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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넘어 게임으로 소통해요”

2012.09.04

앞이 안 보이거나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해서 게임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모두가 똑같다. 국립특수교육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CJ E&M 넷마블이 공동 주최하고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제10회 전국특수교육정보화대회 및 제8회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대회’가 9월4일 열렸다.

그 중 e스포츠 대회가 특히 성황이다. 전국 특수학교 학생과 교사 1500여명이 참여했다. e스포츠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4·5일 이틀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넷마블의 온라인게임 ‘마구마구’와 넥슨의 캐주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JCE 농구게임 ‘프리스타일’ 등이 주요 게임 종목이다. 퍼즐게임 ‘사천성’과 ‘오셀로’, 동작인식 게임 닌텐도 위 양궁을 통해서도 각자 실력을 겨룬다. 대회 운영과 심사위원 역할은 넷마블 임직원이 자처했다.

장애학생들이 참가하는 e스포츠 대회는 장애학생의 여가생활을 돕는 목적으로 2009년부터 열렸다.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장애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쉽게 친구가 되지 못하거나 제한된 여가생활을 즐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게임은 특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조영기 넷마블 부문대표는 “장애라는 제약을 극복하고, 사회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빈다”라며 “게임이 건전한 문화콘텐츠임을 알리고,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강원도 화천중학교 학생들은 ‘마구마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로 왔다. 강원도에서 고등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팀을 물리치고 예선을 통과했을 정도로 실력이 좋다.

손정범 화천중학교 교사는 “이 같은 대회는 학생들에게 축복”이라며 “아이들이 학교가 끝난 후 여가생활이나 취미생활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화천중학교의 본선 상대팀은 월계중학교 학생들이다. 화천중학교와 비교해 연습은 많이 하지 못했단다. 예선도 없이 서울 본선에 진출했니 사실상 서울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김주연 광주광역시 월계중학교 교사는 “예선도 안 치르고 연습도 많이 못 했지만, 아이들이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광주광역시 대표로 출전한 월계중학교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비장애 학생과 장애학생이 함께 팀을 이룬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번 대회가 함께 연습도 하고, 게임도 즐기며 서로 친구가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캐주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대회에 참석한 대구광역시 대구동성초등학교 팀이 남다른 팀워크를 과시했다.

석민숙 대구동성초등학교 교사는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평도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장애학생들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라며 “장애학생들의 경우 평소 혼자 지내는 때가 많은데, 이번 대회가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구동성초등학교 팀 중 이로운 학생이 비장애 학생이다. 이로운 학생은 평소 스스럼없이 특수학급에 놀러 오는 학생 중 하나였다.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특수학급 학생과 짝을 이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라 게임 속에서 손발도 잘 맞는다. 대구에서 10여개 팀과 치른 예선을 뚫고 서울 본선에 진출했다.

임중훈 대구동성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물폭탄을 맞거나 미사일을 맞으면 팀을 구해주는 아이템을 서로 쏴주면서 도와준다”라며 팀워크를 뽐냈다. 운도 좋았다. 상대팀이 기권하는 통에 첫 판을 부전승으로 이겼다.

정신지체나 학습장애를 가진 학생 외에 시각장애, 언어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시각장애 학생들은 ‘센스리더’라고 불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응용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즐긴다. 오셀로 경기를 진행할 때 화면 진행 상황을 읽어주는 응용프로그램이다. 키보드나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도 소리로 들려주니 컴퓨터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

오현수 부산광역시 부산맹학교 교사는 “지역에서 예선을 치르기도 하고, 전국 학생이 모이는 본선대회에도 나갈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라며 “이 같은 행사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매우 좋은 기회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을 보기 어려운 학생들은 소리로 화면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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