 여전히 남았다.

박영수 선거관리위원회 과장은 8월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란 토론회에서 “선거법상 실명제는 폐지돼야 한다”라며 다른 인터넷 실명제도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토론회는 최재천 의원실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가 열었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으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 모습

선거법상 실명제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에 명시됐다. 인터넷 언론사는 선거운동 기간 중 게시판이나 대화방에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문자, 음성, 화상, 동영상 등의 게시물을 올리게 하려면 게시자의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명을 확인하는 방법은 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실명인증이 있는데 인터넷 언론사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 제44조의5에 따른 본인확인 조치를 따르면 실명인증 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규정을 두고 또 하나의 인터넷 실명제라고 부르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단지 법 조항에 ‘실명확인’이란 단어가 포함돼서만은 아니다. 유영주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황당하게도 올 4월 총선 시기에 선거관리위원회는 소셜댓글 업체에 SNS 계정으로 로그인하는 댓글달기에 대한 인터넷 실명 확인제 적용 안내란 공문을 발송했다”라며 “선거법상 실명제 폐지는 인터넷언론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망법상 제한적 본인확인제처럼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 숨었다.

박영수 과장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올 1월 정개특위에서 선거법상 실명제 심사가 있을 때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라며 “선거 운동 기간에만 실명 확인하는 게 의미가 없어졌고, 소셜댓글과 같이 실명확인을 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하는 게 충분히 가능해졌으며, 실명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망법상 실명제를 위헌 결정하면서, 선거법상 실명제가 비록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에 대한 의견 개진하는 게시물만을 대상으로 함에도 실제론 망법상 실명제와 똑같이 작용해 더욱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8월29일 헌법재판소에 선거법상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상 실명제를 폐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개진한다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 박영수 과장은 “법대로 해선 굉장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며 “실명제가 유지될 경우 법 집행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선거법상 실명제뿐 아니다. 폐지해야 마땅한 실명제가 더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청소년보호법과 게임셧다운제에 뿌리를 둔 게임실명제도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12시부터 6시까지 게임 이용을 제한받는데, 나이를 분별하기 위해 게임 업체는 주민번호와 같은 본인확인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청소년이면 청소년인 대로, 청소년이 아니면 아닌대로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본인확인을 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최민식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도 “우리나라밖에 없던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위헌 결정을 받았지만, 극히 일부분만 해결됐을 뿐”이라며 “9월16일 시행하는 청소년보호법은 본인확인과 연령확인까지 하게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시행령을 그대로 가져다 쓴 청소년보호법과 비슷한 법 조항도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폐지되듯, 같은 절차를 밟아야 맞지 않느냐는 의문을 남겼다.

이 자리에선 전자금융거래법상 거래 내용을 5년간 저장하게 한 제도와 개정 망법이 8월18일 시행되며 인터넷 기업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되, 방통위가 고지하는 곳은 예외로 한 조항, 인터넷 주소자원관리를 위해 한국의 업체에 도멘인을 신청하면 본인확인을 하게 한 규정 등도 사라져야 할 제도로 꼽혔다.

그리고 이렇게 실명제를 유지하기 위해 휴대폰 인증과 아이핀 인증이 쓰이며 3개의 이동통신회사와 3개의 신용정보기관에 개인정보가 몰리는 현상 또한,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그동안 풀기 어렵다고 여긴 이 숙제는 이제, 풀 수 있는 숙제가 되지 않을까.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은) 감시자와 피감시자와의 관계에서 피감시자로서 의무를 다하는 데 기여하는 모든 제도에 대하여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비슷하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포털은 ‘(위헌 결정이 났지만)바뀌는 게 없다’란 말을 했는데 이는 어느 글이 선거법상 실명제 적용 대상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해, 숙제를 풀지 못하면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대한민국 e세상에서 사라지기 어렵다고 경종을 울렸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

①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등의 정보(이하 이 조에서 “정보등”이라 한다)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는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4호에 따른 신용정보업자(이하 이 조에서 “신용정보업자”라 한다)가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으로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인터넷언론사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에 따른 본인확인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한 것으로 본다.

②정당이나 후보자는 자신의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등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따른 기술적 조치를 할 수 있다.

③행정안전부장관 및 신용정보업자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제공한 실명인증자료를 실명인증을 받은 자 및 인터넷홈페이지별로 관리하여야 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실명인증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

④인터넷언론사는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실명인증을 받은 자가 정보등을 게시한 경우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실명인증” 표시가 나타나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⑤인터넷언론사는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서 정보등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할 것을 요구하여서는 아니된다.

⑥인터넷언론사는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실명인증”의 표시가 없는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등이 게시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삭제하여야 한다.

⑦인터넷언론사는 정당·후보자 및 각급선거관리위원회가 제6항의 규정에 따른 정보등을 삭제하도록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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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인터넷, To: 실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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